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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그래도 살맛나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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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그래도 살맛나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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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1.1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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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구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생활안전계장 경정

“내가 어려움에 빠진 누군가를 도와주면 내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누군가 나를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은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중요한 요소이다. 미국의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넘은 이를 호혜성의 규범이라 부르며 민주사회의 발전을 위한 사회적 자본의 하나라고 했다.

그는 ‘혼자서 볼링’이라는 저서에서 볼링동호회 숫자가 줄고 혼자 볼링 치는 사람이 늘수록 사회적 자본이 감소된다고 하며 미국 민주주의의 쇠퇴를 설명한다. 지역의 공동체 치안 담당자로서 최근 1인가구의 증가 ‘혼밥’ 등의 현상을 볼 때 우리나라도 사회적 자본이 예전 같지 않고 공동체 의식 또한 약화되지 않았을까 염려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지난 여름 우리나라를 덮친 많은 태풍과 집중호우라는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직은 호혜성의 규범이 강하게 살아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창 마스크 구하기가 어려워 정부에서 마스크 공급을 관리하기 시작할 무렵인 지난 3월 16일 마스크 7장이 담긴 택배가 일산동부경찰서 마두지구대에 도착한 것을 시작으로 엄마 손을 잡고 온 유치원생, 장학금을 받아서 보답하고 싶다는 중학생, 기초수급이 끝나서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는 기초수급자, 한국에 와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중국인 노동자 등 많은 시민들이 지구대와 파출소에 마스크를 놓고 갔다.

이런 마스크 기부는 마스크 공급이 안정을 찾은 4월 중순까지 이어졌으며 경기북부에서만 총 58건  3,112개에 이른다. 많은 분들이 “나도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아서” 라고 이야기했고 마스크를 어려운 분들이나 경찰관들이 사용하길 원했으며 경찰에서는 전량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했다. 이를 통해서 우리 사회는 아직 서로에 대한 믿음이 충분히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많은 시민들이 경찰을 공권력의 집행자로 인식하기보다 제복 입은 시민 즉, 공동체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한편 지난 8월 5일 의정부경찰서 신곡지구대 소속 고진형 경장은 폭우로 물이 불은 중랑천 급류에 의식을 잃은 채 떠내려가는 8세 아동을 발견하고 물속으로 뛰어 들어 건저 낸 후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여 구조했다. 고경장에게 많은 시민들의 응원과 칭찬이 쏟아졌으며 나 또한 동료의 한사람으로서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이런 고귀한 용기와 헌신을 통해 시민들에게 “내가 어려울 때 누군가 나를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이 더해지길 소망한다. 그것이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힘이고 고경장 관련 기사의 댓글에서 많은 시민들이 이야기했던 ‘살맛’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더믹이 장기화되어 “with 코로나”로 접어드는 이때 타인을 배려하고 서로 신뢰하는 ‘살맛’이 우리가 그렇게 기다리는 백신이나 치료제보다 강력한 방패가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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