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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농촌 환경 망치는 폐비닐 수거대책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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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농촌 환경 망치는 폐비닐 수거대책 강화해야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3.0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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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농사철이 끝난 농촌의 풍경은 한편은 한가롭고 한편은 쓸쓸하다. 푸른색으로 물들었던 대지는 본연의 색을 드러내며 겨울을 견디다 새봄을 맞아 농사가 시작된다. 이것 또한 농촌의 한 모습이지만 가끔 느닷없이 보이는 흉물이 시선을 어지럽힌다. 바로 쓰다버린 폐비닐이다.

방치된 비닐이 바람에 날려 수로나 개울에 떨어지면 물 흐름을 방해하고 생태계를 교란한다. 들판 곳곳과 야산에 버려진 비닐도 마찬가지다. 특히 농업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멀칭(mulching;덮기)비닐과 재배하우스의 비닐은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의 일종이다.

즉 탄소(C)로 구성돼 있는 유기화합물이다. 동물의 사체나 배설물, 음식물도 역시 유기화합물이다. 이들이 땅속에 들어가면 세균이나 곰팡이 같은 수많은 미생물들이 탄소가 포함되지 않은 무기화합물로 분해한다.

무기화합물은 다시 식물이 살아가는 데 쓰이게 된다. 분해 됐다 사용되기를 반복하며 자연계에서 순환한다. 하지만 합성 유기화합물인 비닐을 미생물이 분해하려면 수백 년 이상이 걸린다. 더욱이 농경지에 방치된 비닐은 공기, 수분, 영양분 등 물질의 이동을 감소시키고 지렁이 등 토양생물의 이동성을 저하한다. 각종 토양의 물리화학·생화학 반응을 크게 훼손하며 토양의 질을 저하한다. 씨앗 발아와 뿌리발육 등 식물 생장의 생리장애, 토양표층 이차 염농도 상승을 촉발해 농업 생산성 감소에도 지대한 영향을 준다.

이런 폐해를 없애기 위해 일부 농촌에서 불법으로 소각처리를 하지만 불법소각은 발암물질인 다이옥신(dioxine)과 미세먼지 등 공해물질을 퍼뜨려 건강을 해치게 할 뿐 아니라 간간이 산불로 이어져 엄청난 피해를 주기도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의 자료에 의하면 2015년 이후 최근 4년간 농촌지역에서 발생하는 폐비닐은 연평균 약 32만 톤 정도이다. 이 가운데 한국환경공단에서 수거보상금 제도를 통해 수거되는 폐비닐이 약 19만7천 톤으로 전체 발생량의 62%를 차지한다. 나머지 물량 중 7만 톤가량은 민간업체에서 수거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해마다 6만 톤 정도의 폐비닐은 관리 사각지대에서 노천방치, 불법소각, 토양매립 등으로 처리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농가에서 주로 쓰는 두께 0.05mm, 너비 120cm, 길이 1000m의 멀칭비닐은 1200㎡를 덮을 수 있는 양으로 무게가 60kg정도 나간다. 수거되지 않은 폐비닐 6만 톤을 멀칭비닐로 가정해보면 축구장 10만개 이상을 덮을 수 있는 양이다.

밭에 비닐을 깔아주는 멀칭재배는 김을 맬 사람이 부족한 농촌에서 노동력 대체 농자재로 널리 실용화되어있다. 햇빛을 차단해 잡초가 자라는 걸 막고 땅 온도를 높여 작물이 잘 자라게 해주기 때문이다. 비닐멀칭을 안 하면 곡식이 빨리 안자라고 잡초 제거도 어렵다는 것이다. 비닐 상태가 괜찮으면 1년 더 쓰지만, 대부분은 해마다 비닐을 씌우고 걷어 내고 있다.

이런 폐비닐 수거를 독려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농업인들에게 지급하는 수거보상비는 전국 평균 kg당 100원 내외다. 현재 경지면적이 1ha 미만인 농가가 70%를 차지할 만큼 소규모 자영농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대다수 농가가 폐비닐 수거로 받을 수 있는 돈은 3000원 안팎에 불과하다. 게다가 보상비는 대개 마을별 공동 집하장을 관리하는 마을에 일괄 지급되기 때문에 농업인 개인에게 별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나이든 농업인들이 멀리 떨어진 집하장까지 애써 폐비닐을 가져갈 이유가 부족한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협업해 시급히 종합적인 영농폐기물의 효율적 수거 시스템을 구축해야겠다. 먼저 장거리 수거와 운반에 따른 농업인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마을 단위의 공동집하장을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가까운 곳에 더 확충해야한다. 수거보상비도 현실화해 많은 농업인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잡초방제 뿐만 아니라 퇴비, 비료와 병해충 방제 등 복합적인 기능을 더해 그냥 땅속에서 분해되어 비료역할도 하는 생분해성(生分解性;biodegradability) 멀칭비닐을 집중 개발해 보급해야한다. 농촌의 영농 폐비닐 수거는 미세먼지를 줄이고, 농촌 환경을 보전하고, 자원을 재활용하는 일석삼조(一石三鳥) 사업이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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