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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30] '사랑은 눈물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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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30] '사랑은 눈물의 씨앗'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1.02.2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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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일 시인(1961년생)
충남 보령 출신으로 공주사대 국어교육과를 졸업. 1984년 월간 ‘불교사상’에 만해 시인상 수상으로 등단.

<함께 읽기> 이 시는 꽃이 진 자리에 들어선 열매가 벌레 먹고, 그러면서도 맛난 과일로 익어가는 과정을 통해 사랑의 본질을 노래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신의 몸속 깊이 / 여름내 열매는 방 하나씩 들이고 산다” 이제부터 ‘사랑하겠다’ 하고 선언한 뒤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게다. 사랑은 시나브로(서서히) 찾아와 둥지를 튼다. 마치 꽃이 지고 난 그 자리에 열매가 몰래 들어와 않듯이. “고백할까, 망설이며, 설익어간다” 어느 순간 마음에 드는 이성이 나타난다. 고백과 망설임의 첫사랑, 짝사랑, 풋사랑의 시기를 거쳐 “한 생애가 온통 철없는 사랑”으로 발전해 간다.

사랑에는 눈이 멀다. 오직 그만 눈에 들어오고, 그의 목소리만 들려온다. 장미도 그보다 곱지 않고, 꾀꼬리 소리도 그의 목소리보다 아름답지 않다.

“언제부터 내 안에 벌레 한 마리가 들어와 / 이렇게 신맛도 나고 단맛도 나게 된 것일까” 사랑에는 드라마처럼 꼭 방해꾼이 나타난다. 사람일 수도, 운명일 수도, 얕은 자기 마음일 수도 있는 그 방해꾼은 한 마리의 벌레로 내 안에 들어 않는다.

“익기 전에 떨어져 멍이 든 불량한 과일들, / 대체 감추어 둔 쓸쓸한 상처 한 줌은, 또 뭐람!” 가끔 익기 전에 떨어져 멍든 불량 과일처럼 사랑도 결실을 맺지 못하고 떨어지기도 한다. “내 몸에 든 까만 눈썹의 애벌레 한 마리 / 누가 그래, 누가 그래, 속절없이 끝난다고?” ‘상처 입은 사랑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사랑에 대해 논할 자격이 없다’는 전제가 이 시는 말하고 있다. 가수 나훈아의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 흥얼거려 진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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