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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해상 피살 남북 공동조사로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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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해상 피살 남북 공동조사로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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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2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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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21일 오후 서연평도 남쪽 1.2마일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을 해상에서 무자비한 총격으로 숨지게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사건과 관련,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북한 당국의 조치를 촉구했다.

국회 국방위소속 여야의원들도 북한의 도발행위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등 북한에 대한 분노가 들끓었다. 해상 업무를 수행하던 서해 어업지도선 해양수산서기 A(47)씨가 이날 오후 10시쯤 북한의 총격을 받고 숨졌는데, 그 주검을 훼손까지 하는 반인륜적 만행을 저질렀다.

국방부는 다양한 첩보를 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안에서 발견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운 만행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국방부는 북측의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상이 중대한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서해상 실종 공무원의 피살 사건과 관련 북측에 추가 조사를 요구하기로 하고 필요하다면 공동조사도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25일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회의는 북측 통지문에 나온 사건 경위와 국방부 등 우리 정부가 파악한 정보 간 차이를 분석하는 자리였다. 논의 결과, 먼저 전날 북측에서 온 통지문에서 밝힌 사건경과와 우리 측 첩보판단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계속 조사해서 사실관계를 규명해 나가기로 했다. 청와대는 북측에 추가 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필요하다면 북측과의 공동 조사도 요청하기로 했다.

아울러 청와대는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서해상 감시 및 경계 태세를 더욱 강화하는 조치를 시급히 취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우리 정부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개 사과를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한 민간인 사살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공개 사과 메시지를 내놨다. 남한 실종 공무원이 서해상에서 사살됐다거나 이와 관련해 국제사회 여론이 악화하자 김 위원장이 직접 “대단히 미안하다”며 사과했다는 사실은 북한 대외선전 매체들은 다루지 않았다.

북한 통일전선부는 전날 청와대에 보낸 통지문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하며 “가뜩이나 악성 바이러스 병마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통지문이라는 공개적인 형식으로 대남 사과를 한 것은 보기 드문 이례적인 내용이다. 전통적 우방인 중국에 사과한 것을 보도한 전례는 있지만 이번에는 김 위원장이 남측에 고개를 숙이는 모양새라 알리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편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여당을 향해 “‘김정은 찬스’로 이번 사태를 무마하려 시도한다면 더 큰 국민적 공분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26일 서해상 실종 공무원이 북한군의 총격으로 살해된 사건과 관련, 남북 공동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청와대가 북한 눈치를 보느라 발표시간을 끈 것 아니냐’는 지적에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생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굉장히 예민한 분”이라며 “일부러 늦추거나 그랬을 리는 없다”고 밝혔다.

남측 민간인이 북한지역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것은 2008년 금강산에서 있었던 고 박왕자 씨 피격사건 이후 12년 만이다. 진상이 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건은 국민의 생명권 보호라는 국가 책임의 측면에서든, 인도주의적 측면에서든 그냥 넘길 수 없는 중대 사안이다.

남북 관계에 미칠 직·간접적 영향도 우려되고 있다. 고 박왕자 씨 사건 때와는 사건 성격이나 한반도 주변 상황 등 제반 여건이 다르고, 어렵사리 불씨를 살려가고 있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A씨가 신발을 벗어 놓고 사라졌고,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로 부유물 위에서 발견됐다는 점을 들어 월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한다. 아직은 A씨가 배에서 스스로 뛰어내렸는지 아니면 모종의 외력이나 실족 등 다른 요인에 의해 불가항력적으로 떨어진 것인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는 지금까지 명백하게 드러난 사실이라도 우선 국민에 소상히 설명하고, 남북 공동조사로 정확한 진상 규명을 위해 노력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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