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박해광의 세상보기] 인(仁), 의(義), 예(禮), 지(智)를 다하면 신(信)이 된다
상태바
[박해광의 세상보기] 인(仁), 의(義), 예(禮), 지(智)를 다하면 신(信)이 된다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0.10.06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해광 경기민주넷 회장/ 前 경기 광주시의회 부의장

신뢰(信賴)의 사전적 의미는 ‘굳게 믿고 의지함’이라고 되어 있다. 신뢰를 뜻하는 영어 단어 ‘트러스트trust’의 어원은 ‘편안함’을 의미하는 독일어의 ‘trost’에서 연유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신뢰한다는 것은 믿고 의지하며 편안해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뢰는 늘 대상이 존재한다. 신뢰하는 자와 신뢰받는 자가 있다. 신뢰를 주는 쪽은 언제나 배신의 위험을 고려한다. 결국 신뢰한다는 것은 배신의 두려움을 떨쳐내는 것이고 그것 때문에 편안해 질 수 있는 것이다.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부는 국민이 ‘정부를 믿고 의지하며 편안한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신뢰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누구든지 어느 날 갑자기 배신(背信)의 의구심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모습, 즉 말과 행동에 의해 결정된다. 신뢰의 대상이 기대대로 행동하고 또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예측이 될 때 신뢰는 만들어진다. 그 반대의 경우라면 불신(不信)이 싹트게 된다. 신뢰는 인(仁), 의(義), 예(禮), 지(智)에 최선을 다하면 그 다음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또한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의 기초이념인 공정, 정의, 평등의 가치가 꾸준하게 잘 실천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국민의 신뢰가 달라진다. 신(神)이 아닌 이상 사람은 그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다. 본의 아니게 실수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도와 다른 결과가 초래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신뢰를 유지하는 길은 오로지 정직(正直)과 솔직(率直)한 고백뿐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인천에 산다는 평범한 30대 가장이 쓴 상소문 형식의 ‘시무7조’라는 장문의 글이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그 내용은 현 정부에 대한 의구심을 표현한 것이었다. 형식과 문장의 수려함에 이끌려 세간의 관심을 끈 점도 있겠지만 그 내용에 공감을 한 국민이 다수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정권 후반기에는 늘 있을 수 있는 일로 가볍게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한다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줄어드는 것을 방치하는 일일 수 있다. 왜 이러한 해학적 글이 관심을 모았는지 하는 것에 대한 변명에 몰두하기 보다는 그 글이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서울에는 4대문이 있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서울을 수도로 결정하며 동서남북 방위마다 만든 문이다. 조선 건국이념의 바탕이 된 성리학(性理學)에 기초하여 인(仁), 의(義), 예(禮), 지(智)의 뜻을 담아 문의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동쪽에는 흥인지문(興仁之門), 서쪽에는 돈의문(敦義門), 남쪽에는 숭례문(崇禮門), 북쪽에는 홍지문(弘智門) 이다.

어질고, 정의롭고, 품격을 드높이고, 슬기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위정자(爲政者)의 의지가 4대문 이름에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4대문의 한 가운데에 동종(銅鐘)의 두는 종각인 보신각(普信閣)을 세워 불신(不信)이 아닌 신뢰(信賴)의 세상, 다시 말해 국민이 위정자를 믿고, 위정자가 국민을 믿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뜻을 심었다. 지금으로부터 625년전인 1395년에 말이다. 국왕과 함께 국민의 민생을 살피는 공직자들은 부지런히 일하겠다고 다짐하는 의미로 그들이 일하는 곳의 명칭도 근정전(勤政殿)이라 칭했다.

참으로 고개가 절로 숙여지며 존경의 마음이 우러나오는 애민(愛民)의 정신이 느껴진다. 이러한 애민의 철학을 내 나름대로 해석하자면 믿음(信)이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공직자가 부지런히 일하는 가운데 그 정책이 국민에게 이로우며 정의로워야 하고, 공직자는 무릇 높은 품격을 갖추고 슬기롭게 정책을 펼치면 국민의 신뢰는 자연스럽게 그 가운데에서 생겨난다”는 가르침이라고 말하고 싶다. 덕(德), 정의, 품격, 슬기 4가지 중에 한 가지만 부족해도 국민의 신뢰는 얻기 어렵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아들 서모씨가 군대생활 중 받았던 휴가의 특혜(?)논란으로 정가(政街)가 한창 시끄러웠다. 병역은 국민의 4대 의무이며, 대한민국의 건강한 남자는 군대를 가야한다. 나도 경기도 연천의 태풍부대에서 3년간 군 생활을 했다. 내가 군인이던 시절만 해도 소위 ‘빽’이 통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시절이 아니다. 더구나 공정, 정의, 평등의 가치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가고 있지 않은가. 사실과 진실은 엄정하고 공정한 검찰수사를 통해 밝히면 된다. 상대를 헐뜯고 흠집 내는 행위로 내가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박해광 경기민주넷 회장/ 前 경기 광주시의회 부의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