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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얍삽하게 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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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얍삽하게 살지 말자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3.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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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서울 부산시장 재보궐선거가 다가오면서 여야가 연일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LH사건으로 수세에 몰린 여권은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를 보이자 상대후보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막강한 조직력과 지지율을 자랑했던 여권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은 공정과 정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공익적 정보를 이용해 개인의 재산상 이익을 챙기려는 행위는 한국사회의 모럴 해저드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법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재산을 증식하려는 행위는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부패 형태이다. 4년 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당시 공정과 정의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지만 실제 공기업 직원들은 자신들의 뱃속만 챙겼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치명적 상처가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21세기 선진국으로 가는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비단 현 정부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지만 도덕적 함몰은 일반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물론 선거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의 상태로 볼 때 LH사건이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 정부 여당은 국회의원 전수조사와 전국의 지방의원 자치단체장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공무원들에 대한 부동산 조사도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자칫 개인의 재산권 침해라는 오해를 살 수 있지만 부당하게 재산을 증식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 현직 정부와 상관없이 철저하게 조사해 마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 자신과 가족 명의로 부동산을 구입해 시세 차익을 올린다면 일반 국민들을 바보로 만드는 것이다. 반드시 발본색원해서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은 농업인만 구입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신속하게 개정해 원천 차단하는 것도 필요하다.

서울시장 선거는 여야 후보가 확정됨에 따라 정책보다는 네거티브가 판을 치고 있다. 도대체 유권자들의 수준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정치권의 행태가 한심하다. 정책은 사라진지 오래고 연일 언론을 장식하는 것이 후보자의 부동산 문제다. LH사건으로 지지층이 이탈한 여권은 야당 후보의 부동산 문제를 부각시켜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 정부에서 발생한 부동산 투기 문제가 야권 후보의 공격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동력과 확장성이 문제다. 야권도 마찬가지로 여당 후보 가족의 일본지역 부동산 매입을 두고 정치 쟁점화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실체가 부족한 후보들의 부동산 문제를 공격하는 것보다 국민의 세금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부동산 투기 실태를 밝히는 게 우선이다. 여론의 초점을 흐리는 물 타기 수법은 이젠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지역 부동산 가격이 안정을 찾지 못하고 연일 불안한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도리이다. 더 이상 네거티브와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지 말고 대안 있는 선거를 하기 바란다.

부산시장 선거는 가덕도 신공항 문제가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모양새다. 물론 후보의 부동산 문제로 연일 공방이 벌어지고 있지만 큰 변화의 조짐은 아직 없는 상태다. 선거 초기 문재인 대통령은 가덕도까지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신공항 건설을 약속했다. 민주당은 당 대표가 직접 나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발의한지 99일 만에 국회를 통과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선거를 앞둔 야당도 이를 막을 수 없었다.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별법이 통과되자 정치권은 가덕도 신공항의 조기 건설을 위해 갖은 약속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 이러한 약속이 지켜질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지금까지의 행태로 볼 때 절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선거가 끝나면 도대체 28조6000억 원이나 되는 사업비를 어떻게 충당할 것이며 예비타당성 없이 공사가 가능한지 의문투성이다. 이렇게 세월만 흘러 내년 3월9일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에서 또다시 이슈가 될 것이며, 곧이어 벌어지는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등 당분간 모든 선거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할 것이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충분한 검토 없이 얼렁뚱땅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선거이후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두고 정부 여당이 얼마나 많은 열정을 가지고 추진할지는 정말 두고 볼 일이다.

후보자는 잠재적 권력자이다. 누군가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이 되어 시정을 운영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자신을 속이고 국민을 속이는 얄팍한 속임수는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이번 선거는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얍삽하게 정치를 하다가는 본인이 당할 수 있다. 이미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사실로 증명된 일이다. 자신을 선량한 사람으로 위장하고, 하나님의 자식으로 둔갑하는 가짜 정치인을 퇴출시켜 정의가 살아 있는 후보자와 정당이 되길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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