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詩 34] 인정이 가득 담긴 손이 큰 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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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34] 인정이 가득 담긴 손이 큰 손이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1.04.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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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도 시인(1960년생)
충남 서천 출신으로 1995년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 강원도 영월 망경대산 중턱에 버려진 오두막집을 손보아 염소 몇 마리, 고추, 두릅, 포도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음.

<함께 읽기> 제목 ‘큰손’을 보는 순간 문득 잊고 있었던 ‘장영자’란 여인의 이름이 떠오른다. ‘큰손’하면 흔히 사채, 부동산, 주식시장에서 많은 자본을 움직이는 사람들을 가리킬 때 사용하니 그녀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작금 세상을 분노케 하는 부동산 등 땅 투기의 ‘큰손’들. 하지만 냉이 파는 아주머니가 ‘자신의 손보다 작게는 나누어 주지 못하는 커다란 손’을 지닌 분이라는 표현에 잠시 눈을 멈춘다.

코로나가 시골 마을까지 침입했어도 지금 한창 논밭 갈고, 거름 주고, 비료 뿌리고, 물 새는 둔덕 없는지 살피느라 농촌 마을은 바쁘다.

달랑 작은 텃밭 하나 지닌 필자야 퇴근하면 아내랑 산책하며 나물 캐러 다니는 게 주된 일이다.

비 온 뒤 쑥쑥 자란다고 해서 이름을 얻은 ‘쑥’과, 양지바른 돌담 밭에 솟은난 달롱개(달래), 또 어린 순을 내민 머구대(머위). 시골은 바쁜 봄맞이가 계속된다.

“흙도 씻어 낸 향기 나는 냉이가 한 무더기에 천원이라길래 / 혼자 먹기엔 많아 오백 원어치만 달라고 그랬더니” 20년 전에 쓴 시니까 냉이 한 무더기에 천원쯤 했겠다. 그래도 제법 많이 줬는가 보다. 그렇다. 푸짐함이 전통시장을 찾는 재미니까. 시인이 받은 건 반찬으로 쓸 냉이뿐 아니라 봄의 향기와 더불어 아주머니의 넉넉한 인심도 함께였다.

“아주머니는 꾸역꾸역, 오히려 수줍은 몸짓으로 / 한 무더기를 고스란히 봉지에 담아주신다” 도시에 사는 아는 이들 가운데 가끔 전통시장을 다녀와서는 이런 말을 꺼낸다. “야, 요즘 시골 인심도 인심 아니더라”. 맞는 말이다. 옛 인심 그대로일 리가 없다. 그래도 아직 인심을 지닌 이들이 꽤 있다. “꾸역꾸역” 넣어주시는 분들이. “자신의 손보다 작게는 나누어 주지 못하는 커다란 손 / 그런 손이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아득히 잊고 살았었다” 만약 이 시에서 “자신의 손보다 작게는 나누어 주지 못하는 커다란 손”이란 표현이 나오지 않았더라면 이 시의 가치가 떨어졌을게다. ‘큰손’은 돈을 많이 굴린 손이 아닌, 인정이 가득 담긴 손이다. 아주머니의 손은 속칭 ‘큰손’들과 비교할 수 없는 아주 큰 손을 지녔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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