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강상헌의 하제별곡] "꼬붕은... 짖으라" 정치 노장의 '경륜'
상태바
[강상헌의 하제별곡] "꼬붕은... 짖으라" 정치 노장의 '경륜'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4.27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저 따위면 그만 짖어야 하지 않나. 망구(望九) 연륜, 노장의 ‘말씀’이다. 설마 하는 눈을 의심케 하는 신문 기사(2021년 4월 20일)를 봤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에 대해 “홍준표 의원 꼬붕”이라며 “지(장 의원)가 짖고 싶으면 짖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셋을 말하고자 한다. 첫째, 짖는 건 개다. 사람은 말(로)한다. 둘째, 꼬붕은 추종자나 부하의 뜻이 아니다. 욕설과 같은 일본말 찌꺼기 비속어다. 셋째, 신문 방송 등 언론은 저 불결한 언사(言辭)들을 그저 받아 적기만 했다. 정치의 포로, 노장의 꼬붕들인가?

말은 그 사람의 생각(의 품격)이다. 그는 (의견이 다른) 사람을 개로 본다고도 하겠다. 정치 소비자인 시민도 그 입질에 오르면 하릴없이 개가 되겠다. 시민 대신 또는 시민의 대표로 노장 정치인을 만난 언론도 순식간에 개가 되는 수가 있다.

꼬붕은 똘마니나 따까리 정도의 부정적인 어감의 비속어다. 천박하다. 일본 조폭 야쿠자 두목 오야붕(親分 친분)의 상대어로서의 꼬붕(子分 자분)과는 다른 말로 본다. fighting(파이팅)이나 no touch(노 터치·손대지 마)가 변한 ‘화이팅’ ‘노다지’처럼 어엿한 우리말인 것이니.

견주어 빗대서 말하는 어법인 비유(比喩)는 언어(소통)의 중요한 요소다. ‘내 마음은 호수요’나 ‘여우처럼 교활한...’과 같은 말글의 기술을 말한다. 허나 그 발상은 시(詩)처럼 바르고 착해야 한다. 못해도 최소한 적절해야 한다.

말 폭탄의 상대방 역시 “김종인은 노태우의 꼬붕”이라 맞받았다. 아마 치매(癡呆)라 하고 싶었을지 모르겠다. ‘(김종인은)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란 기발한 용어로 자기 하고 싶은 말 자락을 폈다. 소위 ‘리더’란 이들의 이런 막장 해프닝이 또한 우리말과 세상을 더럽히는구나.

‘철나자 망령난다’는 속담은 노년에게 중요하다. (오래 살아 얻은) 통찰이 남을 미워하고 모욕하기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경구(警句)다. 비유법처럼 제대로 내일의 주인인 후손을 위해 써야 한다는 경고인 것이다. 도리(道理)이자, ‘적절성’을 재는 기준이겠다.

세상은 그의 정치동네 상대들처럼 만만하지 않다. ‘정치인 김종인’ 등과 관련된 저 논란에는 우리 모두의 고래심줄 세금이 들어있다. 저들을 저만큼 키워내기 위해 돈이 많이 들었다. 기껏 세상 불쾌하게 하라고 여러 명분의 비용을 썼던 것인가.

어떤 신문은 ‘독한 말’이라고 해석했다. 그저 정도를 좀 지나친 독설(毒舌)에 그치는 것인가? ‘노장의 관록’이라며 그냥 지나칠 대목인가?

당사자 관계자들 말고도 독자 시청자 등 시민 모두에 대한 방자하기 짝이 없는 저 ‘관객모독’에는 해석도 지적도 평가도 필요 없을까? ‘관객모독’은 2019년 노벨문학상 작가 페터 한트케의 도발적인 희곡 제목이기도 하다.

정치는 언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시민들은 세금을 내면서 왜 분노하지 않는가? 하제(내일)을 위해, 다시 본디를 보라.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