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문제열의 窓] 우울한 추석을 뜻깊게 보내는 방법
상태바
[문제열의 窓] 우울한 추석을 뜻깊게 보내는 방법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0.09.24 09: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이 찾아 왔다. 추석하면 우리는 한 해 동안 힘들여 지은 곡식을 거둬들이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풍년을 감사했다. 고향을 떠난 모든 사람이 극심한 교통정체에도 불구하고 찾아와 그간의 안부를 주고받는다. 북한에 고향이 있는 실향민들은 임진각, 통일전망대 등 북녘이 보이는 곳에 가서 차례를 지내고 애한(哀恨)을 달래곤 한다.

추석음식으로는 뭐니 뭐니 해도 햅쌀로 지은 밥과 송편을 빼놓을 수가 없다. 온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송편을 빚어 솔잎을 깔고 쪄서 참기름을 발라 내놓으면 풍성함이 절로 느껴져 온다. 여기저기달린 사과와 배, 감도 따먹고, 뒷산서 밤도 줍고, 그리운 고향 생각에 밤잠을 이루지 못할 때이다. 그러나 올해의 추석풍경은 전례를 볼 수 없을 만큼 다른 모습이다.

대규모 인구 이동에 따른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우려돼 정부에서는 국민들에게 고향과 친지 방문을 자제하고 집에서 명절을 보내도록 권고(勸告)하고 있다. 농촌 어르신들은 ‘비대면 추석’ 분위기까지 조성되면서 떨어져 있는 가족을 보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외로움만 더욱 깊어져 가고 있다. 고향을 찾지 못하는 자식은 남쪽 하늘만 물끄러미 처다 보며 향수(鄕愁)에 적는다.

올 추석은 재해와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농업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FTA체결로 인한 농산물수입증가,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소비위축, 4월 냉해, 5월말과 6월초에 때 아닌 우박, 유례없는 긴 장마에 이어 연이은 태풍으로 깊은 시름에 빠져있다. 농경지 유실과 침수, 쓰러짐은 물론 수확을 앞둔 사과·배 등의 낙과와 각종 농작물 병충해로 한 해 농사를 망친 것이나 다름없다. 코로나19 여파로 학교의 졸업식과 입학식이 취소되어 화훼농가들이 직격탄을 맞았고, 휴교와 사회적 거리 두기로 학교급식이 중단되면서 학교급식용 친환경농산물 생산농가들이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생활은 점점 어려워지고만 있고, 풍성한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우울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 농업인들은 정부의 추석 성수품 수급대책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매년 반복적으로 배추, 무, 사과, 배, 소고기, 돼지고기 등 10~16대 성수품을 정해놓고 오직 추석물가가 비싸다는 전망만 내놓고 낮추는 대책만 강구한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는 냉해, 수해, 태풍 등 기상재해가 심각해 생산량이 감소하여 적은 물량이 나올 것으로 이미 예고가 돼 있는데도 ‘농산물 값이 비싸다는 문제’로만 귀결하고 있다. 농산물 생산에 드는 비용은 감안하지 않고 가격 낮추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적정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도 우리 농업인들은 불만은 불만일 뿐 망가진 논밭을 정비하고 쓰러진 곡식을 세워 최대한 살리면서 과일을 수확해 추석 대목을 준비하느라 분주할 뿐이다.

한편, 지난 18일 농촌진흥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장거리 이동이 제한되면서 추석에 차례를 지낸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44.5%로 전년보다 10%포인트 감소했다. 문제는 ‘과일 선물을 안 하겠다'는 응답이 절반이상(51.1%)을 차지한 가운데 과일 대신 현금이나 상품권, 건강식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예년의 경우 포도, 사과, 배는 추석 전후에 소비되는 비중이 아주 높은데 올해는 구매의향이 낮게 나타나니 추석 대목장에 희망을 거는 과수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올 추석 농수산물과 농수산가공품의 소비 진작을 위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 법의 선물 허용가액을 기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한시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농축수산물 팔아주기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모든 기관·단체·기업체에서 우리 ‘신토불이(身土不二) 농축수산물 선물 나누기’를 적극 추진해 주었으면 한다. 정도 나누고 농가 시름도 덜어주니 한가위 달 만큼 우리의 마음도 풍성해 질 것이다. 이것만으로는 사상유례가 없는 코로나19와 기상재해로 큰 피해를 입은 농업·농촌을 회생시키는 데는 역부족이다.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전통시장에 대한 정부 지원만큼 농업·농촌경제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지원 대책도 있어야 하겠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