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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서울의 하늘 값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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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서울의 하늘 값은?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08.0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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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서울의 땅값이 높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하늘 값을 계산하면 땅값만큼 높지는 않을 것이다. 좀 우스갯소리 같지만 서울의 하늘 값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저렴한 곳 중의 하나일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좁은 땅에 모여 사는 만큼 오염원들도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하늘은 아무리 맑아도 지방의 하늘만큼 깨끗하지는 않다. 아침에 일어나서 마시는 공기의 질부터 다르다. 시원하고 상쾌한 공기가 시골의 느낌이라면 서울은 왠지 공기 속에서 무게감이 느껴진다. 과거보다 깨끗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다른 지방의 하늘과 비교하면 부족함이 많다.

서울의 땅값은 왜 이리 높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서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주택 사무실 상가 등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리적 환경이 땅값 상승의 요인이다. 최근에는 삶의 질 확보를 위한 자연환경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공원조성을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또한 맑은 하늘을 확보하기 위해 대기 오염원 차단 등 공간적 환경개선 노력도 수천억 원이 사용된다. 그래도 서울의 땅값은 멈추지 않는다.
 
그렇다면 서울의 땅값은 도대체 얼마나 올랐을까? 정확한 통계를 위해 한국은행이 몇 년 전 공개한 자료를 보면 서울의 땅값이 얼마나 많이 올랐는지 알 수 있다.
 
1964년 서울의 땅값은 3.3㎡ 1평당 평균 1000원이었다. 당시 지방의 평균 땅값이 3.3㎡ 1평당 100원이니까 10배 정도 차이가 났다. 50년이 지난 2015년 서울과 지방의 땅값은 어떻게 변했을까? 서울은 3.3㎡ 1평당 1136만5000원으로 무려 1만 배 이상 뛰었다. 이 기간 지방은 100원에서 9만5000원으로 상승해 950배 올랐다.

전국 평균 땅값이 1964년 100원 수준에서 2015년 23만2000원으로 오른 것과 비교해도 서울의 땅값이 얼마나 많이 올랐는가를 알 수 있다. 그 당시 서울에 땅을 사고 집을 사 놓은 사람들은 부자가 됐고 농촌에서 묵묵히 땀 흘리며 일하던 농민들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비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상대적인 박탈감과 소외감이 심하게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농촌보다는 도시로, 도시 보다는 수도권으로, 서울로 몰리게 된 것이다.

역대 정권별 땅값 상승규모를 비교한 것도 화제가 되고 있다. 경실련이 2017년 3월14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의 땅값은 노무현 정권 때 가장 많이 올랐다. 5년 재임기간 동안 무려 3123조원이 올랐다. 다음은 김대중 정권 1214조원, 노태우 정권 1129조원 등이다.

김영삼 정권은 391조원, 전두환 정권 341조원, 박정희 정권 324조원, 박근혜 정권 178조원, 이명박 정권 3조원 등이다. 박정희 정권은 재임기간인 18년 동안 오른 땅값이니 다른 정권과 비교하면 많이 오른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권은 아직 얼마가 올랐는지 평가할 수 없지만 서울의 아파트 값 상승세로 볼 때 적지 않은 수치임은 틀림없다. 땅값 상승은 공시지가 현실화 등이 이유지만 세금 상승과 직결되기 때문에 국민들의 불만도 적지 않게 터져 나온다.
 
문제인 정권에서도 벌써 22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 놓았지만 서울의 아파트 값은 꺼질지 모르고 천정부지로 오른다. 도대체 언제 안정이 되고 서민들도 돈 걱정 없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

정치권에서는 서울의 과밀현상 해소책으로 수도이전을 수차례 검토했지만 현실화 되지는 못했다. 수도이전은 박정희 정권 때 아주 세밀하게 검토됐다. 최근 밝혀진 자료에 따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9년 사망하기 전까지 수도이전 계획을 극비에 부쳐 아주 구체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그의 사망으로 진행되지는 못했지만 후보지 결정의 조건과 중앙정부 국회 등의 이전계획이 세밀하게 포함돼 있었다.

21대국회 들어 또 다시 행정수도 이전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행정수도 이전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인구 집중과 부동산 상승을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대책 없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이유로 행정수도를 옮긴다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땅값이 올라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됐지만 그들이 살고 있는 서울의 하늘은 많이 더럽혀졌다. 정부에서는 집값과 땅값 상승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잃은 지 오래 됐다. 역대정권 누구 하나 성공하지 못했고, 현 정권도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매연과 미세먼지 황사 수질 등 무엇 하나 편하게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오죽했으면 대기오염이 심한 중국에서는 폐 청소를 위해 서울이 아닌 청정지역을 관광하는 상품이 생겼을까. 맑은 하늘은 땅 위에 사는 사람들이 배출하는 오염원이 적어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에는 많은 나무를 심어 대기 질을 정화할 수 있는 산소공급을 많이 해야 한다. 그래야 서울의 하늘 값도 높아질 것 아닌가?
 
‘서울은 땅값이 비싸지만, 우리는 하늘 값이 서울보다 더 비싸다’라는 강원도 청정지역 산소도시 사람들의 의미 깊은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비록 땅값은 서울에 비해 보잘 것 없지만, 하늘 값은 서울과 비교도 안 될 만큼 높다는 것은 청정지역에 살고 있는 그들만의 자부심일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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