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160] 세월호 참사 7주기,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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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60] 세월호 참사 7주기,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1.04.14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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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달라진 것은 세월호 인양뿐, 진실은 여전히 물속에 잠겨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것이 국가냐’고 물었던 우리는 다시 같은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무엇이 변했는가’라는 질문은 ‘이것이 국가냐’라는 질문의 연장선이다.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을 포함해 476명의 승객을 태우고 인천을 출발,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7년 전인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서 급변침을 하며 침몰했다.

구조를 위해 해경이 도착했을 때,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을 했던 선원들은 승객들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했다. 299명이 사망했고, 6명은 아직도 실종 중이다. 배가 침몰한 이후 구조자는 단 1명도 없었다.

선실의 유리창을 두드리며 살려달라고 외치는 어린 학생들을 품은 채 뒤집혀 서서히 침몰해 가던 세월호의 모습은 모든 국민들에게 잊을 수 없는 분노로 각인돼 있다.

무능한 대통령에 걸맞는 무능한 정부는 국가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부정했다. 국민들이 죽어갈 때 국가와 정부는 어느 곳에도 없었고, 나중에는 책임회피 하느라 국력을 소모했다.

국민들의 분노는 촛불이 타올랐고, 촛불은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켰다. 촛불로 탄생한 정부도 4년째를 넘기며 1년 남짓 남겨놓고 있다.

내일이면 세월호 참사 7주기다. 전국에서 각종 추모 행사가 열리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지난 11일 세월호 선체가 인양돼있는 목포신항과 진도 팽목항을 찾아 추모식을 가진데 이어 교육부도 지난 12일부터 1주일 동안 추모 주간을 운영하며 각종 행사를 연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세월호 인양뿐, 진실은 여전히 물속에 잠겨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것이 국가냐’고 물었던 우리는 다시 같은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무엇이 변했는가’라는 질문은 ‘이것이 국가냐’라는 질문의 연장선이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사고 원인을 발표했지만, 참사 발생 원인과 사고 수습과정 등에 대한 의문은 7년 동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잊지 않겠다’던 맹세는 퇴색되어 가고, 빛바랜 깃발 아래서는 ‘아직도 세월호냐’는 음습한 세력이 곰팡이처럼 퍼져가고 있다.

‘성역 없는 진상규명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언약마저 기약 없이 흘러 임기 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어린 생명들을 기억하고자 하는 유가족과 국민들의 염원은 정부의 무책임으로 인해 또 다른 상처가 되고 있다.

올해는 참사해역인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앞바다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선상 추모식도 열리지 못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이 추모식에 사용할 배를 세월호 당시 사령부가 지휘했던 ‘해경 3009함’으로 준비한 탓이다. ‘3009함’은 당시 허둥지둥하던 해경의 상징으로 유가족에게 원성을 샀던 배다. 유족은 아이가 숨져간 현장의 바다에 꽃 한 송이도 건네지 못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유전자처럼 대물림되는 무지와 무능이자 잔인함이다.

유일한 기억의 공간이 팽목항에는 스산한 바람만이 지나고 기억을 파내 없애기라도 하려는 듯이 진도 연안여객선 터미널공사가 한창이다. 애시당초 보존계획 같은 것은 없었다.

진상규명은 말할 나위가 없다. 세월호가 왜 급변침을 하게 됐는지, 구조 당국은 세월호 침몰 후 왜 단 1명도 구조하지 못했는지 등에 대한 진상규명은 여전한 숙제로 남아 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검찰 세월호 특별수사단에 수사 요청한 17건 가운데 13건이 ‘무죄’나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세월호 구조실패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해경 지휘부는 모두 ‘무죄’가 선고됐고, 반면 세월호 참사 1주기 집회를 주도한 활동가들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특수공무집행 방해치사상 등의 혐의로 유죄선고를 받았다.

‘4·16 세월호 참사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 기록물 공개’는 비밀에 쌓인채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낼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번 4·7 재보궐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참패했다. 참패 원인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을 지경이다.

하지만 그중에는 국민들이 박근혜 정부를 뒤집어 탄생시킨 문재인 정부와 역대 최다석을 안겨준 집권 여당이 세월호 참사 때 허둥지둥하던 박근혜 정부와 하등 다를 바 없다는 심판도 포함된다.

‘그 권력으로 몇 석 되지도 않는 야당을 탓하는 것 이외에 무엇을 했느냐’는 실망이 표로 드러난 셈이다.

촛불로 탄생시킨 정부마저 이 지경이라면 국민들은 어디에서 아픈 상처를 달래야 하는가. 세월호 참사 7주기에 국가는 무엇이고, 정부는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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