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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익의 시선] 나는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다-한국어와 한글의 세계화, 문화패권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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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익의 시선] 나는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다-한국어와 한글의 세계화, 문화패권의 시작이다
  • 양동익 제주취재본부장
  • 승인 2021.03.0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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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익 제주취재본부장

문화예술의 경제선순환 구조 정착

한국인이 외국어를 동경하던 시절이 있었다. 영어나 불어와 같은 외국어를 들으면 한국어와 다른 느낌에서 이국적 향수를 느끼곤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시대를 직면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어와 중국어에도 마찬가지로 독특한 그들만의 어감이 있다.

이렇게 우리가 다른 나라 언어를 들을 때 언어에 따라 받는 느낌이 모두 다르듯이 외국인이 한국어를 할 때 어떤 느낌일지 한번쯤 궁금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듣고 자란 언어이기 때문에 느끼지 못하는 느낌을 외국인들이 한국어에 대하여 어떤 느낌일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생각이다. K팝의 확산과 한국어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한국어만의 특징으로 인해 앞으로 어떤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 살펴보자.

SNS에서 외국인들이 느낀 생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이 말하는 한국어의 느낌은 평소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우리 스스로가 한국어에 대해 생각할 때는 조금 딱딱하고 끊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지만 그것은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영어와 주로 비교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만의 큰 착각일 수 있다. 물론 언어는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영어권의 외국인과 다른 언어권의 외국인이 느끼는 한국어에 대한 어감은 다를 수밖에 없지만 사용하는 언어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공통적으로 한국어에 대한 느낌은 한마디로 아름답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접하게 되는 계기는 대부분 K팝이다. 연령층이 젊을수록 그 비중은 커졌고 그 외 주변에 한국인 친구가 있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K팝을 접하기 전까지는 한국에 대해서 관심이 없던 경우가 대부분이며 한국과 한국어를 알리는데 K팝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국어를 처음 접한 외국인들은 한국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다른 아시아 언어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며 사운드가 아주 예쁘다고 한다. 사운드가 좋고 편한 느낌은 한국어의 모음이 비교적 정확한 편이며 다른 언어에 비해 비성과 두성이 없이 꾸밈없이 바로 소리 내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일본어는 약간 독일어 같은 느낌이 나는 것 같고 중국어는 다양한 발음 체계가 있는 것 같아 언어가 굉장히 어렵게 느껴진다.

한 터키인은 한국어를 처음 들었을 때 그냥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고 터키어와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그냥 느낌이 아주 좋고 자신의 한국어는 일본어와는 다른 느낌이 나는 것 같아 기쁨을 주는 소리로 들려 마치 멜로디가 있는 언어 같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일본어는 강한 발음들이 들리는 반면 중국어는 굉장히 공격적으로 들린다고 한다.

영어권에서 자란 사람의 의견은 러시아와 독일의 비하면 아주 듣기 편한 언어라고 생각하고 드라마 대사를 들으면서 마치 리듬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언어가 시적이고 부드럽게 들려 처음 들었을 때 프랑스 여인 같다고 생각했다. K팝과 드라마의 매력에 빠진 외국인들은 자연스럽게 한국의 문화 그 중에서도 한국어에 관심을 갖게 된다. 대부분 독학으로 시작하지만 한국어학당이나 각 교육기관에서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 나라에 대한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K팝 열풍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일단 서구권 음악과 비교해 봐도 음악성과 영상 컨텐츠를 비롯한 전반적인 수준이 매우 높다. 이 같은 K문화의 약진은 향후 계속해서 지속될 것이고 그렇게 하여야 한다. 그 이유는 한국어와 한글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의 아름다운 느낌 그리고 인류가 만든 가장 뛰어난 문자인 한글을 사용하는 K문화가 전 세계 곳곳으로 퍼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언어는 짧은 기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며 오랜 세월을 거쳐 형성된 것이고 지금도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우리민족이 살아온 환경과 과정 그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언어이다. 호전적인 성향의 민족의 성향을 유지하면서 살아왔다면 공격적인 언어가 형성되는 것이지만 우리의 인간 중심의 문화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언어를 만들어 온 것이다. 가까운 미래 한국이 세계의 중심이 되고 초강대국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다소 허무맹랑한 예언들이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가볍게 넘어갔지만 무기보다 더 강력한 것이 문화의 힘이다.

