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애향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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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애향심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5.1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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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철 김포시 통진읍 도사리 꽃씨맘씨농장주

지역에서 발간하는 책머리에 보면 그 지방을 예찬하는 시인 묵객들의 글이나 그림이 실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도 보아서인지 별것도 아닌 것 같은 풍경을 예사롭지 않게 그려 내는 화가들이나, 노래 조국찬가의 가사처럼 웅장하게 지어내는 시인들의 글들을 접하고 보면 보통의 애향심으로는 지어낼 성싶지 않게 느껴졌다.

그 고장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으로서 어이 나라고 그들만큼의 애향심이 없을 소인가 하고 지필묵을 잡고 보니 애향심은 넘치나 실력이 따라 주지 않았다. 아내는 허구한 날 비닐하우스 속에서 일하느라 새벽 동네 청소나 마을대항 체육대회 한번 제대로 참석 못한 나보다도 동네 배 나온 이장님 같은 사람들한테만 애향심이 있는 줄 아는 모양이다.

신도시 결사반대를 외치는 기사를 보고는 이 정도나 되어야 애향심을 논할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소리를 듣고는 김포 검단지구를 인천시에 편입하는 것에 대한 반대 데모에 내가 가담했던 사실을 강조했다. 동원된 인원을 김포 인구에 비례한다면 조족지혈에 불과했지만 그 적은 데모 인원에 내가 가담했었다는 사실을 아내도 알고 있으련만, 그것에 대해서는 함구를 하고 있었다. 아내가 잊은 것 같아 데모에 가담했던 사실을 강조하자 아내는 웃으며 말하기를 관제 데모에 동원하기 위해 이장이 술 사 준다 하니까 술 생각에 쭐렁대고 쫓아갔다가 전경방패에 맞아서 팔떼기 허물만 벗겨져서 쫓겨 온 것이 무슨 애향심이냐며 주(酒)향심이나 하라고 했다.

아내는 관제 데모를 조장했던 시청 및 유관기관의 높은 사람들이나 이장들만 애향심이 있는 것으로 말했지, 육이오 때 부상당한(?) 자기의 남편을 폄하해서 말했다. 왜 나라고 내 동네를 위하는 마음이 없었겠는가? 나라를 위하는 애국자가 어찌 안중근이나 안창호, 김구, 혹은 해란강에서 말달리는 선구자밖에 없었겠는가? 만주벌판 혹은 두만강 강가에서 내 나라를 위해 죽은 무명의 애국자들이 좀 많았겠는가?

꼭 동네를 위해서 머리띠 두르고 그렇지 않으면 눈에 확 뜨이는 일을 해야만 애향심이 있는 것인가? 보이지도 않는 음지에서 내 고장을 위하는 무명의 애향자들을 왜 잊고서 말하는가. 나라를 위한 애국자들의 투쟁처럼 내고장을 위한 나의 애향심을 아내는 모르는 것 같았다.

애향심이 가득한 사람들은 복장부터가 다른 것 같았다. 간혹 치러지는 행사나 체육대회에 참석 후 김포의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이나 모자를 착용하고 다니는 것이 눈에 띄기도 했다. 들판에서도 ‘김포’나 ‘통진’이라고 새겨진 모자를 쓴 사람들을 보는데 우리네는 언제 그러한 행사가 지났는지도 모르고 지냈다. 아내 말마따나 애향심 결핍증에 걸려 지역 일을 잊고 사느라 머리에 쓰고 다니는 모자들마저도 지역 로고가 적힌 것이 아닌 농약이나 종묘 이름이 새겨진 망사로 짜여진 모자를 사계절 쓰고 다니니 말 다 했다.

정말 애향심은 이런 것인가. 민족 고유의 설명절을 앞두고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살고 있는 김춘추 회장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사용해 달라며 이웃돕기 성금 500만 원을 고향마을에 기탁했다. 김포시 김포읍 걸포마을 출신인 김 회장은 청년시절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며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고향사랑을 실천하며 애향심을 키워 왔다. 애향심 이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쪽파 종자를 구입하기 위해 충청도에 갔는데 도착시간이 점심때라 식당가를 두리번거리다가 ‘김포’라고 쓰여진 식당 간판이 보여서 앞뒤 생각 없이 들어섰다. 밖에서부터 초라하게 보였던 가게는 안의 모양에서도 별반 다르지 낳았다. 분식집 같은 분위기라 라면에 대포 한잔 걸치고 나오며 세워져 있는 간판을 다사한번 읽었다.

‘튀김’

‘대포’

‘라면’

꼭 가로만 읽는다는 편견을 버리고 세로로도 읽어 보라고 일행에게 말했다. ‘김포면’ 애국자가 아니라도 우리 국민이 타국에서 불현 듯 보이는 태극기에 가슴이 뭉클했다는데 나는 타지에서 ‘김포’라는 글씨에 이끌려 초라한 분식집을 들어선 것이다.

사심과 이기라는 잡티와 불순물이 제거된 미네랄적인 애향심이야말로 진정한 애향심이 아닐까? 존재만 있으면 됐지. 비록 가까이 붙어사는 아내가 몰라줄지언정 개의치 않고 나의 애향심을 간직하련다.

[전국매일신문 기고] 유재철 김포시 통진읍 도사리 꽃씨맘씨농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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