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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코로나19, 우리 모두 승리자가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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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코로나19, 우리 모두 승리자가 됩시다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1.0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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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사람에게 가장 위험한 동물은 무엇일까? 언뜻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 치명적인 독을 갖고 있는 뱀, 질병을 옮기는 쥐와 같은 것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모기라고 한다. 모기는 지난 20만 년 동안 존재했던 1080억 명의 인류 중 약 520억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지금도 매년 7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기 때문에 사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두 번째 동물은? 바로 사람이다. 매년 50만 명의 사람이 전쟁, 테러, 범죄 등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하지만 질문을 바꿔 단기간 동안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원인을 따지자면 전염병이 가장 무서운 원인이다. 천연두(天然痘), 페스트(흑사병;黑死病), 스페인독감 같은 역사적 전염병의 피해를 살펴보면 오히려 전염병이 전쟁보다 위력이 큼을 실감할 수 있다. 

천연두는 오랜 기간 끈질기게 전파됐던 전염병의 원조다. 기원전 3세기경 이집트의 미라로부터 천연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1515년 멕시코를 침략한 스페인 군대는 원주민들에게 천연두를 퍼뜨려 잉카제국을 멸망시켰다. 18세기 유럽에서는 천연두로 인해 매년 40만 명이 사망했다. 20세기까지 누적사망자는 약 3~5억 명으로 추산된다. 최근 1967년에도 15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천연두를 ‘마마(媽媽)'라고 했다. 1946년 4234명이 천연두로 사망했고, 6․25전쟁 중이던 1951년에는 4만 명이 감염돼 1만 1530명이 사망했다. 1960년까지 극소수의 천연두 환자가 발생한 이후로 지금은 사라졌다.

페스트는 1340년대 말 중앙아시아에서 시작돼 실크로드를 통해 유럽으로 확산됐다. 유럽에 상륙한 페스트로 2500만 명이 사망했다. 당시 유럽 전체인구의 30%정도가 되는 규모였다. 유럽 인구는 2세기가 지난 16세기가 돼서야 페스트 창궐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페스트는 19세기 말 파스퇴르에 의해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 했으나 2012년과 2017년 동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에서 수백 건이 발병되는 등 현재도 아프리카,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발병되고 있다.

1918년에 발생한 스페인독감은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5천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당시 세계인구 16억 명 중 3%에 달하는 규모이다. 제1차 세계대전 전사자 900만 명보다 5배 이상 많은 숫자이다. 14세기 중기 페스트가 유럽 전역을 휩쓸었을 때보다도 훨씬 많은 사망자다. 지금까지도 인류 최대의 전염병으로 불린다. 당시 우리나라에도 스페인독감(무오년독감)이 퍼져 인구 1670만 명 가운데 절반가량인 740만 명이 감염됐고, 이 중 14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혹독한 전염병은 국가를 멸망시키고 사회가 해체되는 등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의료기술의 발전을 견인하고, 문명의 대변혁을 가져오기도 했다. 천연두 백신치료제는 1798년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가 개발해 바이러스 전염병을 퇴치하는 근간이 됐다. 천연두는 1977년의 마지막 발병을 끝으로 더 이상 자연적인 발병 사례가 없는 인류가 최초로 박멸한 병이다.

14세기 페스트 발병은 의사보다도 더 신임을 받던 사제(司祭)들이 많이 죽어 신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고, 신 지배의 중세 교회와 봉건제도가 무너져 인간 중심의 르네상스가 태동하는 전기가 됐다. 스페인독감 이후 100년 뒤에 나타난 코로나19는 높은 전파력과 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스페인 독감과 비교되곤 한다.

현재 신종 코로나19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지만 역사는 이런 위기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교훈(敎訓)하고 있다. 전염병의 원조 천연두, 14세기의 페스트,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의 스페인독감 등 사투에서도 최종 승자는 인류였다. 우리나라에 코로나19가 발생한지 2년차를 맞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소식이 들려오는 것으로 봐서 머지않아 코로나19와의 전쟁도 사람들의 승리로 끝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만 더 참고 방역당국과 함께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우리 모두 승리자가 되자.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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