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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광의 세상보기] 우연(偶然)과 오해(誤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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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광의 세상보기] 우연(偶然)과 오해(誤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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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1.0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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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광 경기민주넷 회장/ 前 경기 광주시의회 부의장

일이 당초에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우연(偶然)’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우연에도 인과관계(因果關係)가 존재하는데 우리가 그것을 파악하지 못해 우연이라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일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우연이 발생하면 그것으로부터 또 다시 다른 인과관계가 만들어져 당초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하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대개 이렇게 우연이 개입하는 과정에는 ‘오해(誤解)와 편견(偏見)’에 사로잡혀 혼돈(카오스 chaos)에 빠지기도 한다. 여러 번의 우연과 그로 인한 인과관계, 그 과정에서의 오해와 편견, 또 다시 우연... 이쯤 되면 너무 복잡하게 얽혀져서 무엇이 사실이고 진실인지, 누가 내편이고 적군인지 구별이 어려워진다.

검찰개혁은 문재인정부의 개혁과제 가운데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많이 앞서 있는 과제다. 촛불정신을 따라 설치됐던 박영수 특검의 멤버이던 윤석열 검사는 “살아있는 권력에도 굴하지 말고 검찰개혁을 추진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받으며 2019년 7월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당시에 여야의원은 물론 대다수 국민들 모두가 그가 검찰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갈 인물이라고 생각하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고 생각된다.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원은 그에게 강력한 반대의견을 제기했고, 여당의원은 그에게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1년3개월이 지난 2020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장의 모습은 그 때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줬다. 여야의원의 입장을 180도 맞바꾼 모습이었다. 그동안 여러 사건을 거치면서 상황이 너무 복잡하게 얽혀져서 피아(彼我)를 분간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다다른 것 같다. 여러 번의 우연과 오해와 편견이 당초 의도와는 다른 작금의 상황을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희대의 금융사기극이라 불리우는 라임, 옵티머스 사건도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라임사태는 약 1조5천억원 규모의 투자자금이 투자자에게 환매지급이 불가능한 상황이 된 사건이다. 펀드를 팔 때 원금손실에 대한 중요약관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한 것과 투자자들의 자금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아 투자한 것이 투자자에게 약속한 수익률보다 낮아 결국 부실운영의 늪에 빠져 환매중단에 이르게 된 사건이다.

당초에는 투자수익을 잘 내서 투자자에게 이익을 배당하고도 남길 의도였는데 의도와 다르게 되어버린 사건이다. 물론 중간 과정에서 이미 부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계속해 투자자를 모으는 사기행각을 저질러 피해를 키운 악의적인 의도도 겹쳐있다. 그런데 옵티머스 사건은 라임사건과 조금 다르다. 옵티머스는 당초에 투자자들에게 공공기관의 우량 채권에 투자를 한다고 해놓고는 한 번도 그렇게 투자를 한 적이 없었다.

한마디로 처음부터 사기를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다르다. 우량 채권에 투자한다고 모은 돈을 옵티머스 대표가 주식을 하는 등 사적으로 쓰고, 자신들이 회사를 여러 개 차린 뒤 그 기업들의 사모사채를 사들이는 이중 사기극을 펼친 것이다. 펀드를 기획·설계·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임원들이 유령회사 등을 차려 펀드에 투자한 자금을 빼돌린 것이고 그 돈으로 정치권, 금융당국 등에 로비를 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이 두 개의 사건이 여야정치인에 대한 뇌물, 검찰의 특혜수사, 금융감독원의 부실감독 등의 의혹으로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이 사건에도 우연이 개입되었을 수 있고, 그로 인한 오해와 편견이 복잡하게 뒤얽혀 있을 개연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만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 :  ‘늘이는 자’ 또는 ‘두드려서 펴는 자’를 말한다.

그는 아테네 교외의 케피소스 강가에 살면서 지나가는 나그네를 집에 초대하여 데리고 와서 자신의 쇠침대에 눕히고는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다리를 잡아 늘이고 길면 잘라 버린 인물)와 같은 인물이 지금도 존재한다면 아무리 복잡한 사건이라도 ‘그의 쇠침대’를 통해 단순,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에게 똑같은 쇠침대 수법으로 프로크루스테스가 죽임을 당한 것을 볼 때 쇠침대 기준은 그다지 오래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억지는 오래 지속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두 개의 금융사기극과 연계된 추가 의혹과 이슈를 들여 다 보면서 불현 듯 명심보감(明心寶鑑)의 한 구절이 생각나 적어본다. 경목지사(經目之事) 공미개진(恐未皆眞), 배후지언(背後之言) 기족심신(豈足深信) 눈으로 본 것도 진짜인지 두려운데, 등 뒤에서 한 말을 어찌 깊게 믿을 수 있을까?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박해광 경기민주넷 회장/ 前 경기 광주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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