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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6년 끌어온 하수처리장 증설 공방 이제 끝낼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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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6년 끌어온 하수처리장 증설 공방 이제 끝낼 때 됐다
  • 박희경 지방부국장
  • 승인 2020.12.2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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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경 지방부국장

지난 1990년 지방자치법 시행으로 부활한 지방자치제로 인해 주민을 대표하는 광역 또는 기초의회가 활동하고 있다. 국민을 대표하고, 대리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국회와 차이는 없지만, 그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습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특히 기초의회의 경우는 정기회를 비롯한 심의, 감사 등 각종 활동에서 보여주는 일부 의원들의 행태는 수준 미달이거나, 역할 혼란에 빠져있음을 우리는 여러 사례들을 통해 봐왔다.

의회에서 의원의 질문은 집행부의 정책에 관한 질문이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저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과시용 또는 정치적인 연설과 수사에 불과해서는 안된다.

최근 포항시의회의 경우, 일부 의원의 소신과 원칙 없는 무책임한 발언으로 인해 끊이지 않는 자질 논란과 함양미달 문제가 불거지면서 기본소양조차 갖추지 못한 의원들에게 시정 감독을 맡겨야 하는 시민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그중 한 사례를 들어보자. 포항하수처리장 생물반응조 개선 사업. 포항하수처리장 증설문제다. 6년간을 끌어온 이 문제로 인해 포항시의 전반적인 행정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 사업은 13년 전인 지난 2007년에 포항시가 남구 상도동에 하루 23만2천㎥의 오수를 처리할 수 있는 하수처리 생물반응조를 설치했지만, 2012년 환경법 시행규칙 강화에 다라 동절기 하수의 수질이 기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2015년부터 6차례나 과태료 및 행정처분을 받았다.

이에 포항시는 2017년 예산에 470억 원(국비 235억 원·도비 49억 원·민자 186억 원)을 수립해 생물반응조 증설을 추진했으나, 시의회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시작된 공방이 5년 6개월 이라는 세월동안 표류를 거듭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포항시는 시민들의 환경권 보장을 위해 하수처리장 증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한 시의원은 지난 6년 가까이 미생물 투입 농도, 운영상 문제, 기업 특혜 등 증거도 없고, 대안도 없는 각종 문제와 의혹만을 제기하며 의결을 미뤄왔다. 일부 공무원들의 입에서 시의회가 시정 발목을 잡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사명감인지 집착인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그나마 지난 10월 시의회 본회의 직접 안건 상정을 통해서 겨우 시의회 문턱을 통과했지만 앞으로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 문제를 끊임없이 물고 늘어지고 있는 한 의원이 최근에도 미생물 투입 농도 등 각종 의혹에 대해 포항시를 상대로 줄기차게 검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의 공방이 계속된다면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시민들의 피해가 가장 크다는 점이다. 시민들이 받아야 할 행정서비스에 투입되어야 할 행정력이 다른 곳으로 낭비되면서 시민들은 알게 모르게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포항시가 주장하는 환경권으로부터의 보장도 지난 6년간에 더해 앞으로도 얼마동안은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셈이 됐다.

특히 이 사업의 부진 여파로 포항시는 향후 복지예산과 SOC 예산 확보 경쟁에 적색등이 켜졌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가지 사업이 지연되면서 정부 신뢰도 하락으로 예산확보가 어렵게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이 떠안게 된다.

또한 포항시 공무원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해당 의원은 지난 5년 6개월간 이 사업과 관련해서 시정 질문 6회에 서면질문 28회, 간담회 보고 17회와 함께 행정사무감사 보고 3회와 관련 서면질문 28회를 했고, 이를 위해서 포항시가 제공한 자료는 일반 서적 4권 분량에 해당하는 1,000페이지에 달해 이를 준비한 공무원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시의회가 입은 피해도 만만치 않다. 시의회 고유 기능인 집행부 견제를 넘어서 특정 의원이 소신과 고집을 구분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면서 이런 수준의 시의회가 어떻게 시의 예산 책정과 정책을 감시할 수 있겠는가? 하는 분노의 안타까움이 쏟아지고 있다. “잘 알지도 못하고 공부도 안하는데, 고집만 부린다.”는 비난을 받으며 스스로 자신의 위상을 떨어뜨린 것이다.

‘4차 산업시대’, 하루가 멀다 하고 급속도로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행정의 환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포항시정은 특정 시의원의 고집과 집착으로 시정의 세 축이 모두 피해를 입으며 적어도 이 분야에서 만큼은 한발자국도 앞으로 치고나갈 수가 없었다.

2020년 한해는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중에도 하나씩 둘씩 이를 극복하며 새로운 도약의 역사를 써가고 있다. 이는 그만큼 우리 사회가 ‘나’가 아닌 ‘우리’를 생각하고,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이기에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2021년은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시행 된지 3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다. 지방의회에 더욱 막중한 책임감과 역할을 요구하고 있음을 무겁게 받아들여야하는 나이가 됐다는 말이다. 구시대적 틀에 벗어나야 한다. 더 이상은 이 같은 지적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모든 가정에 만사형통(萬事亨通)의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전국매일신문] 박희경 지방부국장
barkhg@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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