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김연식 칼럼] 고랑 이랑
상태바
[김연식 칼럼] 고랑 이랑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3.29 10: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연식 논설실장

농사철이 돌아왔다. 올해도 변함없이 남쪽에서부터 봄이 시작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지금은 중부지방에도 봄기운이 만연하다. 벌써 개나리가 피고 벚꽃도 한창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관광이 확산되면서 가족 단위의 상춘객이 북적인다. 정부 당국은 코로나가 진정국면을 보였다고 몇 차례 발표했지만 쉽게 꺾이지는 않는다. 소강상태를 보였다가 다시 확산세로 돌아서 긴장을 늦추지 않게 만든다. 그래도 전국 곳곳에서는 봄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북적이는 관광지와는 달리 농촌에서는 경운기와 트랙터 소리가 요란하다. 과거에는 소를 이용해 밭을 갈았으나 지금은 산촌마을에도 트랙터가 많이 공급됐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젊어졌다. 80대 안팎의 고령 농업인은 농지를 주변인들에게 임대한 상태여서 젊고 힘 있는 사람들이 대량의 농지를 이용해 농사를 짓고 있다. 농업기술도 발달돼 고령 농업인이 의존하던 농기구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게 됐다. 첨단 농업기계를 이용해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소화해 내는 것이 요즘의 농사풍경이다.

하지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피할 수 없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밭고랑을 일구는 일이다. 과거에는 쟁기를 이용해 고랑을 일구었지만 지금은 트랙터가 대신한다. 고랑을 이끄는 힘도 소나 말의 힘을 이용해 한 번에 한 골씩 했으나, 지금은 트랙터가 몇 개의 고랑을 한꺼번에 일군다. 농사일을 구경하는 일이 신기할 정도다. 그만큼 고랑 파는 일이 쉬워졌고 속도도 나기 때문이다. 고랑이 있으면 이랑이 있다. 이랑은 고랑과 고랑 사이의 등을 말한다.

모든 작물은 이랑에 파종한다. 과거 씨를 직접 파종하는 경우에는 고랑에 씨를 뿌리고 묻었으나 최근에서 모종을 식재하는 농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고랑에 파종하는 일이 거의 없다. 이랑에 비닐을 두르고 비닐 위에 모종을 심기 때문에 농업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고랑을 파고 이랑을 만들어야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다만 파는 방법만 변했을 뿐이다. 모종이 이랑위에 심어진다면 모종을 키우기 위한 수분이나 영양분 등은 고랑을 통해서 공급된다. 고랑과 이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고랑이 있어야 이랑이 있고 이랑이 있어야 고랑이 있다. 둘의 관계는 어느 하나 더 많은 것이 아니라 나란하기 때문에 작물의 성장에 서로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정치는 어떤가? 정치도 여당이 있으면 야당이 있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듯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승자와 패자, 여와 야를 가리게 된다. 싸움에는 분명한 규칙이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게 선거이다. 정치인들은 열매만 좋아하기 때문에 애써 밭고랑과 이랑을 만들려 하지 않는다. 치졸한 방법이라도 동원해서 열매만 따면 된다는 생각이 많아서 만들어진 고랑과 이랑도 쉽게 무너뜨린다. 네거티브와 흑색선전 비방전 등은 금지하도록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았다. 그들이 만든 규칙을 그들 스스로가 지키지 않고 있다. 내편 네편 등 철저하게 갈라져 상대를 헐뜯어야만 이긴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정책이 실종되고 도덕과 양심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래도 무조건 이기면 된다는 생각 때문에 반칙과 불공정이 난무하는 선거는 끊이지 않고 있다.

4.7 서울시장 선거가 점입가경이다. 현재 서울시의 선출직 공직자는 민주당이 압도하고 있다. 야당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한 모습이 현재 국민의 힘 등 야권의 현실이다. 국회의원의 경우 서울시 전체 49명 중 41명이 민주당이다. 25개 구청장 가운데 24명이 민주당으로 채워졌다. 국민의 힘은 서초구청장 단 1명뿐이다. 서울시의원은 민주당 천국이다. 전체 110석 가운데 102석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다. 무려 92.72%에 해당된다. 국민의 힘은 고작 5석에 불과하다.

제1야당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부끄러운 모양새다. 이러한 구조가 서울시장 선거에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일반 선거에 비해 재보궐선거의 경우 투표율이 낮은 만큼 조직선거가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이 거대 서울시를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을 가동해 성과가 나타날지 두고 볼 일이다. 분명 여론조사에서는 많이 밀리고 있지만 막강한 조직력을 동원한다면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하지만 지금 밀리는 여론을 만회하기 위해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한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서울과 서울시민을 위해, 잘못된 부동산 정책을 바로 잡을 수 있는 혜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좋은 열매를 따지는 못하더라도 좋은 고랑과 이랑을 일군다면 언젠가는 좋은 열매를 딸 수 있기 때문이다. 고랑과 이랑이 함께 있기에 좋은 작물이 성장하고 풍성한 수확을 할 수 있듯이 정치권도 독주 보다는 동행이 필요하다. 권력을 손에 쥐었다고 권력에 취해 내편만 챙기는 어설픈 행동은 망국의 지름길이다. 약한 자의 손을 잡아 주는 가진 자의 배려야말로 더 큰 권력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