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혁의 데스크席] 백신 길어지는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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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백신 길어지는 기다림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1.04.2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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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정부는 코로나 백신 접종을 계획대로 하면 금년 11월까지 집단면역이 이뤄진다고 국민에게 설명했다. 지금도 ‘11월은 유효’라고 말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11월 집단면역은 물 건너 갔다고 말한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교수는 “집단면역 시기를 내년 여름으로 늦춰 잡아야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집단면역이 늦어지면 경제 정상화는 지연되고 청년 실업, 자영업자 고통은 커질 것이다. 내년 3월 대선 때는 “도대체 어떤 자가 잘못해 백신이 이 모양이 됐냐”는 분노가 표를 가를지 모르겠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공급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 전쟁 수준이다. 백신의 생산거점이 유럽, 미국 등에 쏠려 있는 것도 백신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로 꼽힌다. 우리의 백신공급은 비관적인 소식이다. 초기 방역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그게 잇단 악재의 꼬인 독이 됐다. K방역을 떠들어내더니 결국 이 모양이 됐다.

백신생산 5개국 위주 공급의 세계질서는 엄혹하다. 인구 930만명의 이스라엘이 기존에 확보한 물량은 1000만 회분인데, 향후 3배 이상을 추가 확보가 목표다. 이스라엘은 정보기관 모사드까지 동원, 화이자·모더나를 초기에 대량 확보에 성공했다. 그 결과가 마스크를 벗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AZ를 둘러싼 혼선이 점입가경이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접종을 시작하서 65세 이상을 제외했다가 3월 중순에야 포함시켰다. 그러다 혈전 문제가 부각되며 혼란을 빚었지만 접종은 유지해오다 지난 7일 AZ 접종을 또 중단했다. 이번엔 60세 미만이다. 그러더니 재개 여부를 다시 발표한다고 한다. 국민들 머리가 복잡해지지 않을 수 없다.

방역당국의 오락가락을 무조건 비판할 일만은 아니다. 해외 권위 있는 기관의 발표와 타국의 동향도 살펴야 하고,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한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AZ 차질로 2분기 백신 공백은 이제 기정사실이 됐다. 정부는 2분기까지 1200만 명 접종을 목표로 잡았지만 지금까지 100만 명을 겨우 넘겨 6월 말까지 1100만 명이 맞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2분기 대상자의 70%에 해당하는 770만 명에 AZ 접종을 계획했는데 이번에 중단된 대상자만 237만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다른 백신의 도입 일정도 불투명하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 확진자 수가 3개월 만에 다시 하루 700명대로 올라섰다. ‘4차 대유행’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정부는 오늘 방역조치 강화를 발표할 것이 유력하다. 하지만 정부 방역정책에 순응하던 국민들이 요즘은 생각이 좀 달라진 듯하다. 확진자가 급증하는데도 마스크조차 잘 안 끼던 나라가 빠른 백신 접종 덕에 급속히 일상으로 복귀하는 모습을 보면서다. 확진자가 늘 때마다 정부는 국민 탓을 했을 뿐, 가장 중요한 백신 확보도 제대로 못 했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정부는 지난 2월 화이자 백신 300만 명분을 추가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당시 화이자 측이 백신을 더 사면 더 많은 물량을 조기에 공급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우리 정부가 거절했다고 한다. AZ 백신을 둘러싼 지금의 혼란도 결국엔 다른 백신을 미리 확보하지 못한 탓인데, 정부가 대체 왜 그랬는지 의문이다.

백신의 효능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누구도 모른다. 만약 6개월마다 맞아야 하는 상황일 때는 최악의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백신을 미리 확보하지 못한 대통령은 사과부터 해야 마땅하다. 불확실한 근거로 자화자찬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느끼는 허탈과 분노의 정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기에 ‘백신이 급하지 않다’고 한 기모란 방역기획관 임명도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 방역 대책에 많은 허점을 노출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재임 당시 백신 개발만큼은 ‘빛보다 빠른 속도’로 밀어붙였다. 후임의 조 바이든도 전시물자법까지 동원, 백신 확보와 공급에 사활을 걸었다. 백신대란은 없을 것이라 하지만 계획대로 공급 못할 때는 엄청난 ‘부메랑’이 우려된다. 묘수를 찾아야 한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런 고민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 그냥 맞자니 혈전 생성 등 부작용이 걱정되고, 거부하면 접종순서가 한참 뒤로 밀리니 그것도 불안하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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