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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칼럼] 덕혜옹주의 남양주시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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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칼럼] 덕혜옹주의 남양주시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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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5.2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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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前 남양주 부시장

이 이야기는 2016년 8월에 시작됩니다. 손예진, 나미란, 박해일 등 유명배우가 출연한 영화 ‘덕혜옹주’가 개봉된 것입니다. 남양주시 공무원들이 덕혜옹주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덕혜옹주(1912~1989)의 묘가 남양주에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고종황제와 귀인양씨의 고명딸 옹주입니다. 영친왕의 부인인 이방자 여사와 덕혜옹주는 1989년 같은 해에 별세했습니다. 덕혜옹주는 4월21일, 이방자 여사는 4월30일에 돌아가셨고 두분 다 남양주 금곡의 한적한 오솔길 옆 묘역에 영면하십니다.

남양주시 공무원들은 영화 ‘덕혜옹주’를 관람한 뒤 소감문을 모아 자료집을 내고 이를 영화사와 문화단체 등에 배포했습니다. “슬프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우리 역사인 만큼 덕혜옹주를 기억하고 덕혜옹주의 묘가 남양주에 있는 것을 알리고자한다”는 취지로 자료집을 만들어 공직내에 배포하고 영화사와 출연 배우들에게도 보냈던 것입니다.

남양주시 공무원들의 정성이 가득하였는지 허진호 감독과 제작자, 스텝 등 8명이 이석우 시장님 방으로 감사인사를 왔습니다. 인사를 마친 영화관계자들을 모시고 덕혜옹주 묘역으로 갔습니다. 비문은 “大韓 德惠翁主之墓”입니다. "덕혜옹주님께 묵념!!!" 일행은 슬프고 힘든 인생을 사신 옹주님을 추모하고 영화 덕혜옹주의 성공을 축하했습니다. 발 빠른 공보실 팀장님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사진이 신문에 크게 보도되었습니다. 홍보란 순간포착도 중요하고 긴 시간의 고민과 깊이있는 전략도 필요합니다.

영화 덕혜옹주의 관객 559만명속에는 남양주시 간부공무원 단체관객 26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지역언론 보도를 보고 더 많은 남양주시 시민과 공무원들이 영화를 보았을 것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역사속에서 함께 슬퍼하는 눈물을 흘렸을 것입니다. 남양주시 공무원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한 이홍여사는 고종황제의 증손녀인데 "영화상영 내내 눈물이 났다"며 "개봉날 市 공무원들과 함께 '덕혜옹주'영화를 보게 돼 더욱 의미가 컷다"고 신문기자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의 일원인 홍릉은 고종과 명성황후의 왕릉이고 유릉은 순종과 순명효황후, 순정효황후 묘입니다. 영화상영 이후 남양주시는 덕혜옹주 묘역 진입로에 홍보물을 세웠습니다. 문화재청 왕릉관리사무소는 덕혜옹주묘역입구에서 영친왕 묘역으로 이어지는 산책로에 조선 27분의 왕릉 사진과 연혁이 적힌 판넬을 전시했습니다.

태조(1)#정종#태종#세종#문종#단종#세조#예종#성종#연산#중종#인종#명종#선조#광해#인조#효종#현종#숙종#경종#영조#정조#순조#헌종#철종#고종(26)#순종(27)

시 공보실에서는 이후에도 지속적인 홍보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언론의 보도를 보시고 수도권에서 청소년, 어른 관광객들이 찾아오셨습니다. 왕릉관리사무소에서 별도의 문화해설사를 배치해 주었습니다. 1년이 지난 2017년 5월에 문화재관리청에서 비공개지역이었던 덕혜옹주와 의친왕 묘역을 공개구역으로 개방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덕혜옹주 묘역을 방문하여 꽃을 올리고 그 화분에 물을 뿌려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아침 출근길에 물 한 병을 들고가서 관리인에게 전하면서 “낮에 뜨거운 태양열이 비출 때 덕혜옹주 묘역 화분에 뿌려달라” 부탁하는 편지는 더 이상 쓰지 않아도 된다는 기쁜 소식입니다. 문화재를 관리하는 공무원이나 심의를 하시는 위원님들에게도 개방결정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시점에서 생각하는 덕혜옹주 영화 이야기의 교훈은 영화개봉을 계기로 공무원 몇 사람이 움직여서 남양주시를 전국에 크게 홍보하였다는 점입니다. 지자체들이 영화촬영지를 홍보포인트로 삼기도 합니다만 영화내용과 연계되는 왕릉과 옹주묘역을 기초로 하는 홍보기획이 성공한 것입니다. 공무원들이 왕릉을 모시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광릉, 사능, 구리시의 건원릉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조선왕릉 전체에 대한 관심을 갖게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시를 떠났지만 덕혜옹주 주인공들을 홍보대사로 위촉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남아있고 그 전에 우선 손혜진과 나미란 배우를 시 행사에 초청하는 노력도 계속해야 하겠습니다. 인근의 구리시에 모셔진 건원릉은 태조의 능입니다. 강원도 영월에 모셔진 남편 단종을 그리워하는 정순왕후의 思陵이 남양주시에 있고, 두 분을 갈아놓은 세조(수양대군)는 사능에서 아주 가까운 광릉수목원 한가운데에 자리했습니다. 광릉이 먼저이고 훗날에 광릉수목원이라 작명된것이지요.

왕릉 해설사의 말씀을 잘 들어보면 고종의 홍릉보다 순종의 유릉 석물의 동물 모습이 정교합니다. 그 이유는 일본 기술자들이 중국 석공이 작업한 고종의 홍릉 석물보다 더 잘 꾸미자는 결의를 하였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리고 일제가 진행한 유릉의 자리가 절손터라는 야사를 그냥 넘길 일도 아니거니와 덕혜옹주가 1945년 해방후 곧바로 귀국하지 못하시고 1962년에서야 돌아오신 역사의 아픔은 '영화 덕혜옹주2'가 제작된다면 반드시 챙겨야 할 대본중 일부가 될 것입니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이강석 前 남양주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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