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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칼럼] 비무장지대(DMZ) 산불의 현주소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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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칼럼] 비무장지대(DMZ) 산불의 현주소와 미래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0.04.2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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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식 민북지역국유림관리소장

올해 코로나19 팬데믹 (감염병 세계적 대유행)과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으로 국민 모두가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지만 다행히 아직까지 지난 4월 강원 동해안 산불만큼 대형 산불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민간인 통제선 이북지역 산지, 특히 연천, 철원 지역의 비무장지대 (DMZ) 내 산불은 해마다 3~4월에 빈번하게 발생하여 넓은 면적의 나무와 풀을 태운다.

건조한 날씨에 강풍이 더해지면 걷잡을 수 없는 산불로 확대된다. 이때마다 일선의 산림 및 소방공무원, 군인들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올해만 벌써 5건 이상 대규모 산불이 DMZ 내에서 발생하였는데 다행히 관련 기관의 신속한 상황 판단과 대응, 기관 간 유기적인 공조를 통해 인명사고 없이 DMZ 산불을 방지할 수 있었다.

DMZ 내 발생하는 산불은 봄철 북한에서 화전작업 중에 나온 불씨가 바람을 타고 확산되기도 하며 6·25 전쟁 때 땅속에 묻힌 불발탄, 지뢰 등이 햇볕에 의해 가열되어 발화되는 경우도 있지만 산불원인 규명이 어려워 이를 명확하게 단정할 수는 없다.

이렇게 산불이 발생하면 초기 진화가 매우 어렵다. DMZ라는 지역 여건상 화재 진압을 위해 인력 투입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대부분 산불진화 헬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역시 합동참모본부에서 국방부와 DMZ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에 승인 요청을 하고 북측과 사전협조가 되어야 헬기가 투입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으로 DMZ 내 발생한 산불이 주로 대형 산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산불이 헬기에 의해 어느 정도 진화되었다 하더라도 지표에 남아있는 불씨가 바람에 의해 재발화하여 2차 산불로 번질 수 있다. 일례로 지난 3월 중순 연천·철원 전방 DMZ에서 발생한 산불은 닷새째까지도 불씨가 잡히지 않아 진화작업이 계속 이어졌다.

빈번히 발생하는 산불의 영향으로 DMZ는 희귀하고 독특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DMZ는 대다수가 생각하는 울창한 숲으로 이뤄진 생태계가 아닌, 끊임없는 교란에 의해 만들어진 초원과 같은 곳이다.

특히 서부-중부 지역의 DMZ는 주로 초지 또는 습지로 형성되어 있고 일부 구릉지에서는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등의 참나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이에 따라 초식성 야생동물이 좋아하는 먹이가 풍부해지고 가시박, 돼지풀, 미국쑥부쟁이 등 생태계 교란을 하는 외래식물의 밀도가 주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로 유지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DMZ를 산불로부터 지켜야 한다. 지난해 9월부터 약 6개월 동안 이어진 호주의 산불을 통해 불의 무서움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호주의 산불 사태는 기후변화로 시작된 고온과 건조 현상으로 발생하였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기후변화에 의해 6~7월에 마른장마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DMZ 내 발생하는 산불이 언제 이번 호주 산불과 같은 규모로 커져서 막대한 피해를 줄지 모른다. 한 매체에 따르면 이번 호주 산불에 의해 코알라가 기능적 멸종 상태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와 같은 재난이 생태와 평화의 상징이 될 DMZ에서는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보장할 수 없다.

이러한 산불을 막을 수 있다면 DMZ는 지금보다 더 인간의 간섭 없이 울창한 숲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고 산림 내 생물다양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기후변화에 의해 생물다양성이 점차 감소되고 있는 현 시기에서 산불을 방지함으로써 DMZ를 생태적, 경관적, 학술적 가치가 우수한 희귀한 지역으로 보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산불을 방지하여 희귀한 생태계 특성을 지닌 이 지역을 미래세대에 고스란히 전해줄 의무가 있다.

DMZ 내 산불을 최소화하여야 할 또 다른 이유는 국군 장병과 지역 주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산불이 남하할 경우 전방 GOP 부대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여 고립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민통선 내 거주하는 주민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산불을 방지함으로써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산림청이 존재하는 주된 목적 중 하나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철원, 화천, 양구, 인제의 민북지역 산지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북부지방산림청 민북지역국유림관리소는 DMZ에서 발생하는 산불을 방지하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철원군, 화천군 전방에 각 1개의 산불소화시설을 설치하여 산불에 대비하고 있으며 올해는 인제군 민북지역에 산불소화시설 1곳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1곳의 산불소화시설이 0.5km 폭의 구역을 보호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시설의 설치를 통해 최전방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우리 국군 장병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민북지역국유림관리소는 DMZ 내 산불뿐만이 아니라 부대가 주둔하는 민북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군(軍)과 협력하고 있다. 특히 약초·버섯·산나물 채취 시기에 약초꾼들의 담뱃불 실화를 막기 위해 합동으로 단속하고, 이들의 출입을 사전에 막기 위해 입간판, 현수막 설치를 꾸준히 하고 있다.

2015년 대한민국 평창에서 열린 세계산불총회 (The 6th International Wildland Fire Conference, IWFC) 개막식에서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세계 80여 개국 산불전문가들 앞에서 DMZ 산불예방과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DMZ 산불방지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아직까지도 국민의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군사지역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획득할 수 있는 자료와 통계의 정확성 문제 때문에 언론 공개가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 산림당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된다.

이번 기고문을 통해 DMZ를 비롯한 민북지역의 산불이 부각 되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산불 문제를 해결하길 바라는 것은 일장춘몽(一春夢)일까? 2021년 서울에서 열릴 제15차 세계산림총회 (The XV World Forestry Congress, WFC)에서 평화산림이니셔티브 (Peace Forest Initiative, PFI)가 주요 의제로 부각될 전망이다.

PFI는 대한민국 외교부와 산림청이 2019년 9월 인도에서 열린 사막화방지협약 당사국 총회 (UNCCD COP14)에서 발표한 글로벌 정책이다. PFI는 갈등이 잦은 접경지역 또는 다민족 지역에서 산림을 조성·복원하는 사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이해당사자들의 협업을 통해 지역 평화를 이룩하는 것이 목표이다. 향후 정부는 PFI를 비무장지대(DMZ)에 적용할 계획이다.

만약 남북관계가 개선되어 DMZ에 PFI 사업이 적용된다면 산림을 조성·복원하는 과정에서 산불 해결 방안이 구체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조만간 산불의 위험에서 벗어나 진정한 생태·평화의 공간으로 거듭날 DMZ를 마주할 날이 오길 기대한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여운식 민북지역국유림관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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