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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통즉불통(通卽不痛) 불통즉통(不通卽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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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통즉불통(通卽不痛) 불통즉통(不通卽痛)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08.0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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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2개월이 지났다.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지남에 따라 정치권도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역시나 시끄럽다. 여야는 소통과 협치 보다는 서로가 일방통행을 강행하고 있다.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에 진입했다고 자랑하지만 정치는 도대체 몇 위권인가. 하위권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000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는 4960여 년 동안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나라였다. 우리가 이렇게 먹을 것이 풍부하고 배고프지 않게 된 것도 40여 년에 불과하다. 1980년을 지나서야 끼니 걱정을 하지 않은 나라가 되었다. 굶주림과 가난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치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민주화도 이루어 냈지만 정치인들의 행태는 아직까지 당리당략과 권력욕에 치우쳐 있다.

나라와 국민을 걱정하기 보다는 지나치게 자가당착 중심이다. 오죽했으면 정치 지도자들의 위장전입과 다운계약서 탈세 다주택보유 등이 문제시 되고 있을까. 일반 국민들은 법의 잣대에 따라 엄격히 적용하면서 그들은 일종의 특혜를 받고 있는 것이다. ‘내로남불’이라는 신조어처럼 이러한 위법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장관에 임명되고 고액의 연봉을 받고 있다. 그것도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21대 총선결과 야당은 참패했다. 뚜렷한 정책도 부족하고 대국민 호소력도 부족했다. 시대에 동떨어진 장외투쟁과 단식이 오히려 구태정치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집권당 주요 인사들의 각종 비위에도 불구하고 민심은 야당으로 돌아서지 않았다. 오히려 야당도 똑같다는 목소리가 아니라 ‘야당이 너무 못한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능력 있는 인재 등용도 실패하고 공천을 위한 줄서기가 만연했다.

시대가 변했음에도 올드보이들이 전면에 나서 보기 좋게 참패를 했다. 30~40대의 인재는 형식적으로 당 구성원에 끼워 맞춰지고, 실제는 지도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당을 좌지우지 했다. 국민들의 생각은 젊어지고 신선한데, 국민들의 표를 받겠다는 정당이 오히려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면 결과는 당연한 것 아닌가. 인재를 키워야 한다. 미래인재를 키워 그들에게 자리를 양보할 줄 알아야 한다.

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 253석 중 163석을 얻었다. 미래통합당이 84석, 정의당 1석, 무소속 5석이다. 여당 의석이 제1야당에 비해 거의 더블스코어 수준이다. 비례대표는 47석 중 미래한국당이 19석, 더불어시민당 17석, 정의당 5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 등이다.

결과적으로 범여권은 전체 300석 중 180석이 넘는 사상 초유의 거대여당 천하를 이루었고, 야당은 정반대로 사상 초유의 맥없는 정당으로 추락했다. 워낙 많은 의석수 차이 때문에 힘과 표결에서 밀릴 수밖에 없고 국민의 목소리도 제대로 반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국회 원구성도 더불어민주당이 전체 상임위 18개를 싹쓸이 하면서 슈퍼여당 독주시대를 열었다. 상임위원장 싹쓸이는 12대 국회이후 33년 만이다. 1987년 5월에 실시된 12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은 당시 민주정의당이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까지 싹쓸이 했다.

당시 의석은 전체 274석 중 민주정의당이 147석, 통일민주당 67석, 신한민주당 21석, 무소속 8석 등이었다. 통일민주당은 항의의 표시로 야당 몫인 국회부의장 후보를 내지 않아 결국 12대 국회 임기가 끝날 때까지 야당 몫의 부의장 자리는 공석으로 남게 됐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 2020년에 또다시 벌어졌다. 물론 여권은 원구성에 앞서 야권에 상임위원장 배분을 11대7로 하자고 제안했으나 야권은 법사위원장을 여권이 가져간다면 무의미하다며 이를 거절한 것도 있다. 그래도 협치와 소통을 위해 여야가 형평에 맞게 상임위를 배분해 원 구성을 마쳐야 하는 것이 옳다.

상임위의 여권 싹쓸이로 문제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35조원의 예산안을 단 50여분 만에 심사하는 상임위도 있고, 각종 법안의 단독 심사로 졸속심사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야당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국민이 거대여당을 만들어 줬는데......

통즉불통(通卽不痛) 불통즉통(不通卽痛)이라는 말이 있다. 허 준의 동의보감에서 나오는 말이다. ‘통하면 통증이 없고, 통하지 않으면 통증이 있다’라는 의미다. 이 말은 사람이 병으로 고통 받는 이유는 신체 각 기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체적인 고통도 원인이지만 인간관계가 막히면 심리적으로 고통 받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면 심신이 더욱 힘들다. 인간에게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만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소통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면에서 중요하다.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반대의견을 들어주는 것도 소통의 일환이다.

소통과 불통의 차이는 ‘내 말을 들어주면 소통이고, 내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불통이다’라고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줄 때 소통(疏通)이고,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 주지 않으면 불통(不通)이다’라는 의미와 다르다. 아무리 덩치가 작고 힘이 없어도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함께 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것이 진정한 소통이기 때문이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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