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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칼럼] 市廳(시청) 국장님과 부시장께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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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칼럼] 市廳(시청) 국장님과 부시장께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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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4.28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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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前 남양주 부시장

시청과 군청에 다수의 위원회가 있습니다. 도시위원회, 건축위원회에 참여하시는 교수님들은 인근 3~4개 시군에 동시에 참여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원님들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분들이므로 위원장인 부시장이나 국장이 위원회 개최시각에서 조금 빠르게 15분 전쯤에 참석하시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온라인에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위원회 회의장에는 삼국지에 나오는 ‘鷄肋(계륵)’일 수도 있고 맷돌작업의 ‘어처구니’라 할 수도 있는 의사봉이 있습니다. 각종 회의에서 의사봉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논란이 있습니다. 의사봉 3타를 하지 않아도 안건을 의결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繁文縟禮(번문욕례), 레드테잎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의사봉을 준비하고 안건 상정과 의결마다 위원장 시나리오에는 ‘의사봉 3타’라 적습니다. 어느 위원장님이 의사봉 3타라고 읽으신 경우도 있다 합니다.

어느 날 위원회에 조금 일찍 가서 회의장 준비상황을 살피고 일찍 참석하신 위원님들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았는데 의사봉이 없습니다. 담당 팀장에게 의사봉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팀장은 100m 달리기 선수처럼 회의장을 박차고 복도로 달려 나갔습니다. 아직 회의 시작 10분 이상 남았음에도 바람처럼 달려와서 의사봉을 정위치에 올려줍니다.

그 순간에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서부영화의 결투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보안관이든 갱단의 두목이든 부하이든 항상 자신의 권총을 허리에 차고 언제라도 총을 뽑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먼저 총을 뽑아야 이기고 늦으면 죽는 생사의 경쟁입니다. 이 경우와 마찬가지로 의사봉을 두드리는 위원장이나 국장이 의사봉을 챙겨들고 다니면 될 일이라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자신이 쓸 소품을 남에게 의지하는 것이 정답은 아닌 줄 생각했습니다.

이후 의사봉 2벌을 구매하여 회의장과 위원회가 열리는 소회의실에 배치했습니다. 아예 두드리는 판은 고정 설치하고 분실위험이 있는 의사봉을 시장님 비서실과 부시장실 입구에 매달아 두고 방을 나설 때마다 지금 위원회 회의에 간다면 이 의사봉을 들고 가라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습니다.

우리가 건배사를 할 때 酒香千里(주향천리), 人香萬里(인향만리)라는 고급진 어휘를 구사합니다만 사람들 사이에서 좋은 소문이 봄날의 꽃향기처럼 널리 퍼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좋은 이야기는 무거워서 아래로 가라 앉고 험담과 비난하는 이야기는 가벼워서 하늘 높이 날아가 버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조금은 특이한 의사봉 이야기는 맑은 물에 푸른 물감을 뿌린 듯이 널리 빠르게 번져나갔습니다. 

아마도 전국의 기관단체에서 오늘 하루에도 수 십번 의사봉을 두드리겠지만 위원장이 의사봉을 들고 오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위원장 의사봉 관리제도는 실용신안특허라도 받아야 할까 생각했습니다. 각종 위원회 위원들과의 오찬은 고급정보를 얻고 시정을 홍보하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왜 공무원들은 모든 각종 위원회와 여러 가지 행사 시각을 14:00로 할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점심은 먹고 오시라, 저녁은 준비되지 않았다”는 말로 읽힙니다. 시정에 협조하시는 위원님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이십니다. 시정의 고객이신 위원회 위원님들과 ‘셀프 의사봉’으로 소통하고 그분들의 지혜를 빼내어 시정에 반영하는, 저비용으로 큰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전략은 국장님과 부시장님만이 활용할 수 있는 권리이자 의무인가 생각합니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이강석 前 남양주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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