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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원순 시장이 남긴 공과 모두 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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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원순 시장이 남긴 공과 모두 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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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1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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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게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모두 안녕" 이 짧은 유서를 남기고 지난 9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13일 영면에 들어갔다.

1980년대 암울했던 시절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사건 등 시국사건의 변론을 맡아 민주주의 최일선에서 힘을 보탰다. 이후 1994년 참여연대 설립을 주도해 반부패, 정치개혁, 재벌개혁 등에 선구적 역할을 해왔으며 2000년대 들어와서는 아름다운 재단, 아름다운 가게, 희망제작소 등 나눔실천과 창의적인 시민운동 모델을 제시했다.

또한 2011년 정치권 입성후 서울시 역사상 첫 3선에 연임하며 행정가 이면서 정치가로서 기존의 서울시 정책을 복지, 균형발전, 도시재생으로 전환시켰고 정치영역에서의 전국민 고용보험, 개발이익의 광역화, 공공의과대학설립, 그린뉴딜정책 등을 제시했다는 공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가 남긴 짧은 유서보다 더 우리를 황망하고 충격으로 몰아넣은 성추행 고소사건은 그의 삶 마지막을 얼룩으로 새겼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을 겪으면서 혼돈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연이어 일어난 사건에 그 누구도 상상치 못한 극심한 혼란이 일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는 1999년 서울대 우조교 사건을 변론해 처음으로 성희롱 승소 판결을 이끌어 냈고, 부천경찰서 성고문 피해 변호, 서울시 '젠더특보' 임명 등 항상 여권 신장에 노력했고 페미니스트라고 자칭했기에 더더욱 충격이 큰 것이다. '박원순은 ~'에서 '박원순마저~'가 된 것이다.

고 박시장의 장례가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러진 것을 놓고도 정치권의 논란이 가열됐다. 고소인에 대한 '2차가해'라며 조문 여부를 놓고도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조문·서울시장과 관련 이견은 차치하고도 정의당은 박 시장에 대한 장례가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혜영의원은 "누군가가 용기를 내어 문제를 제기했지만 수사를 받을 사람이 이세상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이 이야기의 끝이 '공소권 없음'과 서울시의 이름으로 치르는 전례없는 장례식이 되는 것에 당혹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류호정 의원도 "존경하는 사람의 위계에 저항 못하고 희롱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당신이 치료와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서야 비로서 고소를 결심할 수 있었던 당신이, 벌써부터 시작된 '2차가해'와 '신상털이'에 꾹꾹 눌러야 겨우 막힌 숨을 쉴 수 있을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위로했다.

고위공직자들의 성관련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하나의 해답처럽 회자 되는 것이 '펜스룰'이다. 미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002년 하원의원시절 "아내를 제외한 여성과 단둘이 식사를 하지않고, 아내 없이는 술 자리에 가지 않는다"는 인터뷰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이는 성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전형적인 방식으로 결국은 여성이 원인이기 때문에 여성을 공적영역에서 없애버리면 이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논리로 볼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들이 성별에 상관없이 평등하게 살아가고 일할수 있는 여건을 만들것인가에 대한 고민없이 무작정 여성과 거리를 두려고 한다면 그것이 바로 차별인 것이다.

고 박원순 시장이 우리에게 남긴 공은 공대로 인정하고 과는 과대로 기록해야만 한다. 남은 우리들이 해야할 일이 많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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