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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멸치를 우린다고 곰탕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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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멸치를 우린다고 곰탕이 되나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08.1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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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1995년 민선시대 들어 전국은 축제개발의 붐이 일었다. 축제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려 보겠다는 의도였다. 각 지역의 역사와 특산품 등을 주제로 시작된 축제는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났다. 자치단체장은 4년의 임기동안 축제를 통해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의 지역경기 부양효과가 있었다며 자랑했다.

짧은 임기 동안 마땅히 보여줄게 없었던 자치단체장들은 가장 쉽게 선택한 것이 축제였다. 본인의 치적을 홍보하기에는 축제가 최고였기 때문이다. 전국은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사계절 어디를 가도 축제를 볼 수 있었고 대한민국은 축제 공화국이 됐다.

축제를 홍보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것도 선거와 직접 관련이 있는 지역주민이 우선이었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많은 주민을 모을 수 있는 것은 유명 가수를 초청하는 일이었다.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를 초청해 분위기를 달구었다. 주민들은 축제를 통해 유명 가수를 구경을 할 수 있었고 세상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축제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식이었다. 평소 보지 못했던 음식점들과 오락시설들이 축제장 주변에 대거 들어섰다. 축제장만 전문으로 다니는 외지인들의 노란 색동천막 부대가 진을 쳤다. 주민들은 여기에서 음식을 사먹었고, 이 돈은 결국 외지 상인들에게 전달되는 ‘지역자금 역외유출’이었다.

축제기간 오히려 지역의 상 경기는 줄고 축제장 주변에 늘어선 외지 상인들의 식당가는 호황을 누렸다. 이러한 현상은 어느 특정지역의 모습이 아니라 전국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지역의 특색이 있는 축제가 아니라 이름만 다를 뿐 축제장 모습은 거의 비슷했다.

축제가 끝난 후 자치단체는 치적 홍보에 열을 올렸다. 축제에 대한 홍보와 평가 보다는 축제에 몇 명의 관광객이 찾았으며, 그로인해 얼마의 돈이 지역에 뿌려졌다고 홍보했다. 실제 내용은 많이 달랐지만 홍보자료는 그렇게 배포됐다.

하지만 축제는 오래가지 못했다. 몇몇 유명 축제를 제외하고 상당수 축제가 빛을 잃고 사라져 갔다. 축제에 대한 언론의 평가도 냉정했다. 축제가 더 이상 자치단체장의 치적으로 홍보하기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됐던 것이다.

1989년 해외여행의 자유화가 시행된 이후 10년을 넘어서면서 여행의 트렌드가 급격히 변했다. 2019년에는 1750만 명의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해외로 나간 한국인은 2871만 명이었다. 단순한 기록만 보더라도 1121만 명이 해외로 더 나갔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해외여행을 가장 많이 한 나라는 미국이고 뒤를 이어 중국 독일 영국 프랑스, 그 다음이 한국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해외여행을 했는지는 기록이 말해주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7위에 랭크됐다. 지난해 일본은 1895만 명이 출국하고 3119만 명이 입국했다. 이 중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은 294만 명이었으나, 한국인의 일본 방문은 753만 명에 달했다. 우리나라 사람이 한해 일본여행에서 쓰는 돈이 무려 7조원에 이른다.

여행수지도 매년 감소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무려 42조37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7월까지 우리나라를 찾은 관광객이 무려 77% 감소했다. 관광업계의 손실만 5조9000억 원에 이르고 있다. 코로나 19의 영향도 크지만 문 닫은 점포 호텔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서울 명동의 경우 호텔객실 이용률이 15%에 그치고, 직원들의 휴직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만8000 여개의 여행사가 있다. 이중 90%가 10명 미만의 작은 여행사이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하나투어는 직원 2300명중 2000명 무급휴직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관광업계 종사자가 모두 26만7000명인데,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실업사태가 발생할까. 상상을 초월하는 부문이다.

민선시대가 출범한지 25년을 넘겼다. 축제와 관광개발로 홍보와 비판을 동시에 받았던 자치단체는 아직도 관광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국민들의 관광패턴은 해외여행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국내 자치단체들은 수백억 원, 수천억 원을 들여 관광지 조성에 주력한다. 결과는 말할 것도 없이 걱정이 앞선다.

우리나라의 공식 관광지는 228개소이다. 국토면적의 0.13%에 해당된다. 해수욕장과 천연동굴 등이 많은 강원도가 41개로 가장 많고 제주도는 15개이다. 관광단지도 전국에 45개나 된다. 그러나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관광지는 얼마나 될까. 민간을 제외하고 공공부문의 관광사업은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역의 특색을 살린 관광개발보다 인근 자치단체에서 성공하면 모방하거나 유사한 것을 따라하는 것이 많다. 그렇다 보니 관광사업은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레일바이크 출렁다리 케이블카 짚 와이어 등이다. 그렇다고 관광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인구감소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관광사업이 결코 우선시 되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멸치를 우려낸다고 곰탕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안 되는 것을 억지로 하지 말라는 뜻이다. 관광개발 사업은 민선시대 들어 이미 검증된 사업이다. 지금까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사업을 추진했다. 그 돈이 어디서 나온 것인가. 모두가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이 돈을 집행하는 단체장과 공무원은 앞으로 깊이 생각할 필요성이 있다. 멸치로는 곰탕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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