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삼중수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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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삼중수소에 대하여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4.1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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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독 성균관대학교 화학과 교수
김영독 교수
김영독 교수

올해 초 월성에서 원자력 발전소 외부로 방사능 물질이 유출이 되었을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세상을 한창 떠들썩하게 하더니, 최근엔 일본에서 원전 방사능 오염수를 방출하기로 공식 결정했다는 뉴스가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방사성 물질로는 원전에서 유출될 수 있는 요오드, 세슘, 삼중수소 이외에도 바나나, 멸치 등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칼륨-40, 폴로늄-210 등이 있다. 이러한 각기 다른 방사성 물질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방사선이 배출되며, 다른 종류의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다름을 고려하여 유효 방사선 노출량이 결정된다. 이러한 다소 복잡할 수도 있는 핵물리학자들의 환산에 의하면, 원자력 발전소 주변에서 통상적으로 인체에 유입될 수 있는 방사성 물질의 양은 하루에 바나나 몇 개, 멸치 몇 그램을 먹는 것과 유사하니, 위험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방사능 물질 중 유독 삼중수소는 화학적으로 다른 방사성 물질들과 다르기 때문에, 핵물리학자들처럼 획일화시켜 다루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삼중수소는 인체 내의 수소와 자리를 바꿀 수 있으며, 이렇게 화학적으로 결합하여 체내에 잔류하는 삼중수소가 방사성 붕괴를 통해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들은 화학적으로 꽤 합리적인 가설로 보여진다. 그러나, 사실 원전 주변으로 유출되거나, 해양에 방출될 오염수에 있는 삼중수소의 양이 이러한 질병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는 연구 결과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통계적인 조사를 통하여 원전 주변의 암 발병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는 신뢰할 만한 결과가 나온다면, 삼중수소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문제는 누구나 신뢰하고 동의할 수 있는 통계적인 조사 결과를 도출하는 것도 과학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각기 다른 시각으로 같은 문제를 접근하는 다른 전문가들이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결국, 이 문제는 사회적인 문제임과 동시에 과학의 문제이며 많은 과학적인 노력이 있어야 해결책을 조금씩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원전에서 유출되는 방사성 물질이 사람에게 위험한지에 대해 필자는 아직까지 확고하게 한쪽으로 의견을 정립시키지 못했다. 방사성 물질의 화학적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고 물리적으로만 고려한다면, 원전에서 유출되거나 방류되는 삼중수소가 인체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화학적으로 고찰해본다면 삼중수소가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은 원칙적으로 있지만, 그것은 가설일 뿐 과학적으로 규명이 되어 있지는 않아 보인다. 물론, 현재 문제가 되는 농도의 삼중수소가 인체에 유해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을 기반으로, 우리 사회가 이를 아예 허용하지 않을지, 어느 정도는 허용해도 될지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단순히 과학이 아닌 사회적인 문제이다.

얼마 전 한 언론매체의 기자가 삼중수소의 유해성에 대해 자문을 구하고자 필자에게 전화를 한 일이 있었는데, 이러한 필자의 의견을 이야기하니 수화기너머 난감해하는 기색을 읽을 수가 있었다. 사실 언론과 정치인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삼중수소가 위험하다 또는 아니다 두 가지 의견으로 양분되어, 각기 자신들의 의견에 동의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인용하여 자신들의 주장을 더 견고히 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위험하다” 또는 “위험하지 않다”라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전문가로 여겨지지만, “현재 제시된 근거만으로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은 전문가가 아닌 것처럼 여겨지고 이러한 의견은 부각되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왜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양분되는지에 대해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과학이 가지는 복잡성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단순화시켜 한쪽의 의견으로 귀결시키려 한다.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과학으로 풀어야 할 문제는 과학이 풀어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원전에서 유출되는 삼중수소가 유해한지의 여부는 신념이 아닌 과학의 문제다.

[전국매일신문 기고] 김영독 성균관대학교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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