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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5·18 진실규명에 공소시효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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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5·18 진실규명에 공소시효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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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5.2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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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민주주의 주춧돌을 놓은 광주 5·18 민주화운동이 40주년을 맞았다.

5·18은 당시 전두환 신군부의 총칼에 맞섰던 광주시민의 희생과 흘린 피는 대한민국의 민주화에 토양이 되고 밑거름이 됐다.

그런데 40년 세월이 지나도록 아직껏 5·18에 대한 진실이 담긴 국가보고서가 없다는 게 안타깝고 한심하기만 하다.

오히려 보수 일각에서는 5·18과 관련해 “괴물집단”이라는 등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폄훼 발언을 거침이 없이 토해 내기도 했었다. 

뒤늦었지만 지난 17일 미래통합당이 5·18 민주화운동 폄훼·모욕 발언을 사과했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 일부 의원의 과거 발언에 대해 5·18 희생자와 유가족,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밝힌 것이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이 발언이 진심이라면 통합당이 5·18 의의를 새기고 환골탈태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지난해 2월 국회행사 때 김순례 의원은 “5·18 유공자들을 괴물집단”이라 표현하며 목에 핏대를 세웠으며, 이종명 의원은 “5·18은 폭동”, 김진태 의원은 “5·18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되는 문제”라고 광주민주화 운동을 욕되게 했다.

이들의 언급은 5·18 망언으로 규정되어 비판받았지만, 당시 나경원 원내대표는 유감을 표하면서도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다”고 오히려 이들을 감싸는 듯한 말을 했다.

일부 정치권까지 가세한 극우 진영에서는 5월 민주항쟁을 ‘폭동’이라 하거나, 심지어는 ‘북한군 침투설’을 제기하는 등 5·18 폄훼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번 주호영 원내대표는 당시 한국당 지도부의 모호한 입장에 견줘보면 상대적으로 선명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이 ‘여당심판’이 아닌 ‘야당심판’으로 돌아서 통합당 입장에서 총선 참패 면피용이 되어서는 안된다.

40년이 지나도록 5·18의 한과 상처는 아물지 않고 오히려 덧나기만 했다.

우리 국군이 적도 아닌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공포탄이 아닌 실탄을 발사해 광주시민을 사살했는데 아직도 발포 명령자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5·18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국민적 총의를 담은 국가보고서가 조속히 나와야 한다.

2018년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제정으로 지난 1월 출범해 최대 3년간 활동하는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가장 큰 목표도 국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라고 세계일보가 보도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그 동안 5·18진상규명과 관련해 국회와 검찰, 국방부 등에 9차례나 조사를 벌였지만 계엄군의 발포 명령자와 헬기 사격여부 등 진상규명에 실패한 핵심 쟁점이 적잖았다.

이는 정치권 등의 진영 간 의견 차이와 갈등이 겹친 것과도 무관치 않다.

최근 조사 개시를 선언한 송선태 5·18진상규명조사 위원장은 “5·18관련조사가 아홉 차례나 계속됐지만 아직까지 국가보고서가 없다”면서 “이번에는 반드시 진실을 밝혀 국가가 공인한 진상조사보고서를 만들 것”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진상규명에 철저히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함에 따라 관련 활동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18일 방송된 광주MBC 특별기획 ‘문재인 대통령의 오일팔’에서 “집단학살 피해자를 찾아내는 일, 헬기 사격까지 하게 된 경위, 대대적으로 이뤄진 진실 은폐·왜곡공작의 실상까지 모두 규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규명의 목적은 책임자를 가려내 꼭 법적인 처벌을 하자는 차원이 아니라, 진실의 토대 위에서 진정으로 화해하고 통합으로 나가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진상조사위원회 활동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정부도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라 덧붙였다.

특히 문 대통령이 발포 명령자와 책임자에 대한 진상규명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5·18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국민적 총의를 담은 국가보고서가 하루 빨리 나와야 할 것이다.

5·18 역사 바로 세우기가 김영삼 정부 때 가속됐고 그 김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받은 정당이 통합당이라고 한 주 원내대표의 주장에 그래서 주목하고 싶다.

반독재 민주화투쟁에 헌신한 것만큼은 무엇보다 크게 평가받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받아 당의 진로를 연다면 나쁘지 않을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앞세우는 정당이라면서 그것을 지키고자 한 민주화역사를 부정하고 깎아내리기까지 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화 세력을 ‘빨갱이’로 몰면서 민주주의 근본까지 흔들어 대는 극우 진영의 눈치를 보고 그들에 휘둘린 지난날의 한국당의 구태로는 희망이 없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5·18 진상규명은 과거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미래의 역사를 설계하는 일이다.

관련조사를 시작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의 권한이 제한적인 만큼 21대 국회에서 관련특별법 등이 얼마나 보완되느냐에 따라 진상규명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는 폭력에 대한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권한을 부여받았지만, 그 사용은 헌법을 위배한 국가 불법폭력은 독재국가에서나 행사하는 것이어서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

우리 공동체의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저항한 시민들의 희생을 기억하는 것은 어느 정책에 못지않게 중요한 국가 안보의 초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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