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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학교폭력 악순환 고리 끊는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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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학교폭력 악순환 고리 끊는 계기로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1.02.1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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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은 중학교 학창 시절 동료들을 괴롭힌 학교폭력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유명 배구선수 쌍둥이 자매에게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고, 대한민국배구협회는 국가대표 선수 선발 대상에서 두 선수를 무기한 제외하기로 했다.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 두 선수도 중고교 시절 학교폭력을 휘두른 가해자로 지목됐다. 두 선수는 잘못을 인정하고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또 다른 여자배구 스타도 과거 행적으로 인해 선수 자격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앞서 아이돌 그룹 멤버와 유명 셰프의 아내에 이어 트롯 오디션에서 주목받은 가수 역시도 청소년기에 주변 학생을 괴롭혔다는 이유로 무대에서 스스로 내려와야만 했다. 최근 국내 유명 남녀 프로배구선수들의 과거 학교폭력 전력이 잇따라 폭로되면서 학폭문제가 또다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피해자 A씨는 국가대표 출신에다 여자배구계에서 인기가 높은 자매 여자배구선수로부터 초·중학교 시절 흉기로 위협받고, 가족을 지칭해 욕설을 듣는가 하면 돈을 빼앗기기도 하고, 주먹으로 머리를 맞았다고 폭로했다. A씨는 당시 피해로 극단적인 생각도 했었고, 10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를 가지고 사는데 가해자들은 사과 한마디없이 TV프로그램에 나와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현역 남자 프로배구 선수들에게 학폭을 당했다는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고등학교 시절 남자배구팀 선배들에게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고, 당시 급소를 맞아 고환 봉합수술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가해를 한 선수들은 유명 프로배구 선수가 됐지만 역시 단 한번의 사과를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프로야구 NC 다이노스는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고졸 투수가 학폭 논란에 휩싸이자 지명을 철회했고,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2018년 입단한 투수도 학폭 사실이 드러나자 5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학폭은 스포츠계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가수나 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학폭사례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들의 학폭이 사회에 널리 알려진 것은 일반인들에 비해 유명인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더 많은 학폭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지만 알려지지 않을 뿐이다.

이번 배구계의 학교폭력 논란은 고 최숙현 트라이애슬론 선수가 폭력 문제로 희생된 지 채 1년도 안 돼 또다시 폭력 문제가 불거진 만큼 체육계 전체로 급속히 비화하고 있다.

교육부가 2019년 8월 27일 발표한 ‘2019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전국의 학생 410만 명 중 372만 명(90.7%)이 조사에 참여했는데 이중 약 6만 명(1.6%)이 학교폭력을 당한 적 있다고 답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2월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을 출범하고 초·중·고 학생 선수 인권상황 전수 특별조사를 실시한 결과 유효응답 학생 선수 5만 7557명 중 14.7%인 8440명이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 피해자의 79.6%는 신고조차 하지 않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결과를 감안하면 실제 피해 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짐작되고, 여기에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정서적 폭력까지 추산한다면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신체·물리적 폭행이 가장 많았지만 수년 전부터 언어폭력과 SNS가 발달하면서 온라인상에서 자행되는 사이버폭력이 대폭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학교폭력 피해를 분석해 보면 선배가 후배를, 동년배일지라도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약자를 대상으로 하고,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

가해자는 쉽게 잊어버리지만 피해자는 평생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공통적이다. 과연 학교폭력은 근절될 수 있을까. 냉소적이지만 사회구조가 바뀌기 전에는 어렵다고 본다. 학교폭력은 우리 사회의 판박이자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현실 사회는 권력과 돈, 힘 있는 자들이 군림하며 온갖 불공정을 저지르고 힘없는 자들을 강압적으로 괴롭힌다. 약자들은 보복을 당할까봐 방관자가 되어 숨죽여 산다. 힘의 논리가 만연한 사회 현실을 보고 듣고 자란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라고 달라질리 만무하다.

체육계가 폭력이 정당화되는 인권의 사각지대나 정의 가치와 공정 이념의 불모지대가 될 수는 없다. 차제에 일벌백계로 추상같이 준엄한 폭력 근절 의지와 엄중한 대처로 아무리 실력과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인성이 바르지 못하면 우리 사회에 발붙일 수 없다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주고, 체육계에서 폭력을 완전히 몰아내고 새로운 스포츠문화를 일궈내야 할 것이며, 체육계 스스로 폭력을 추방하는 자구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히 요청된다.

학교폭력 전수조사와 예방기구 설치 등 다양한 대책을 서둘러 강구하고 체육계를 넘어 사회 전반의 폭력 실태를 재점검하고 정의로운 해법을 서둘러 모색해야 할 것이다. 용서와 처벌을 통해 한때의 잘못이 평생의 어두운 그림자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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