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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에서] 공직자가 배워야 할 ‘매미의 오덕’ (五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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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에서] 공직자가 배워야 할 ‘매미의 오덕’ (五德)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0.06.25 14: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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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박경리 선생의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편에 보면 ‘사람의 됨됨이’에 관한 내용이 있다. 사람 됨됨이에 따라 사는 세상도 달라지며, 후한 사람은 늘 성취감을 맛보지만 인색한 사람은 먹어도 늘 배고픈데, 이는 천국과 지옥의 차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가난하다고 다 인색한 것은 아니며 부자라고 모두가 후한 것도 아닌데 이 역시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 다르다고 말한다. 이처럼 선생의 글을 통해 삶의 깊이와 인생의 통찰을 느낄 수 있어 마음이 숙연해진다.

조선 시대 임금은 매미의 교훈을 염두에 두고 정무를 맑고 투명하게 수행하라는 뜻으로 매미 날개 모양을 형상화한 ‘익선관’을 섰고, 문무백관들은 매미가 펼친 날개 모양을 형상화한 ‘오사모’를 섰다. 공직자들이 청렴한 공직생활을 해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매미의 오덕을 강조했다.

‘머리에 반문이 있으니 문(文)이다. 이슬을 마시고 사니 청(淸)이며, 곡식을 먹지 않으니 염(廉)이다. 집을 짓지 않으니 검(儉)이고, 계절을 지키니 신(信)이다.’ 육운이란 시인이 말한 ‘매미의 오덕’이다. 우리 선조들은 선비의 덕을 갖춘 매미를 숭상했다고 한다. 임금의 익선관, 신하의 오사모는 모두 매미의 날개를 본뜬 모양이다.파브르곤충기에 의하면 매미는 귀머거리여서 천둥 소리도 듣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면 소리는 어떻게 낼까. 일단 암컷은 벙어리고 수컷만 운다. 수컷은 배 밑에 있는 V자 주름을 떨어 소리를 낸다. 매미의 오덕 중 이슬을 먹고 산다는 부분은 오해의 산물이다. 매미의 먹이는 나무 진액. 그렇긴 한데, 일단 멋도 있고 하니 이슬이라고 해 두자. 여름이 저물어갈 무렵, 여치가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다. 나귀가 그 목소리에 취해 물었다. 무얼 먹으면 노래를 잘할 수 있느냐고. 여치는 이슬이라고 했다. 나귀는 이슬이 내리기를 기다리다 굶어 죽고 말았다. 이솝우화의 한 토막이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밤도 낮처럼 밝아졌고 열대야까지 덮치니 밤낮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사익과 공익, 정의와 불의의 구분도 모호해졌다. 매미는 밤에도 울 수밖에 없고 선비는 불의에 눈감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누군가는 깨어나야 한다. 익선관을 쓰고 오덕의 깃대를 들어야 한다. 세상이 아무리 추악해져도 어찌 맑은 것과 흐린 것을 구분하지 못하겠는가? 염치를 아는 선비가 어찌 파렴치한 짓을 할 수가 있겠는가?

힘들어도 신의를 지킬 때 향기가 난다는 것을 어찌 모를 수가 있겠는가? 맑고 곧은 매미의 오덕이 그 울음소리보다 크게 세상에 가득 울려 퍼지기를 소망해 본다. 조선시대 임금은 평상복으로 정무를 볼 때 익선관을 썼다. 익선관은 매미 날개 모양의 모자로 매미의 오덕을 가슴에 새기고 정무에 임하라는 뜻이었다.

매미의 인내심도 배워야 한다. 매미는 2주의 기쁨, 2주의 밝은 삶을 위해 7년 동안이나 땅속에서 어둠의 아픔을 감내한다. 우리의 삶도 좋은 날과 힘든 날이 늘 교차되겠지만 그래도 저렇듯 터무니없이 힘든 날이 많지는 않다. 그러기에 때로 잠시 어려워도 불평을 해서는 아니 된다. 매미의 길고 긴 인고를 떠올리면 감내하지 못할 어려움은 없다. 늘 희망을 가져야 한다.

여름한철 매미는 긴 기다림의 울분을 털어내듯 짧은 생을 치열하게 산다. 한 서린 울음으로 또 해방의 노래로 주어진 시간을 온몸으로 불사른다. 그러나 겨울매미는 다르다. 금약한선(禁若寒蟬)이란 말이 있다. 찬바람 맞은 매미처럼 입을 다물고 아무 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공직자가 배워야 할 ‘매미의 오덕’은 문(文), 청(淸), 렴(廉), 검(儉), 신(信)으로 중국 진나라 시인 육운이 매미를 들어 다섯 가지의 덕(德)을 갖춘 곤충이라고 칭송했다고 한다. 조선왕조는 매미에게 다섯 가지 덕이 있다 하여 목민관의 귀감으로 삼았다. 매미의 입이 곧게 뻗은 것은 마치 선비의 갓끈이 늘어진 것을 연상케 해 학문(文)을, 이슬이나 나뭇진을 먹고 살아 맑고(淸), 곡식이나 채소를 해치지 않아 염치(廉)가 있고, 다른 곤충과 달리 집이 없어 검소(儉)하고, 때를 맞춰 죽으니 신의(信)가 있다는 것이다.

매미는 땅속에서 굼벵이로 5~7년을 살다가 세상에 나와 7일을 살다 죽는다. 일생의 거의 전부를 땅속에서 살다가 가지만 선조들은 매미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보이는 것에 욕심내지 않고 깨끗하고 청빈하게 살다가 때가 되면 매미처럼 조용히 떠날 줄 아는 인생도 가장 아름다운 인생의 하나이지 않을까 한다.

입을 꾹 다물고 곧은 말을 기피해서는 안 된다. 시키는 대로 맴맴 읊어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 중에는 겨울매미가 있을지 몰라도 매미들 중에는 겨울매미가 없다. 매미는 비겁한 겨울을 살기보다 당당한 죽음을 택한다. 정당이건 기업이건 패거리의 사익을 질타하는 오덕을 갖춘 여름매미의 외침이 있어야 한다. 매미는 죽어서 개미의 밥이 된다. 죽어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남에게 내어 준다. 그러니 어찌 선비의 표상이 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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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2020-07-28 08:42:07
매미의 덕을 배우고자 합니다. 정말로 7년을 물속에서 살고 7일간 열심히 울다가 사라진다면 7일간은 먹지않고 집도 없이 오로지 지난 7년을 바탕으로 열심히 살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면 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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