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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올해 마무리는 한국산 와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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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올해 마무리는 한국산 와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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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2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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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최근 한 유투브 방송에 과거 저가(低價) 양주의 대명사였던 ‘캪틴큐’가 소개된 적이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마시면 12월 26일에 깨어하는 전설의 술이라며 출연자들이 어떤 맛인지 궁금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예전 생각에 웃음이 났다. 외국산 술이라면 다 양주라며 귀하게만 여겼던 시절, 저가 대중 양주를 표방하며 동네 가게에서도 팔았던 캪틴큐는 1980년 출시 첫해 1천만 병이 팔리는 등 큰 인기를 누렸지만 가짜 양주의 원료로 쓰인다는 누명을 쓰고 2015년 생산을 중단했다.

이런 위스키 형태의 양주 말고도 국산 와인의 역사도 이야기 거리가 많다. 유럽에서는 ‘포도로 만든 발효주’만을 와인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포도는 물론이고 머루, 사과, 감, 복숭아 등 다양한 과일주를 와인으로 인정한다. 포도를 발효해 만들면 ‘와인’이라 하고, 다른 과일을 발효해 만들면 과일 이름을 붙여 ‘머루와인’, ‘사과와인’ 등으로 부르는 이유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우리나라 최초의 와인은 1968년 ‘선리포트와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일본 산토리사와 합작으로 한국 산토리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대전광역시 월평동에 포도주 공장을 세워 와인의 상업적 생산이 시작되었다. 1973년 동양맥주는 경상북도 경산에 포도원을 조성하고 1977년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있는 ‘마주앙'을 출시했다. 마주앙은 순수 우리말로 ‘마주앉아 즐긴다. 나눈다.’는 의미를 갖는다. 한국산 와인은 1980년대까지 그야말로 초유의 전성기를 누렸지만 1987년 와인의 수입자유화 조치와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와인 수입액은 2억5925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가정에서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소비가 급성장했다. 지난 11월말까지 이마트의 와인 누적 매출액은 약 1100억 원, 판매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0.6%로 역대 최대치이고 ‘와인' 단일 품목으로 사상 첫 매출액 1000억 원 이상을 돌파했다. 사실상 이마트에서 올해 와인 매출액은 우유나 맥주보다 많다고 한다. 가격이 많이 저렴해졌다는 것도 와인 성장에 큰 요인인데 1만원 미만의 다양한 ‘가성비(價性比)' 와인이 시장에 나오면서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그런데 이런 국내 와인시장에서 한국산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3%에 불과하다.

이렇게 큰 시장을 고스란히 수입산에 의존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안타깝다. 한국산 와인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을 주도했으면 한다. 한국산 와인은 만들어진지 50년이 채 안되었기에 몇 백 년 이상의 기술과 역사를 가진 외국산 와인과 비교하기에는 어렵다. 와인하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칠레, 미국산 등지의 외국산에 매료(魅了)된 소비자의 인식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사실 최근에 만들어진 한국산 와인은 새로운 주조용 국산 포도품종을 사용하거나 품종간의 브랜딩(Branding)을 통해서 맛을 향상시켰고, 당도를 높이기 위해 과즙을 얼려 단맛을 내거나 포도를 반 건조 상태로 해서 만드는 등 다양한 방법과 고급기술로 품질을 높이고 있다. 기계적으로 측정 분석하면 성분, 원료, 발효, 숙성 등도 외국산 와인과 비슷하다. 테이스팅(Tasting;시음평가)을 하면 맛, 향기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오히려 좋은 평가를 받는 한국산 와인도 많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00여개의 와이너리(Winery)에서 800여종의 와인을 생산․유통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파주 산머루와인, 예산 사과와인, 대부도 그랑꼬또와인, 영동 여포의꿈와인 등 우수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와인의 종주국이라 자칭하는 프랑스 와인도 시작은 프랑스 지역이 아니다. 성서에서 말하는 중동 지방이었고, 이집트가 그 출발이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좋은 원료로 한국인의 기호에 맞는 기준을 마련하고, 한국 음식에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면 성공할 수 있다.

12월은 1년 중 가장 와인이 잘 어울리는 달이다. 크리스마스와 송년회를 가족과 함께 하면서 와인 한 잔 하는 것은 어떨까.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한해 한국산 와인 ‘마주앙’을 미사주로 사용했듯이 올해의 끝은 근사한 한국산 와인으로 마무리하며 희망찬 새 꿈을 펼치기를 염원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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