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최재혁의 데스크에서] ‘자발적 기부’
상태바
[최재혁의 데스크에서] ‘자발적 기부’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0.05.14 17: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재혁 지방부국장

정부형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접수가 시작됐다. 전체 14조 3천억 원 규모로 강원도는 지자체별로 신용ㆍ체크카드, 선불카드, 지역상품권 등으로 가구당 최대 100만 원 상당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지급된 강원형 지원금과도 중복 수령 가능하다.

한시가 급한 저소득층 280만 가구가 먼저 현금으로 받고 있다. 현금 지급 대상이 아닌 나머지 국민은 지난 11일부터 신용·체크카드, 선불카드, 지역사랑상품권 중 하나를 선택해 지급받고 있다.긴급재난지원금은 신청 단계에서 전액 또는 일부를 기부하거나 일단 받은 뒤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기부할 수 있다. 본인이 자유롭게 결정하는 ‘자발적 기부’다. 지급 개시일로부터 3개월 안에 신청하지 않는 경우도 ‘자발적 기부’로 간주한다. 급격한 소비 위축에 신히 대응하기 위해 지원금 사용 시한을 3개월로 정한 것과 동일한 기준이다.

지난달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총선)를 앞두고 ‘재난지원금’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현실성 없어보이던 이 정책은 총선을 지나면서 갑자기 전 국민 100% 지급으로 공론화되더니 한 달 여만에 지급을 코 앞에 두는 상황이 됐다. 국민들은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공돈’을 받게 된다.

여기서 반전이 벌어진다. 바로 ‘자발적 기부’다. 지원금 지급을 목전에 두고 정부와 정치권이 ‘먹고 살 만한 사람들은 알아서 재난지원금을 기부하라’며 바람을 불어 넣고 있어서다. 정부와 정치권의 풀무질에 관치에 길든 금융권은 앞다퉈 릴레이 기부 선언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이미 대형 금융사 몇 군데가 직원 수 천 명이 ‘동참’하는 기부를 약속해 버렸다. 해당 금융사 직원들은 자기도 모르는 새 ‘기부 천사’가 돼 있었다.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긴급 재난지원금은 소비 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 골목상권 살리기 등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어차피 거저 생긴 돈인데 기부해서 좋은 일에만 쓰인다면 괜찮은 일이겠지만 또 한 번 반전이 나온다.

재난지원금은 받지 않으면 자동 기부된다. 기부된 돈이 골목상권이나 지역경제와는 상관없는 고용보험기금에 편입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설명해 놓은 고용보험기금은 고용안정ㆍ직업능력개발사업, 실업급여 등 고용보험사업의 재원 충당을 위해 쓰이는 돈이다.

이 기금은 원래 근로자들이 차곡차곡 내는 돈을 정부가 잘 관리ㆍ운용해 돈을 낸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에 쓰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지난해 거둬들인 것보다 쓴 돈이 더 많았던 모양이다. 대략 2조원이 넘는 재정이 펑크가 났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당장 재원을 메워야 하는 상태다. 이 타이밍에 시의적절하게 재난지원금이라는 구원군이 등장한 것.

소비 진작과 골목상권을 살리자며 만든 재난지원금의 일부가 기부라는 과정을 거치며, 정부가 구멍 낸 곳간을 메우는데 쓰이게 된 셈이다. 11일부터 재난지원금 신청 접수가 시작됐다. 두당 수 십 만원의 지원금은 몇몇에겐 든든한 쌈짓돈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자발이 아닌 자발’로 가족들의 몫까지 고스란히 고용보험기금에 기부(?)해야 하는 공무원들이나 일부 금융사 직원들은 씁쓸했을 것이다. 아무리 공돈이라도 기부는 자발적일 때, 필요한 곳에 쓰여질 때 아름다운 법이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긴급재난지원금 기부 독려 캠페인도 시작됐다. 민주당은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기부 서약서를 작성했다. 의원들은 기부 비율이 전체의 20%(2조 8천억 원)가량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전액 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놓고 다양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지만 모든 행위의 목적은 경제 회복에 맞춰져 있다. 골목 시장 활성화를 위해 추진된 지원금 지급 취지를 살려야 한다. 기부는 차선책이며 자발적이어야 한다. 지원금은 대형매장, 유흥주점 등 제한업종 외에는 모든 곳에서 쓸 수 있다. 소비하고 돈이 돌게 하자.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