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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빌런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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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빌런 정치인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1.1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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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서울시장 선거가 이제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주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각 당은 경쟁력 있는 후보를 발굴하기도 하고 새로운 인사를 영입해 경선을 준비하는 등 흥행몰이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 도입되는 공천방식은 여야 모두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방식이 될 것 같다.

당내 경선이지만 본선경쟁력을 위해 100% 시민 여론조사방식을 준비하는 등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그만큼 당 공천보다는 본선을 위한 준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각 주자들도 이러한 당의 방침을 저울질 하며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각 당 지도부는 새로운 주자의 영입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실제 정치경력이 짧은 인사를 경선에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연일 새로운 인사에 대한 추가 영입설과 후보단일화 논의 등이 맞물려 신진 주자들은 발 디딜 틈도 없이 초라하게 밀려나는 모습이다. 한국정치의 변함없는 모습에 시민들은 또다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장 선거는 10여 년 전 거론됐던 인물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지만 서울시장 후보구도는 변함이 없다. 여야 모두 새로운 인물에 대한 욕심을 내고 있지만 경쟁력 있는 주자를 찾기란 쉽지 않은 모습이다. 때문에 서울시장 선거에 단골로 거론되던 인물이 또다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여권에서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의원이 배수진을 치고 있다. 물론 아직 구체적인 대진표는 작성되지 않았지만 이들 두 사람이 여권 내 유력주자로 거론되는 형국이다. 여기에 추미애 법무장관 등 새로운 인사들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지만 출마결심을 하기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야권에서는 오세훈 전시장을 비롯해 나경원 전의원 김근식 경남대교수 등이 입지자로 분류되고 있다. 당은 다르지만 안철수 대표도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하고 있다.

각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여권 심판론에 대한 여론이 높아 야권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지면 본선경쟁력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선거는 만만하지 않다. 후보검증에 들어가면 후보의 정책은 물론 주변에 대한 각종 의혹과 과거사까지 파헤쳐 진다. 특히 후보 간 토론은 당락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유권자의 대면접촉과 코로나19 등으로 선거유세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여 TV토론을 통한 후보검증은 이번 선거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 됐다. 물론 각 당에서 정한 룰에 띠라 후보가 공천되는 과정도 흥미로울 것이다. 특히 야권 단일화의 성사여부도 주목되지만 단일화를 위한 방식도 어떻게 결론이 날지 초유의 관심사다. 103석의 거대야당과 3석의 초미니 야당이 어떤 과정을 거쳐 후보단일화를 이루어낼지 정치 공학적 셈법에 귀추가 주목된다.

빌런(villain)이라는 말이 있다. 무엇인가 집착하거나 특이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우리사회 곳곳에는 다양성이 존재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행동을 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현실과 거리가 먼 공약을 하거나 지나치게 자기를 미화시키는 사람을 볼 수 있다. 그들이 말하는 일부정책은 국민들에게 아주 중요하고 달콤한 내용이지만 현실과 많은 괴리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돈키호테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현재 서울시장 입지자들이 내세우고 있는 공약은 듣기만 해도 이해가 쉽게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도로를 덮어 수십 만 채의 아파트를 지어 공급한다고 한다. 얼핏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후보들의 구체적인 이행사항을 좀 더 들어야 호불호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정책도 좋지만 먼저 가능한 일인지 검증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선자는 임기가 1년 남짓 하다. 2022년 6월1일 지방선거가 실시되기 때문에 내년 6월 말이면 임기가 끝난다. 이런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은 대선 후보급의 매머드 공약이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덮어 아파트를 짓고, 청년층을 위한 5만호 반값 전세, 희망주택 80만호 건설, 5년 내 65만호 건설 등이다.

이들의 주장대로 이루어진다면 서울시의 부동산은 가격안정은 물론 청년들과 신혼부부들이 가장 살기 좋은 도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임기가 1년밖에 안 되는 단임 서울시장이 추진하기에는 너무나 포풀리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당선만 되고 보자는 식의 공약은 책임감과 신뢰도에 금이 갈 수 있다. 조금 더 신중하게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과거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자는 서울~부산 간 교통정체 해소를 위해 경부고속도로 위에 2층으로 도로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물론 낙선되면서 공약은 실천되지 않았지만 당시에는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아마 그런 공약이 실천됐으면 세계사에서 가장 위대한 고속도로 공사가 됐을 것이다. 이번에 서울시장 후보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서울시 주택가격 안정과 공급확대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비현실적이고 불가능한 사업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조금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을 수 있는 ‘빌런 정치인’이 되지 않기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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