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혁의 데스크席] 대통령 취임사 다시한번 되새길 필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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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대통령 취임사 다시한번 되새길 필요 있다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1.04.0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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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또 한 번 문재인 대통령의 슬로건을 부끄럽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이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광명·시흥지구에 땅 투기를 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

3기 신도시 지정 지역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부동산 불법투기를 했다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폭로가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국민의 분노와 좌절이 크다는 방증이다. 필자는 요즘 여기저기 핀 봄꽃을 보며, 매일매일 싹 틔우고 꽃 피우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그 ‘성실함’을 닮아야겠다 생각했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면 먹고사는 걱정은 없을 거라며. 그런데 매일을 성실하게 살아도 자영업자들은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지리라고 쉽사리 다짐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월급 받는 사람들은 걱정이 없는가. 월급 받는 사람들은 자영업자는 그래도 소위 ‘대박’이 있으나 자신들은 매월 같은 월 급여로 빠듯하게 산다고 생각한다.

그 와중에 자영업자도 월급 받는 자들도 다 같이 노리는 대박이 있으니, 아마도 ‘로또’와 ‘부동산’인 듯하다. 70년대 강남 발전 당시의 복부인들의 성공 신화부터 최근 서울에서 5억 로또라 불리던 아파트 청약까지, 부동산으로 ‘한몫’ 챙겨 부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들리고, 확대 재생산되며, 전설처럼 들렸다.

국토교통부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 주택 보급률은 104%를 웃돈다. 서울은 약 96%인데, 다른 지자체는 거의 100% 이상으로, 이는 1인 가구 수도 반영하고(2009년 이후), 행정자료도 반영(2015년 이후)하여 만든 것이다. 주택의 보급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집이 없는 사람이 많고, 내 집 마련이 꿈인데 점점 더 꿈과 멀어지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부동산은 투자해 재산을 증식하는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집의 개념보다 투자의 개념이 높고, 투자하여 자신의 노후를 보장해 줄 재산으로 보기 때문이다.이를 바꾸기 위해 시행되었던 많은 부동산 정책은 참담하리 만큼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엔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집과 재산을 구분하여야 할 것인데, 어떠한 정책이 당장에 이러한 인식을 바꾸어 놓을 수 있을까.

LH발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전 국민이 분개한 이유는 공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의 청렴성에 대한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 만은 아닐 것이다.정보의 불균형이 가져오는 너무 큰 부의 차이, 열심히 살았는데도 투자할 여유는커녕 먹고살기도 힘든데 누군가는 몇십억의 대출을 하며 확실한 성공 투자의 지름길로 간 것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와 화가 섞여 있다.

개발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하고 거액의 이득을 남긴 사례는 그동안 차고 넘치게 많았다. 노태우 정부 때 1기 신도시로 건설한 분당·일산·평촌 지역에 부동산 투기가 급증했고, 당시 정부는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해 1만3000명 정도의 부동산 투기범을 적발했고, 1000명 정도를 구속했다. 2003년에 노무현 정부 때에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이런 역사적 경험이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배경이기도 하다. 또 공직자·정치인·언론인·기업가 등등 이른바 힘 있거나 정보에 밝은 사람들이 더 많이, 더 은밀하게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만드는 근거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이런 반복된 정책 실패에서 제대로 된 교훈을 못 배웠고, 또 제대로 된 대책도 못 세워왔다는 점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제대로 못 고쳐서, 또 소를 잃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사건이 벌어지고, 조사와 수사가 이뤄지고, 일부 투기범들을 처벌하는 방식으로는 투기와 부패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검찰의 수사 참여 여부가 문제의 핵심도 아니다.

부동산 투기와 이와 관련된 부패를 발본색원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먼저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에 과세를 강화해 투기를 통해 축재하는 유인 자체를 제거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은 투기지역 지정을 통한 이른바 ‘핀셋 규제’와 대출 규제 그리고 특정지역 개발정책 등으로 아파트 가격을 잡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이런 핀셋 규제와 특정지역 개발정책은 오히려 부동산 투기와 부패를 더 조장할 뿐이고, 부동산 가격 안정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경험이다. 핀셋 규제나 특정지역 개발정보를 한발 앞서 접할 수 있는 공직자, 정치인, LH 직원 등에게 이런 정책은 먹잇감을 던져주는 꼴인 것이다.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가능함을 분명히 지적하고자 한다. 세제 개혁과 더불어 이해충돌방지법의 제정도 필요불가결하다.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된다면 LH 직원, 공직자, 국회의원 등은 자신의 주식이나 부동산 관련 정보 등을 정기적으로 신고해야 하며, 직무와 관련된 이해충돌이 있으면 관련 업무에서 사전적으로 배제된다.

또한 신고하지 않은 차명 등의 자산이 사후적으로 밝혀지면, 그 자체가 징계, 벌금, 징역형의 근거로 이용될 수 있다. 따라서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죄의 적용보다 훨씬 입증이 쉬워지고, 그만큼 부패를 사전적으로 방지하게 된다.

집값을 잡겠다며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연이어 쏟아냈지만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투기세력은 내부에 있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 더 이상의 신뢰를 갈구하는 것도 염치가 없어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1년2개월 정도 남았다. 그러나 집권여당이 사실상 5분의 3 이상 의석을 확보한 국회의원 임기는 아직 3년 남았다. 2016년 가을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웠던 시민들의 분노는 ‘이게 나라냐’라는 짧은 문구에 요약되어 있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이 분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구태적인 정책과 대책의 반복으로 달성될 수 없다.

전체적인 기준 없이 하는 수사는 중구난방일 수밖에 없다. 지금 나오는 여러 대안이 향후의 우리가 부동산을 대하는 자세를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기를 바라며, 그러한 발판을 만들 수 있도록, 투기 및 처벌에 대한 적절한 기준이 정해지기를 바란다. 더 바라자면, 향후 우리가 부동산 그중에서도 집으로는 투기하지 아니하도록 시대도 바뀌기를.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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