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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공약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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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공약 남발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1.03.11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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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꽃이라고 말한다. 헌법 제1조 1항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했고, 2항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이 조항에 따라 국민은 선거로 자신의 주권을 행사한다.그러나 선거철만 되면 양두구육, 조삼모사의 공약이 남발한다.

선거는 정당과 후보의 비전과 철학, 정책을 놓고 유권자의 선택을 통해서 민심을 반영하는 제도인데, 이번 선거는 도무지 정당 간에도, 후보 간에도 큰 차별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건축 규제를 풀어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이고 기존의 법적 행정적 절차를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여야 후보들은 도긴개긴 오십보백보다.

지난달 26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재석 229명에 181명이 찬성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가덕도 신공항 유치가 자기들의 공이라고 앞다퉈 생색내기 바쁘다. 가덕도 특별법은 대규모 신규사업을 추진할 때 사전에 경제성과 효율성을 검토하는 예비타당성조사도 면제할 수 있게 했다. 국토교통부 평가로는 28조원이 든다는데, 이번 특별법은 어느 정도 비용이 드는지 추산해서 첨부하도록 한 법안비용 추계도 건너뛰었다.

4·7 서울과 부산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예비 후보들이 쏟아내는 부동산 대책은 실천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내년 3월의 대선까지 부동산 정책은 별의별 대안까지 쏟아질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예비 후보들의 검증되지 않은 극과 극의 대안을 선거철이 되면 많이 보아왔다.

서울시 보궐 후보들의 핵심공약도 대동소이하다.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주택공급을 대폭 늘리겠다고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누가 시장이 되든 한강변 신축아파트를 35층 이하로 제한해온 기존의 도시정책은 백지화될 공산이 크다. 강남을 비롯한 주요 재건축지역은 이미 규제 완화를 전제로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한강변 전망 좋은 곳에 대규모 고층아파트가 들어선다고 무주택 서민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자산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높아지는 스카이라인만큼 절망은 깊어질 것이다.

서울시장 예비 후보들은 서울의 주거안정과 전세난을 극복하고 일반 서민들의 주택난을 해소하고자 약 30만 호 이상의 주택을 서울에 건설하겠다고 경쟁적으로 공약을 발표하고 있지만,노태우 정부 때 건설한 분당신도시도 10만 가구가 되지 않는다. 서울의 경우 택지 마련도 불분명하고, 재개발을 통해 택지를 공급하더라도 주민들과의 이해관계 처리도 쉽지 않아 보인다.

부산은 어떠한가. 갑작스레 가덕도신공항을 선거를 앞두고 특별법까지 통과시키면서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가덕도신공항을 선거 국면에서 무리하게 추진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약 70%가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부동산 정책이나 신공항 정책의 널뛰기는 정부와 집권여당 책임이 크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8·2대책을 통해 수요 억제 일변도의 정책과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승리한 정부·여당은 극단적인 수요 억제책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고 서민들의 전세난까지 겹치자 보선을 앞두고 또다시 쇼크요법을 내놓았다. 2·4부동산대책에는 전국에 83만여 가구를 건설하고 서울에도 32만 가구의 주택공 대책이 들어 있다. 가덕도신공항 추진은 재정투자의 기본절차도 무너뜨리면서 경제성과 환경문제 등의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하려 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때 3000여억 원을 들여 목포와 광주공항을 대체한다는 명분으로 호남지역의 국제 허브공항으로 지난 2007년에 개항한 무안국제공항은 개항 이후 2008년 세계 금융위기,2009년 신종플루 사태 그리고 작년의 코로나19 유행 등의 외적인 악재가 겹치기는 했지만,이용객이 적어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설령 이러한 악재가 걷힌다 해도 무안공항은 상당한 기간 동안 내국인 위주의 국내선 공항 역할로 적자를 면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이러함에도 부산에 가덕도신공항을 건설한다고 정부·여당은 야단법석이다. 수십조 원의 건설비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덕도신공항은 건설비는 물론 경제성과 환경문제를 면밀히 따져 보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김해공항 확장을 폐기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겠지만 왜 김해공항 확장공사를 중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부·여당의 설득력 있는 해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과거 1987년 이후 민주화 체제의 역대 대통령 지지율은 임기 말이 되면 급락했다.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에서 ‘레임덕’ 대통령으로의 추락 현상이 반복됐다.

정책의 일관성과 현실적 요인이 레임덕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문 대통령은 과욕을 버려야 한다. 치적 쌓기와 선거용의 무리한 정책 추진은 결국 널뛰기 정책으로 귀결되면서 레임덕을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인 정치에 질린 유권자들이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무얼까? 울며 겨자 먹기로 주어진 선택지 안에서 최선이 아닌 차악을 택하는 일? 썩은 콩과 썩은 팥 가운데 무얼 집어야 하나 내키지 않는 선택을 하는 일? 아예 새 판을 짜야 한다.

힘 있는 곳에 줄서기를 잘해야 정치에 입문할 수 있는 풍토에서 판 자체를 새로 짤 큰 인물은 성장하기 힘들다. 기후위기와 불평등, 저출생 고령화, 취업난과 주거난을 해결하려면 기존의 방식으론 불가능하다. 지금 한국 정치에는 진보-보수를 가장한 수구 카르텔이 존재할 뿐,

다양한 정치적 관점에서 현장에 밀착해 치열하게 논쟁하고 시민과 함께 성장하는 리더십은 없다. 좌우가 함께 부대끼며 진화해야 한다. 헛된 공약을 남발하는 정당과 후보에게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그게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 국민 주권을 실현하는 지름길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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