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백색혁명과 비닐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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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백색혁명과 비닐하우스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4.0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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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습 경상북도농업기술원장

인류의 삶과 관련된 3대 발명품을 어느 현자는 오늘날 우리의 생활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한 주거를 큰 요인으로 삼아 접착제와 철 그리고 플라스틱을 꼽았다. 이것은 오래전부터 석유에서 유래된 타르와 화산재가 우연히 물과 결합하여 강력한 접착력을 보여 콘크리트로 발전시켜 돌이나 나무의 접착제로도 사용하였다. 이 두 접착제는 고대 건축의 기초가 되었다.

철은 고대국가 형성 이전부터 부족 간 수렵과 전쟁에서 칼, 창과 같은 무기와 마차 바퀴에 사용되면서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힘의 원천이 되었다. 콘크리트와 철이 만나 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 사례가 미국의 대공황 극복을 위해 펼친 뉴딜정책의 한 일환으로 건설된 20세기 최대 건축물인 후버댐이다. 당시 어마어마한 수압을 견디기 위해 구부러진 콘크리트 벽 구조물에 철심을 넣었다고 한다. 이후 에펠탑, 자유의 여신상,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서 철과 콘크리트는 과학기술과 문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사례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 왔다.

이 두 발명품이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다면 플라스틱은 그리 오랜 역사를 갖지 않았다. 산업혁명을 거치며 발견된 플라스틱은 1907년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베이클라이트(Bakelite)가 전지절연성, 내열성, 기계적 강도를 가지면서 전자제품에 사용되었고, 1933년 에틸렌과 벤즈알데하이드의 혼합액에 초고압력을 가하면 백색의 왁스 물질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오늘날 가장 많이 모든 곳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인 폴리에틸렌이 만들어졌다. 2000년도에는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으로 미국 앨런 히거 박사 등 3명이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오늘날 플라스틱은 인류의 생활을 모두 바꾸어 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 생활용품의 80%는 농업활동에서 만들어졌지만 1990년대부터 90% 이상이 플라스틱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는 모두 인간의 호기심에서 생긴 발견을 통한 발명품이 만들어진 사례이다.

한편, 우리 농촌에서는 1980년대부터 국민 식생활 개선과 농가의 소득증대 차원에서 추진된 비닐하우스 농업은 농촌의 생활과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았고, 오늘날 스마트영농이라 불리는 첨단농업의 밑거름이 되었다. 필자는 1980년대부터 농업직 공무원을 지내오면서 통일벼로 녹색혁명을 비닐하우스로 백색혁명을 겪은 세대이다. 특히 참외라는 작물로 농업과학 연구개발, 개발기술의 확산에 주력해 왔다. 국내 참외 재배면적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경북, 그 가운데 성주군은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특별한 재배방법을 실시하고 있다. 참외는 고온성 작물으로 겨울철 무가온 조건에서 비닐하우스의 보온이 중요하여 내부에 보온력이 우수한 다겹보온재를 터널에 덮어 자동으로 개폐하는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농가마다 재배면적이 확대되었다. 또한 투광성과 보온성이 우수한 PO필름(Polyolefin film)이 피복자재로 이용되면서 광과 온도 환경이 개선되어 품질 좋은 참외를 생산하게 된 것이다.

필자가 성주참외 비닐하우스에 기능성 장기 PO필름을 도입하게 된 것은 특별한 계기가 있다. 2005년도 성주군 신활력사업 종합계획서에 ‘광환경 개선 피복자재를 이용한 성주참외 생산성 향상’ 이라는 과제가 포함되었다. 당시 사업부서인 성주군농업기술센터는 농업용 피복자재 이용 연구 경험과 성과가 많은 농촌진흥청 시설원예연구소와 참외 연구개발 노하우가 집적된 경북농업기술원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와의 공동 과제수행을 농가실증 형태로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회의결과에 따라 두 기관의 연구개발이 추진되었다. 2년간 실증연구 결과, 첨단 플라즈마기법으로 개발된 PO필름은 참외 초기 생육속도가 빨라 조기착과가 되어 연장재배를 하는 성주참외의 전체 수량을 증가시켰으며 당도와 엽산함량 향상 등 품질 또한 개선된 결과를 낳아 참외농가에서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를 토대로 경상북도농업기술원에서는 2016년도 농식품부의 ‘농업에너지절감모델개발사업단’ 협동연구과제로 딸기에 이 PO필름의 에너지비용절감 효과를 실증하였고, 참외에서 외부 기온에 따라 혼탁도가 달라져 고온기 비닐하우스 기온을 낮추는 ‘조광필름’을 사용하면서 성주참외 연장재배 생산성은 더욱 획기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오늘날 성주참외 생산규모가 4,000여 농가에서 5,100억원으로 성장한 기술적 요인으로 우수한 종자, 재배기술, PO필름, 다겹보온덮개 등을 꼽고 있는데, 이 가운데 첨단 기능성 PO필름이 친환경 태양에너지 이용효율을 높여 온실효과를 극대화하기 때문에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되었고(PO 필름이 성주참외 품질 및 산업에 미치는 영향. 신용습 등, 2016년 한국생물환경조절학회), 성주군을 중심으로 PO필름이 전국으로 빠른 속도로 보급되어 농가소득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이 산업발달을 촉진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조선 세종시절의 우리나라 과학기술은 대단하였다. 측우기, 앙부일기, 자격루 등 세계적인 첨단기술이 농업과 밀접하다. 세종 말년엔 온실을 만들었는데(1,450년, 전순의, 산가요록) 온돌을 이용한 지중가온시스템과 가마솥과 목관을 이용한 공중습도조절시스템은 지상가온만을 하는 서양 온실보다 150년 이상 앞선 것이라고 한다. 이 조선온실은 지붕이 기름을 먹인 한지를 온실 피복자재로 이용하였다. 이 한지는 채광성, 투습성, 보온성 등 온실에서 꽃과 채소가 자라는데 일정 기능을 할 수가 있어 농업용필름 비닐이 나오기 전까지 피복자재 역할을 하게 되었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비닐하우스에서 이용되고 있는 농업용필름은 높은 투명도와 물방울, 먼지 등이 잘 붙지 않으며, 열에너지를 가두어두는 장파방사억제력이 크고 수명이 길며 가격이 저렴해야 되는데 농가입장에선 매년 교체는 것보다 5년 이상 사용하는 것이 설치비용과 작업시간을 고려할 때 훨씬 유리하다. 그래서 비닐하우스용 필름은 두께 0.1mm 내외의 초박막상태에서 첨단기술이 집적된 것이라고 한다. 서양의 시설원예 전문가조차도 한국에서 겨울철 외기온이 영하 10℃ 이하에서 무가온 시설재배기간을 거쳐 품질 좋은 참외와 수박이 생산되는 것을 보고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경상북도는 참외, 오이, 딸기, 토마토 등 시설채소에서 집약된 기술을 몽골, 중국 등과 국제협력사업으로 다져진 해외농업 경험을 더하여 세계적인 기업인 호텔 어라연과 함께 러시아 블라보스톡에 첨단시설농업단지를 조성하여 백색혁명의 산물인 비닐하우스의 무한한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신용습 경상북도농업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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