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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라섬, 별주부와 토선생의 한판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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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라섬, 별주부와 토선생의 한판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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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2.2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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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 가평군 관광전문위원 (경영학박사)

봄바람이 남쪽으로부터 불어오자 자라섬에 생기가 넘치고 있다. 자라섬 토끼나라에는 기막힌 수 싸움들이 펼쳐지고 있다. 바야흐로 별주부 자라와 꾀돌이 토끼의 머리싸움이 방문객의 상상 속에서 흥미롭게 전개되는 것이다. 이야기의 원전은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근거하지만, 오랜 세월 각색되어 전해 내려오면서 감쪽같은 문화관광 콘텐츠 스토리텔링으로 발전되고 있는 것이다. 해학과 은유가 넘치는 우리들 세상 이야기, 별주부와 토선생이 펼치는 머리싸움의 한판승부라고나 할까?

북한강 자라목, 수궁나라 용왕이 병들어 앓게 되었다. 하루는 도사가 찾아와 토끼의 간을 먹어야 낫는 병이라고 했다. 용왕은 신하들에게 “누가 토끼의 간을 가지러 가겠는가?”하고 물었다. 모두 뒷전에서 웅성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 때 별주부라는 하급관리 직책을 가진 자라가 선뜻 나섰다. 뭍으로 올라온 자라는 가장 어리석어 보이는 토끼에게 말했다. “토끼님, 세상 참 먹고 살기 힘들지요? 수궁나라로 갑시다. 일자리가 많고 돈 벌기도 쉬워서 편안하게 먹고 살 수 있습니다” 그렇잖아도 세상살이가 힘들었던 토끼는 얼씨구나 하고 수궁나라로 내려갔다. 하지만 토끼는 금세 밧줄에 묶여 용왕 앞으로 끌려갔다. 용왕이 “너의 간을 내어 놓아라”라고 하자 토끼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잠시 생각하다가 꾀를 내어 말했다.

“아이고 용왕님, 제 간은 누구나 탐을 내는 명약이라서 평소에는 숲속에 숨겨두고 있습니다” 몇 번이고 다그치던 용왕은 계속되는 토끼의 말에 그만 속고 말았다. 자라 등에 업혀 뭍으로 돌아온 토끼는 자라섬에 있는 토끼나라로 뛰어가며 소리쳤다. “어리석은 자라야! 살아있는 짐승이 어떻게 간을 떼어 놓고 다니겠냐? 에라이, 이 똥이나 가져가라” 토끼는 동그랗게 생긴 똥을 한웅큼 자라에게 던져주었다. 자라는 토끼똥을 가지고 돌아가 용왕에게 바쳤다. 놀랍게도 용왕은 토끼똥을 먹고 병이 나았다. 신재효본의 판소리 소설 ‘토별가’에 나오는 이야기의 결말이다. 자라와 토끼를 의인화한 우화소설은 조선후기에 들어 별주부전, 토생원전, 토의 간 등 120여 개의 결말이 다른 이야기로 재탄생하고 있다.

문화관광 스토리텔링은 지역사회의 구전설화로 전해 내려오면서 관광객에게 흥미와 신기성을 제공하면서 발전되어 왔다. 같은 이름의 자라섬이지만, 이야기가 다른 자라섬이 또 있다. 경남 사천시에 있는 ‘비토섬’에 얽힌 이야기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결말을 맺고 있다. 용왕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돌아오던 토끼는 ‘아, 이제 살았다’하며 성급하게 자라 등에서 뛰어 내리다가 바닷물에 빠져 죽게 되었다. 남편이 살아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토끼부인마저 바위 밑으로 떨어져 죽었다. 자라는 어찌 할 바를 모른 채 그 자리에서 굳어 바위가 되었다.

훗날 사람들은 이 곳을 토끼섬, 자라섬, 묵섬이라고 이름 지었다. 사천시는 비토섬을 별주부전의 배경지역으로 발굴하고 테마관광지화하여 민간자본을 유치함으로서 관광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자라섬이 사천시의 자라섬보다 문화콘텐츠 개발 측면에서 부족할 게 하나도 없다. 하다못해 동도를 토끼섬으로 명명하고 자라와 토끼의 한판승부처로 문화적 스토리텔링화하여 개발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다.

멀지않은 미래 북한강 뱃길, 첨단 인공지능을 장착한 유람선이 떠다니는 수변생태관광벨트를 따라 관광객들의 상상 속에 재탄생하고 있는 스토리텔링은 무궁무진하다. 자라섬에 살고 있는 우리 친구들, 충직한 별주부 자라와 꾀돌이 토끼의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면 미래 관광산업 콘텐츠 자산을 생산하는 4차 관광산업 전초기지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자라섬 수변생태관광벨트 조성사업과 함께, 북한강 유역에 산재하고 있는 문화관광 콘텐츠를 개발하는 작업도 진행되어야 한다. 관광산업은 문화를 기반으로 해야만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자라섬은 토목공사 성격의 관광산업 위에 문화융성의 기치를 높여 4차 산업형 스마트 문화관광으로 융합해야 성공가능성이 높아진다. 가평군에 주어진 천혜의 관광자원, 북한강 백리길(35킬로미터) 유람선 뱃길 따라, 친환경 첨단 인공지능을 장착한 스마트 전기유람선 선상에 앉아 스마트 오케스트라의 ‘G선상의 아리아’를 들으며 FIT관광을 즐기는 신개념 관광트렌드를 개발해야 한다.

“누가 토끼의 간을 가지러 가겠는가?” 라는 용왕의 물음에 모두 뒷전에서 웅성거리고 있을 때, “제가 가겠습니다” 라고 하며 선뜻 일어나 나서던 별주부 자라의 모습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지금은 지나친 겸양의 자세로 뒷전에서 자기 실력만을 연마하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미덕보다, 정책적으로 필요할 때 주도적으로 일어나 앞장서는 주동작위(主動作爲)의 자세가 더욱 절실한 때이다.

[전국매일신문 기고] 이상용 가평군 관광전문위원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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