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택(1959년생) : 충남 서산 출신으로 198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현재 월간 ‘현대시’ 주간으로 활동(이 시인의 시는 좀 어두운 시가 많다.)
<함께 읽기> 어떤 땐 시가 그림보다 더 참혹함을 짙게 드러낸다는 글을 읽은 적 있는데 이 시가 그러하다. 시인은 어느 날 신문에 난 기가 막힌 기사를 읽고 시를 쓴 것 같다.
어머니와 아들 두 모자가 사는 집이다. 아들은 장애인이고 또 가난하지만 간간히 웃음도 새어 나오는 가정이었던가 본다. 어머니가 시장에 좌판을 펼쳐놓고 생선을 팔아 큰돈은 못 벌어도 두 식구가 먹고 살만큼의 벌이는 되었으니까.
하지만 어머니가 갑자기 중풍이와 반신불수가 돼 말을 못하고 몸도 움직이지 못한다. 도와줄 일가친척 하나 없고, 지금도 장애인들에 대한 복지가 빈약한데 20년 전에야 말할 것도 없는 시대였으니까.
아들의 최종선택은 자살. 못에 노끈을 묶고 의자 위에 올라서는 장면을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못하는 어머니가 쳐다본다.
중증지체장애인 아들이 처음 못에 노끈을 묶을 때까진 뭘 하는지 몰랐을 게다. 그런데 의자 위에 올라선다. 그때 서야 눈치를 챈 어머니 ‘하지 마라! 제발 하지 마' 하며 외치지만 목구멍 안에서만 맴돌 뿐... 아마도 아들은 장애가 있어 단번에 의자 위에 오르지 못하고 몇 번이나 굴러 떨어 졌을 게다. 어머니는 사지를 뒤틀어 보지만 마침내 올라선 아들. 툭! 의자가 굴러가고 노끈에 목을 맨 아들이 컥컥거린다.
이 시에는 두 개의 단칸방이 있다. 어머니가 있는 (눈)물에 젖은 달동네 단칸방과. 아들이 눈물을 타고 올라간 하늘의 단칸방.
슬픔의 기포가 가슴을 메운다. 소외된 이웃을 전혀 모르고 사는 작금의 세상사, 이 비극 앞에선 아무 말도 생각나지 않는다.
전쟁의 참상을 그린 게르니카를 보고 누군가 진짜 비극은 그 그림 뒤에 있다고 했지만, 이 모자의 비극은 이 시 뒤에 있다.
시인은 서너 줄 기사만 읽고, 아니면 제목만 읽고 지나치는 세상. 이웃의 고통에 결코 외면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이 시를 통해 강하게 남긴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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