이미 우리는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세계 톱10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리고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기존의 가치관과 질서는 흔들리고 세계의 리더쉽은 실종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우리는 롤 모델로 배워야할 대상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므로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로 세계는 실시간 하나로 묶이고 있으며 이에 기반한 강력한 문화의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에게 세계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한국은 이제 그 자격이 충분하다. K문화의 세계화를 실제 경험하며 우리는 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실질적인 효과를 알게 되었다. 1997년 10월 1일 유네스코는 한글의 모체가 되는 대한민국의 국보 70호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했다. 고문서로서 세계유일의 음운학적 문자 창제 원리의 가치를 인정하였기 때문이다.

다른 언어를 쓰지만 문자가 없는 민족에 한글을 문자로서 보급하는 사업을 소수의 사람들이 추진해 오고 있다. 1995년부터 태국과 미얀마 접경지대에 사는 소수 민족 '라후족'에게 한글을 가르쳐온 이현복 서울대 언어학과 명예교수는 "한글이 라후족의 언어를 문자로 표기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하였다.

2002년에는 전광진 성균관대 중문학과 교수가 중국 내 소수민족인 '뤄바족'의 언어를 한글로 적는 시스템을 고안했다. 2004년에는 이호영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가 중국 내 또다른 소수민족인 '오로첸족'에게 한글 보급을 시도했다. 2009년에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주 부톤섬 바우바우시는 토착어 찌아찌아어를 표기할 문자로 한글을 채택하였고, 현재는 민간단체에 의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그동안의 노력은 한글 세계화 전략차원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나서야 한다.

한글은 IT시대에 가장 적합한 문자이다. 한글은 로마자와 달리, 음절 형태로 처리하며 자모가 첫소리(초성), 가운뎃소리(중성), 끝소리(종성)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정보 검색과 문자 처리에 유리한 점이 많고 기술적인 구현 방법이 아주 간단하다. 그러나 조합형 계열의 문자 인코딩은 다른 문자 인코딩과의 호환 문제로 인해 잘 사용되지 않고 완성형 인코딩이나 유니코드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문자 인코딩 방식은 한글을 상형 문자와 유사하게 11,172개의 완성된 한글 음절 표기로 정렬하므로 각 자모별 처리가 어렵다. 유니코드의 경우도 현대 한글의 한 글자 표기 개수를 11,172개로 지정하였기 때문에 미완성 문자를 표현하려면 특수한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이러한 기술적 문제는 정보화 처리를 기술적으로 번거롭게 하지만 처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글 같은 몇몇 워드 프로세서 프로그램에서는 초성~종성에 따른 일반적인 정렬 외에 종성·중성·초성 순서의 가나다순 정렬 처리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어와 한글의 세계화는 정부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소수민족의 생존과 경제적 자립을 위하여 인류애적인 차원에서 공헌해야 하고, 한글어학당과 세계의 주요대학의 한국어과를 확대 지원하는 사업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한국어와 한글은 K문화의 핵심이다. 이제 K문화는 대한민국의 국격과 위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기 시작하였고 이는 문화컨텐츠의 직접적인 수익뿐만 아니라 외교통상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먼저 우리가 사용하는 외래어의 기준부터 새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일본어를 접할 때면 그들의 국적 없는 외래어에 실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우리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 외국어를 우리식으로 고쳐 발음하고 한글로 표기 한다는 것이 실용적이지 못한 측면이 많다. 우리말과 한글은 모든 소리를 발음하여 그대로 표기하기에 용이함에도 불구하고 알파벳을 한글의 자음모음으로 이해하여 그대로 발음하고 표기하는 우를 범하여 온 것이다.

최근 우리사회는 다양한 외국어를 차용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그 범위가 확대되어가고 있다. 외국어는 그 나라 발음 그대로 한글로 표기하는 것이 실용적이다. 한국어와 한글은 참으로 실용적인 언어와 문자이고 이에 대한 새로운 사고로의 접근이 필요하다.

[전국매일신문] 양동익 제주취재본부장
waterwra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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