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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32] 민주당은 전멸했던 4년 전을 잊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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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32] 민주당은 전멸했던 4년 전을 잊었는가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0.03.25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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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지역민에 대한 민주당의 불손한 역사가 아무런 교훈도 남기지 못하고 오만과 방자의 퇴행적 되풀이로 되살아나고 있다.

코앞으로 다가온 4·15 총선을 앞두고 ‘다시금’ 광주·전남 지역 유권자들의 입에서 ‘오만’, ‘방자’와 같은 단어가 쏟아지고 있다.

‘다시금’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4년 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서도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오만’과 ‘방자’라는 단어를 유치원생들마저 유행가 가사처럼 읊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막대기만 공천해도 당선된다’는 광주·전남 지역에서 전멸했다. 선거결과는 처참했다. 광주지역에서는 모든 의석을 국민의당에게 내어 주었고, 전남 지역에서만 겨우 1석을 건졌을 뿐이다. 천심이 곧 민심이고, 민심이 곧 천심임이 드러났다. 그러한 천심의 발현에 시·도민들 스스로도 놀랐다. 민주당은 엎드려 눈물로 사죄했다. 불과 4년 전의 일이다.

민주당에 대한 4년 전의 불편한 시선이 4·15 총선을 앞두고 광주·전남 지역에서 재연되다시피 재현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광주·전남 지역 18개 선거구에 대한 4·15총선 공천작업을 일단락했다. 하지만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었다. 형평성도 없고 명분마저 찾아볼 수 없는 데다, 재경선에 공천번복까지 발생하면서 꼴사나운 모습을 빚었다. ‘이해찬표’시스템 공천이라는 원칙과 명분 대신 오만한 중앙당의 입맛에 따라 자행된 결과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광주 광산갑은 공천자가 재심 끝에 당 초 이석형 예비후보에서 이용빈 예비후보로 바뀌었다. 반면 광산갑과 상황이 유사한 광주 동남갑의 경우 최영호 예비후보의 재심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같은 경기이지만 룰은 제각각인 셈이다.

또 광주 광산을은 권리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통해 당 초 박시종 예비후보가 민형배 예비후보를 누르고 경선에 승리했으나 뒤늦게 권리당원 문제로 여론조사만으로 재경선이 실시되면서 승부가 뒤집어졌다. 이 과정에서 권리당원들은 ‘오염된 당원’이라는 치욕적인 낙인이 찍혔고, 여론조사만의 공천은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민주당의 공천 잡음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며 “원칙 없이 재심을 수용하거나 기각이 잇따르면서 후보 간 상호비방, 폭로전이 가열됐고 본선도 치르기 전에 지역민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앞서 참여자치21도 논평을 내고 “민주당 경선 혼탁과 공천 잡음을 보면서 공천관리위원회와 최고위원회 등 민주당 지도부의 안일하고 무능한 구태정치 행태를 재차 확인했다”고 질타했다.

특히 순천시의 경우 민주당의 지역민 무시가 수위를 넘어섰다. 인구수가 선거구 상한선 기준인 27만 명을 넘으면서 두 개 선거구로 분구가 당연했지만 인구 5만5천명의 해룡면만 따로 분리, 엿장수 맛보기 엿 주듯 광양시 등으로 편입해 버렸다. 이는 “순천시민의 발을 침대에 맞춰 자르는 잔인한 칼질이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사다. 더구나 민주당은 이 지역에 대한 전략공천까지 감행, 민심이 들끓고 있다.

정치권의 횡포에 가까운 선거구 쪼개기에 순천YMCA와 순천환경운동연합 등 무려 77개에 달하는 시민단사회단체가 하나로 뭉쳐 ‘순천시민 주권회복을 위한 순천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항의집회와 함께 헌법소원까지 청구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성명을 통해 “순천시민은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선거권을 위반한 사실을 그대로 둘 수 없어 헌법소원을 청구해 시민의 힘으로 해룡면을 반드시 되찾아 오겠다”고 벼렸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지역민의 가슴에 울화통의 불길만 질러놓고 사과 한마디 없다. 지역민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며 경악하고 있는데도 철저한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오만’과 ‘방자’라는 단어가 다시 지역민들에게서 나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민주당이 전국에서 유독 광주·전남에서만 이러한 횡포에 가까운 공천을 일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에 따라 ‘너희들(광주·전남 시·도민)은 우리에게 표를 줄 수밖에 없다’라는 오만의 발로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역민에 대한 민주당의 불손한 역사가 아무런 교훈도 남기지 못하고 오만과 방자의 퇴행적 되풀이로 되살아나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4년 전에는 광주·전남 지역 유권자들에게 국민의당이라는 대안이 있었으나 지금은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대안이 없다고 믿기에 저들이(민주당) 그런 것이다. 광주·전남 지역에 정치적 비극이 다시 불어 닥치고 있다. 코로나19가 이보다 더 고약하겠는가.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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