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실의 Again My life] 폴개가 무슨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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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실의 Again My life] 폴개가 무슨 뜻이에요?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4.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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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실 사회적기업 폴개협동조합 이사
강명실 사회적기업 폴개협동조합 이사
강명실 사회적기업 폴개협동조합 이사

육지에 살 때도 물론 이웃과의 관계가 중요하긴 하지만 사실 아파트에 오래 살면서 이웃과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날 때 눈인사 정도 나누고 살아왔지 그렇게 이웃과 커다란 관계를 맺으며 살아 온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시골살이는 도시에서 살 때와는 다른 모습이 참 많습니다. 
이웃과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특히 외지인인 경우 지역주민과의 관계설정도 참 중요합니다. 

저는 제주도 서귀포에서 폴개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끔 사람들이 ‘폴개’가 무슨 뜻이냐고 묻습니다. ‘폴개’는 제주도 말로 ‘갯벌’ 즉 뻘이 있는 곳을 말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제주도는 화산섬이라 바닷가에 갯벌이 거의 없는 검은 현무암 바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살았던 남원 태흥리는 옛날에 갯벌이 있어서 300년 전 태흥리의 옛 지명을 폴개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제가 일산에서 처음 내려와 자리 잡은 동네가 태흥리였고, 그곳에서 귀농 귀촌인들이 모여 폴개장터라는 프리마켓을 했습니다. 제가 내려오던 2015년은 제주에 프리마켓이 아주 성행하던 때입니다. 그래서 귀농귀촌인과 지역민이 함께 모여 지역 농산물도 팔고 귀농 귀촌인들의 수공예 제품도 판매하는 장터를 열고 일주일에 두 번 만나 제주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며 서로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때 사용하던 이름을 따서 폴개협동조합이라고 이름 짓고 활동을 시작했는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마을 총회에서 이 문제가 거론됐다고 합니다. 외지인이 마을의 명칭을 사용한다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제기돼 마을 총회에서 본의 아니게 논란의 중심에 선 것입니다. 다소 단호하고 격하게 말씀하시는 마을 주민이 계셔서 당시 이장님이 많이 곤혹스러웠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때는 협동조합을 운영한지도 얼마 안 되고 제주에 정착한지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참 난감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당시 이장님을 만나 ‘저희가 폴개라는 말에 누가 되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가 앞으로 장학사업 이라던지, 사회공헌서비스 등을 통해서 봉사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을에 폐가 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전했습니다. 대답은 마을에서 문서 작성을 해놓고 연락할테니 와서 서명하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겠습니다. 하고 약속은 했지만 제 머리 한쪽에선 이게 정말 쓰면 안 되는 명칭이었나?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제주에선 이런 일로 마을과 분쟁이 일어난 사례도 몇 건 있어서 저로서는 마을과 큰 갈등 없이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렇게 폴개협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지내 온지 5년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저희가 나가는 행사나 모임에서 폴개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오는 분이 계시면 저는 자연스럽게 그건 서귀포 남원 태흥리 마을의 옛 이름입니다. 태흥리는 저희가 처음 제주에 내려와 자리 잡았던 동네라고 말하며 자연스레 마을 홍보를 합니다. 처음 폴개라는 명칭을 사용했을 때 마을과의 관계가 어색해 어쩔 줄 모르고 당황했지만 지금은 당당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마을 홍보를 아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라고. 

이렇듯 시골에 와서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육지에서는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겪게 되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이것이 시골 생활입니다. 
싸우고 부딪히며 해결하기보다는 그들만이 살고 있는 동네에 외지인, 아니 외계인이 들어 온 상황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현명하게 해결하며 살아가는 것이 귀농 귀촌해서 잘 정착하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명실 사회적기업 폴개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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