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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10] 국가 지도자들의 코도 들창코 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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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10] 국가 지도자들의 코도 들창코 였음...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0.04.3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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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산 시인(1947년생) : 서울 출신으로 1967년(경동고 3년)에 ‘중앙일보’ 신춘문예 동시로, 197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
 
<함께 읽기> 음력 4월 8일, 부처님 오신 날이다. 부처님과 관련한, 가슴에 와닿는 시가 있어 독자와 함께 읽고자 한다.

이 시의 글감은 충남 보령 '성주사지 석불입상'이다.
이 석불은 통일신라시대 석불이건만 국보도 보물도 아닌, 고작(?) 충남 문화재에 그쳤다.

까닭은 매우 망가졌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석질(石質)이 비바람을 견디기 약한 재질이기도 하겠지만 시에서처럼 아들 얻으려는 욕심으로 코부분을 깎아갔기 때문이라는 전설같은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세상에 효험이 있다고 하면 그것을 그냥 놔두지 않는 국민성. 어디에 있는 석불이 자식, 특히 “아들 낳는데 효험이 있다”고 소문나면 부처님의 코가 남아나지를 않는다고들 한다.

이런 엇나간 정성이 우리나라에만 있는가 했더니 먼 나라가 아닌 가까운 중국과 일본에도 있다고 한다. 중국에는 ‘송자관음보살(送子觀音菩薩)’이 있는데 이때 ‘送’은 보낼 ‘송’이며, ‘子’는 자식을 뜻하니 자식을 점지하는 보살이 된다.

일본에는 지장보살(地藏菩薩)이 그런 역할을 한다고 한다. 즉 안전한 출산을 기원하는 사람, 아이를 잉태하고 싶은 사람, 아이를 지키고 싶은 사람들의 소원을 이루어주는 보살이 지장보살이라고 한다.

"대웅전도 명부전도 없는 성주사지 터 / 온 몸 망가진 석불 하나 덩그마니 서 있다." 대웅전과 명부전이 없으니 '성주사지'라 했겠지만 있었으면 '성주사'가 됐을 터. 그런 점에서 ‘감은사지’도, ‘황룡사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절엔 석불 하나만 덩그마니 남은게 아니고 국보인 '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와 보물로 지정된 탑 세 개가 빛을 내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아픈 곳도 많고 많으신 부처님" 당연히 부처님이 아프단 말이 아니다.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부처님도 많이 아프다는 뜻이라 생각된다. 부처님은 중생과 고락을 같이하시기 때문이라 하겠다.

"긁어 먹어버린, 그래서 문드러진 / 부처님의 들창코 / 세상의 온갖 더러운 향내, 벌름거리고 계시다" 이기적이고 욕심 채우려는 인간들 때문에 부드럽고 잘 생긴 부처님 코는 들창코가 되었다.

그럼에도 부처님은 그들을 벌하지 않고 외려 인간이 내뿜는 더러운 향내 받아들여 정화 시키려 함을 내포하고 있는 시라 하겠다. ‘세상의 온갖 더러운 향내, 벌름거리고 계시다.’ 이 구절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국가 지도자들의 코도 들창코였음 좋겠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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