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이 든든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잘 부탁한다” 짤막한 전화가 전부
[영상제공 : 성북구]
27일 새벽, 올해도 어김없이 얼굴 없는 천사가 서울 성북구 월곡2동 주민센터에 20kg 포장쌀 300포를 보냈다.
2011년에 시작된 쌀 기부는 올해로 11년째다. 총 3300포, 쌀 무게 66톤, 싯가 1억9800여 만 원에 이르는 규모다.
이번에도 “어려운 이웃이 조금이나마 든든하게 명절을 날 수 있도록 27일 새벽에 쌀을 보내니 잘 부탁한다”는 짤막한 전화가 전부였다.
박미순 월곡2동장은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인 만큼 천사가 쌀을 보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다”면서 “천사의 전화를 받고서 어려운 상황에도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는 것에 대한 존경과 감사 그리고 천사의 안부를 확인하게 되어 안도하는 마음까지 있었다”고 밝혔다.
해마다 월곡2동 주민센터 앞에 천사의 쌀 300포를 실은 트럭이 도착하는 새벽이면 공무원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 산책하던 주민 등 100여 명이 쌀을 내리는 일이 이제는 월곡2동의 큰 행사가 됐다.
천사를 따라 나눔에 동참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쌀과 금일봉 뿐 아니라 지역 어르신 100명은 ‘100인 어르신 1만원 나눔’을 진행했다. 나눔에 동참한 한 어르신(76, 월곡2동)은 “동네 독거노인 대부분이 천사가 보낸 쌀을 받는다”면서 “마을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고령자로서 천사처럼 작은 행복이라도 나누기 위해 지역 노인 100명이 1만원씩 모으기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날 쌀을 함께 나른 이승로 구청장은 “월곡2동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정서적 지지감을 안길 뿐 아니라, 선행의 선순환까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천사의 뜻을 더욱 잘 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국매일신문] 서울/ 박창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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