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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돌 머리가 잔머리 굴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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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돌 머리가 잔머리 굴릴 때’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08.2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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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어느 사회에 가더라도 지도자는 있기 마련이다. 작은 동아리 모임부터 마을단위로 조직된 각종 단체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조직 등 그 범위와 규모가 너무나 방대하다.

인류는 원시사회부터 추장이라는 부족의 우두머리를 만들었고 도시국가로 발전하면서 나름대로의 지도자를 선출했다. 지금처럼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방식도 있었지만 대부분 물리적인 힘에 의해 지도자가 탄생했다. 아주 오래된 인류의 역사 중에 적어도 20세기 말까지는 이러한 현상이 계속됐다.

군사력을 등에 업은 소수의 사람들이 그 힘을 통해 국가를 지배하고 거대한 조직을 거느렸다. 민주주의가 발달된 요즘에는 군사력보다 숫자라는 힘이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갈등과 분열이 첨예화 된 사회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어려워지자 ‘과반수’를 통해 결정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지도자는 어느 조직이던 상당히 중요한 자리이다. 지도자의 성향과 정책에 따라 조직의 흥망성쇠가 판가름되기 때문이다. 그 조직은 작은 계모임과 동창회도 포함되고 자치단체와 국가의 조직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조직원의 구성원은 회원도 있지만 국민이 될 수도 있다. 구성원 간에 갈등과 충돌 없이 화합하고 단결하는 일은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조직의 우두머리를 잘 선출해야 하고 나라의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선출직 공무원은 수없이 많다. 대통령을 포함해 국회의원 광역의원 기초의원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등이 있다. 국민들을 이들에게 정치인이라고 부른다. 보통 국회의원이나 광역단체장은 대통령을 꿈꾸는 경우가 많고, 기초단체장은 국회의원이나 광역단체장에 도전한다. 그리고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은 기초단체장에 진출하는 사례가 많다. 정치인들의 이러한 이동구조는 한국정치사회 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외국에서도 비슷하다. 좀 더 높은 곳에 올라가려는 인간의 욕심인 듯싶다.

하지만 이들이 원한다고 모두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선거라는 과정을 거친다. 결과는 단 1명이다. 물론 기초의원 선출인원은 조금 다르지만 대부분은 최다득표를 한 1명만이 선택을 받을 뿐이다. 그 과정은 너무나 치열하고 옹졸하기까지 하다. 정당한 절차와 방법이 법으로 규정돼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교묘하고 치졸한 방법으로 자신을 포장한다. 이러한 방법을 동원하는 사람은 대부분 낙선한다. 혹여 당선돼도 오래가지 못하고 중도 낙마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정정당당하게 정의롭게 임해야 하는 것이 바로 선거이다.

어느 한 석학은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정치인은 ‘돌 머리가 잔머리를 굴릴 때’라고 했다. 자신의 당선과 출세를 위해 위선과 가식으로 얼룩진 모습을 그대로 노출하는 정치인이야 말로 진짜 돌 머리이다. 미사여구를 동원해 국민의 귀를 즐겁게 하지만 그의 삶은 정 반대다. 교회에 나가 하나님을 섬기고 성경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척하지만 정작 그의 눈은 촉새의 눈이다. 교인들의 표를 위해 눈치만 살피는 ‘위장교인’이기 때문이다. 그런 방법을 통해 국민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국민들은 절대 속지 않는다.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에서는 자신의 정책을 홍보하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야 하지만 상대 후보를 비하하고 뒤를 캐는 ‘개 같은 후보’도 있다. 마치 수캐가 암캐의 꽁무니를 따라 다니는 격이다. 자신이 왜 정치를 하는가를 망각하고 상대 후보의 흠집만 찾아 뒤를 쫓아다니는 망나니 같은 정치인이다. 이런 정치인은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 일단 의혹만 제기하고 결과에는 책임이 없다. 오죽 했으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다’라고 했을까. 물론 잘 지켜지지 않고 있지만......     

불교에는 업보(業報)라는 것이 있다. 업(業)은 좋지 않은 행위나 결과를 말하며, 보(報)는 그런 행위의 댓가가 반드시 본인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선을 행하면 선의 결과가, 악을 행하면 악의 결과가 온다는 인과응보(因果應報)와 같은 맥락이다. 업에는 3업이 있다. 몸으로 짓는 업을 신업(身業), 입으로 짓는 업을 구업(口業), 마음으로 짓는 업을 의업(意業)이라고 한다. 이 말은 남에게 폭력을 사용하거나 신체적으로 해를 가해서는 아니 되고, 말로서 남을 욕하거나 비방을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남을 해하게 하는 마음을 먹어서도 안 된다는 의미 깊은 내용이다.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업은 반드시 과보를 받는데 그 과보는 전생에서 현생으로, 현생에서 다음 생으로 연결된다고 했다. 그만큼 선한 삶을 살라는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인에게 도덕적 이상주의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정의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과 주변인을 잠시 속일 수는 있다, 하지만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속이면 속일수록 자신은 교만해지고 삶 자체가 피폐해진다.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도 없다.

그리고 표를 얻기 위해, 국민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잔머리를 굴리지 말아야 한다. 잔머리를 굴리는 자체가 돌 머리이다. 부족하면 좀 더 배우는 자세가 좋고, 넘치면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 국민 앞에 선택을 받겠다고 나설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 국민들은 당당하게 정의롭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평가받는 모습을 원한다. 결코 상대를 비방하거나 헐뜯는 모습은 원하지 않는다. 최선의 정책은 정직이다. 정치도 정직하게 해야 빛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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