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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46] ‘우리를 슬프게 하는 DJ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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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46] ‘우리를 슬프게 하는 DJ아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0.09.23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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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호부견자(虎父犬子)가 크게 틀리지 않다. 제명된 채 무소속으로 국회에 남아 정치생명을 이어가고자 한다면 그는 DJ의 아들이 아니다. 정치적 신념으로 갖은 탄압과 사형선고 까지 받아야 했던 아버지의 정신을 아들이 알지 못한다면 정치를 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김홍걸 의원이 지난주에 긴급 최고위원회의 만장일치로 제명됐다. 제명된 그의 한없는 욕심이 안타깝고, 그의 한없는 빈곤이 또 슬프다. 더욱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서술로 그를 설명해야 하기에 또 슬프고 안타깝다.

대한민국이 낳은 걸출한 정치인이자 사상가인 DJ아들로서 그의 욕심은 강물처럼 흐르는 정의감이었어야 했고, 그의 빈곤은 국회의원 세비도 많다고 여기는 청빈한 마음이었을 수는 없었을까하는 안타까움이다.

김 의원에게 제기된 의혹은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윤리성마저 의심케 한다. 때문에 그의  여의도 입성은 개인적 영달이외는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 부와 권력을 함께 소유하고자 하는 개인적 욕망이외에는 그의 정치인 변신을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음이 슬픔이고 안타까움이다.

그는 지난 총선 때 3주택을 신고한 뒤 당의 다주택 처분 방침에 따라 강남 아파트를 정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꼼수였다. 처분의 방식은 매매가 아니라 아들에게 증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술 더 떠서 세입자 전세금을 4억원이나 올린 것도 밝혀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10억원이 넘는 배우자의 아파트 분양권도 누락해 4주택을 3주택으로 축소 신고했다. 그는 분양권 누락 신고에 대해 신고대상인 줄 몰랐다고 발뺌했다. 배우자 소유의 상가 지분도 총선 전후 크게 차이가나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으로 남북경협주식을 보유한 것도 이해충돌 논란을 낳았다.

이 정도면 재주 많은 사업가이지 정치인이 아니다. 정치인으로서 자격이 의심스럽다는 표현이 오히려 과분하다. 오죽했으면 당의 상징적 존재이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민주당에서 상징적 존재의 아들을 최고위원 만장일치로 제명했겠는가.

그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까지 이렇다 할 직업을 가진 적이 없다. 그런 그가 100억원대의 자산가가 된 경위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중에는 재산 출처에 DJ의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다. 때문에 의혹이 더 커지기 전에 민주당이 꼬리 자르기를 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 출신인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대로 지금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은 기다리면 피할 수 있는 소나기가 아니다.

김한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 임기 말에 발생한 김홍걸 의원의 뇌물수수 사건을 떠올리며 “가장 곤혹스러운 일은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를 존경하고 따르던 많은 분들의 실망과 원망”이라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제명된 의원 김홍걸이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그런 아들을 둔 DJ가 안타깝다.

호부견자(虎父犬子)가 크게 틀리지 않다. 제명된 채 무소속으로 국회에 남아 정치생명을 이어가고자 한다면 그는 DJ의 아들이 아니다. 정치적 신념으로 갖은 탄압과 사형선고 까지 받아야 했던 아버지의 정신을 아들이 알지 못한다면 정치를 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김 의원의 앞에는 두 가지의 선택이 놓여있다. 정치인이 되느냐, 자산가가 되느냐의 선택이다. 아깝더라도 모든 재산을 김대중 기념사업회나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 등에 기증하고 용서를 빈 뒤 국회의원 뱃지를 유지하는 길과, 아깝더라도 국회의원 뱃지를 떼고 재산을 유지하는 길이다.

어쩌면 그리 어려운 선택만은 아닐 수 있다. 어차피 이렇다 할 직장생활을 한 것도 아니고 발품을 팔아 뱃지를 단 것도 아닌 바에야 재산도, 국회의원도 노력이상의 과분이라 여긴다면 선택은 더욱 간단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공정은 촛불혁명의 정신이며, 다 이루지 못할 수는 있을지언정 우리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공정’을 서른일곱번이나 언급했다.

대통령이 말한 ‘공정’은 누구에게나 타당한 보편적 가치이지 개인에 따라 달라지는 개별적 가치가 아니다. 김홍걸 의원이라 하여 다르지 않기에 국민들은 그에게 ‘공정 한가’라고 묻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을 위해서도, 민주당을 위해서도, 국민을 위해서도, 그리고 무엇보다 아버지인 DJ를 위해서도 김홍걸 의원의 결단이 필요하다.

독일시인 안톤 슈나크는 저 유명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이라는 수필에서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나 ‘자동차에 앉은 출세한 부녀자의 좁은 어깨’에서만 슬픔을 느낀 것이 아니라 ‘무성한 나무 에 떨어지는 백설’도 슬프게 한다고 했다. 그가 요즘의 세상을 본다면 ‘마스크를 쓴 어린아이’나 ‘중고시장의 새것 같은 집기’뿐만 아니라 ‘100억원대의 자산가에 국회의원까지 된 DJ의 아들도 우리를 슬프게 한다’라고 썼지 않을까 싶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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