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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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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 없어야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1.01.1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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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신축년 새해 초부터 갑작스런 폭설과 한파로, 서울과 경기를 비롯,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 6일 저녁부터 이튿날까지 서울과 경기 등에서는 13.7㎝를 넘는 사상 최악의 폭설이 내렸으나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출·퇴근길 곳곳에서 교통대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크고 작은 교통사고도 잇따라 발생하고, 교통정체로 시내버스마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많은 시민들이 매서운 날씨 속에 발이 묶인 채 큰 불편과 혼란을 겪었다.

이처럼 6일 오후부터 폭설과 한파가 예고된 상태였지만 당일은 물론, 7일 오전까지도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민 불편이 가중됐다.

서울시는 또, 출근시간대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집중배차 시간을 평소보다 30분 늘려 오전 9시 30분까지로 연장했을 뿐 는 별다른 안내나 공지를 하지 않았고, 이날 오후 2시부터야 24시간 상황실을 가동하고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이 같은 뒤 늦은 부실대응으로 시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은 서울시는 결국 8일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고개숙여 사과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상의 특성을 고려, 예보보다 먼저 예보 이상의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해야 했음에도 부족함이 있었다며 허리를 숙인 뒤 다시는 이 같은 혼란과 불편이 재발하지 않도록 폭설·한파 재해예방 매뉴얼은 물론, 서울시 재난시스템 전반을 원점에서부터 재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시민들은 물론, 국민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며 비난했다.

중국 전한 때의 학자 유향이 편찬한 전국책(戰國策)의 ‘초책’에서 유래된 ‘양 잃고 우리를 고친다’는 뜻으로, 이미 일을 그르친 뒤에 뉘우쳐도 소용없음을 이르는 한자성어 ‘망양보뇌(亡羊補牢)’라는 말이 나온다.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에 초(楚)나라에 장신이라고 하는 충신(忠臣)이 있었다.

하루는 그가 임금인 양왕에게 “전하께서 총애하시는 주후와 하후, 언릉 군과 수근 군 네 사람은 모두 음탕하고 방종해 국가의 재정을 낭비하는 주범들입니다. 나라를 위해 하루속히 그들을 멀리 하시길 바랍니다”라며 간신(奸臣)을 물리치고, 충신의 말을 받아들일 것을 간언(諫言)했다고 한다.

그러나 양왕은 화를 내며 그의 말을 듣지 않고 계속 사치와 방탕으로 국정을 게을리해 결국 진나라로부터 침공을 당해 나라가 망할 때가 되자 뒤늦게 정신을 차린 왕은 장신을 불렀다.

양왕은 자신에게 돌아온 장신에게 “본인이 애당초 그대의 말을 들었다면 오늘의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으련만 이제와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는 줄은 잘 알겠으나 혹시 좋은 방도가 있다면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장신은 “신이 일찍이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토끼를 발견하고 머리를 돌이켜 사냥개를 풀어 놓아도 늦지 않을 것이고, 양이 달아난 뒤에 다시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일을 그르친 후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는 부정적인 의미보다 ‘일이 잘못된 후에도 빨리 깨닫고 수습하면 늦지 않는다’는 긍정적인 의미다.

10일 오전 8시 기준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직원 1명이 추가 확진됐다. 이 직원을 포함해 현재까지 동부구치소 관련 누적 확진자는 총 1193명에 이른다.
전국 교정시설 누적 확진 인원은 총 1224명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45명은 격리 해제된 상태다.
기관별 확진 수용자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서울동부구치소 668명, 경북북부2교도소 333명, 광주교도소 16명, 서울남부교도소 17명, 서울구치소 1명, 강원북부교도소 3명 등 총 1038명이다.

대규모 집단감염 사례로는 신천지교회 5213명에 이어 서울동부구치소가 두 번째로 확진자가 많다. 그리고 사랑제일교회(1173명)을 앞질렀다.

동부구치소의 코로나19 집단 감염사태로 방역당국은 초비상이 걸렸으나 법무부의 ‘늑장 전수조사’와 ‘책임 회피’에 대해 비난 여론은 쉽사리 가시질 않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뒤 한 달여 만인 지난달 29일 처음으로 동부구치소를 방문했던 추미애 법무부장관에 대해 ‘뒷북 현장방문’이라며 비판의 화살이 쏟아지기도 했다.

또, 추 장관은 지난 8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골든타임을 놓쳐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에 대해 지난해 11월 27일 (동부구치소) 직원 1명이 최초 확인된 이후 밀접 접촉자에 대해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했고, 전원 음성이 나왔다며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항변했다.

‘국민께 대단히 송구하다. 적절한 조치를 했다’고 말하면서도 근본적 원인은 동부구치소의 고층빌딩 형태의 밀집·필접·밀폐 ‘3밀 구조’와 ‘수용인원 과다’라고 주장하며, 모든 구치소가 지금 (수용률이) 130~140% 넘어서 이명박 정부 때 초고층 밀집 수용시설을 지은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추 장관의 이 같은 주장은 사태의 책임을 외부 환경과 구조적인 문제로 돌리려 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법무부에서도 동부구치소 확진자 급증세에 대한 해결책을 발표했으나 전수검사가 늦어진 원인을 서울시와 송파구 등 방역당국의 책임으로 미루고, 마스크를 지급하지 못한 이유는 예산 때문이라고 변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0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65명 늘어 누적 6만8664명이라고 밝혔다. 8일 674명, 9일 641명에 이어 사흘 연속 일일 확진자가 600명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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