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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우리 농업이 세계로 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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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우리 농업이 세계로 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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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27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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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우리 농업은 시장개방과 국제경쟁을 피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국내시장에서는 FTA 등 시장개방으로 인해 값싼 외국농산물과 경쟁을 해야 하고, 국제시장에서는 생산여건과 기술이 뛰어난 다른 나라의 고품질 농산물과 경쟁을 해야 한다. 결국 우리 농업이 시장개방과 치열한 경쟁의 파고를 넘기 위한 최선의 전략은 우리의 강점을 극대화하여 새롭게 열린 세계시장에 당당히 도전하는 길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강점은 무엇일까? 우리에게는 미국이나 중국, 브라질 같은 넓은 땅이 없다. 베트남처럼 1년 내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후도 없다. 결국 남은 길은 어느 상품과도 경쟁이 가능한 고품질 일류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생산․공급할 수 있는 품종 개발과 첨단농업기술보급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고품질로 평가되고 있는 아끼바레(秋晴)·고시히카리(越光) 쌀, 신고(新高) 배, 후지(藤;ふじ, 富士) 사과 등 주요 농산물 품종은 모두 일본에서 도입한 것이다. 더욱 우리 품종개발과 첨단농업기술보급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농업기술개발과 연구는 시장경쟁력이 있는 농산물을 개발하거나 재배기술을 개량해 농가소득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는 농산물 개발과 첨단농업기술보급이 필요하다. 

먼저 품종개발은 세계인의 기호(嗜好)에 맞춰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배의 경우, 우리나라는 즙이 많은 대과(大果)를 깎아 먹는 반면 미국에서는 껍질 채 먹으며, 유럽인들은 즙이 적고 당도가 높고 향이 있는 중소과(中小果)를 선호하는 식문화(食文化)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포도는 재배기술의 발달로 당도가 매우 높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인기가 좋은데 현지 소비자들은 포도에 씨가 없었으면 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국 배, 포도 등 농산물의 수출이 지속적으로 가능하기 위해서는 국제시장에서 원하는 품종의 신속한 개발이 필요한 것이다. 

품종개발이 이뤄졌다면 신속한 기술보급으로 이어져야 한다. 네덜란드는 농업기술연구기관이 지역별 시험연구에 특화돼 있어 농업인이 원하는 기술과 지도가 유기적으로 잘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 교육, 기술지도의 밀접한 상호협력은 농업인으로 하여금 전 세계 모든 소비자가 원하는 새롭고 품질 좋은 농식품을 생산할 수 있게 함으로써 세계 2위의 농식품 수출 강국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농업기술이 현장에서 활용도가 낮은 이유는 농업기술 조직이 전국적으로 일률적이어서 지역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안성·화성의 포도, 보성 녹차, 고창 수박, 해남 배추, 청송․영양고추 등과 같이 주산단지에는 그 지역에 특화된 기술연구가 이루어져야 하며 연구 성과는 즉시 생산자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농업기술 교육의 경우 교육 내용이 전국적으로 유사하고 그 깊이도 개론 수준이며, 1년 중 특정 시기에 집중돼 있어 농업인에 대한 교육 효과가 극히 저조한 원인이 되고 있다. 

더욱이 간과해서는 안 된 일이 있는데 지금의 우리 농업인들은 품목별로 매우 전문화되어 있고, 농업에도 4차 산업혁명 첨단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토지와 인력에 의존하던 농업에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ig Data), 인공지능(AI) 등이 결합되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생산 가능한 농업으로 진화 중인 것이다. 이렇게 농업속으로 들어온 첨단기술은 지난 반세기 동안의 변화보다 훨씬 더 큰 변화를 가져다 줘 생산부터 소비까지 농업의 모든 과정을 환골탈태(換骨奪胎)시킬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농업기술교육은 이런 농촌의 현실을 감안해 더욱 과학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우리 농업이 세계로 진출하려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명확한 업무 분담이 필요하다. 농촌진흥청은 국내외 시장에 구별되는 적격한 농산물의 품종개발과 첨단 농업기술의 연구에 매진해야한다. 지방정부의 농업기술원은 농촌진흥청과 중복되는 연구 활동을 지양하고 지역특화작목 개발, 농업인들에게 첨단기술보급과 교육에 전념하는 식으로 구조가 개편돼야 한다는 것이다. 각자 자기가 잘하는 것을 극대화하면 우리 농업도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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