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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시론] 시중(時中) 모르는 천박성, 능선을 찾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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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시론] 시중(時中) 모르는 천박성, 능선을 찾으라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5.1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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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본 편집위원장
설동본 편집위원장
설동본 편집위원장

골짜기를 헤매고 있는가? 능선을 찾으라. 그래도 길이 보이지 않는가? 꼭대기에 오르라.

산에서 길을 잃었다고 판단되면 얼른 심호흡 한번으로 자신을 고르고, 되돌아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지점에 올라야 한다. 늦으면 ‘나’를 잃게 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길을 잃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헤맨다. 공수처 수사 1호로 조희연 서울교육감을 선정(?) 했단다.

이유는? 조 교육감이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는 것. 전교조 해직교사 특별채용으로 오랏줄을 받으란다. 어이상실이다. 벌써부터 ‘혼돈’ 시즌제를 준비한다는 비아냥마저 들린다.

감사원이 해직교사 5명 특별채용이 잘못됐다며 이 건을 경찰에 고발한 것이 지난달 23일. 경찰은 이를 공수처에 이첩했고 바로 공수처는 사건 1호로 이에 화답했다. 우려를 나타낸 관료들을 배제, 5명의 교사를 특정하고 특별채용을 진행했다는 것이 감사원 표현 뼈대다. 동일요건을 갖춘 여러 명을 대상으로 공개경쟁을 진행했고 개인 식별이 어렵도록 블라인드 처리 후 심사가 이뤄졌다는 서울시교육청 의견과 차이를 보인다. 

공수처 설치를 지지해 왔던 국민들도 뿔이 잔뜩 난 모양이다. 감사원의 해당 감사결과가 ‘감사라는 외피를 뒤집어 쓴 정치적 행위’로 여겨진다는 시민들 시선도 싸늘하다. 공수처 설치를 위해 10여년이 넘게 싸웠는데 ‘이러려고 공수처 설립 피켓 들었나’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공수처는 1호 사건 선정에 실패했다. 국민들은 1호 사건이 국회의원을 비롯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 비리에서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아닌가. 그런데 기소도 할 수 없는 교육감을 타겟으로 삼았다. 국회의원, 판·검사 비리에 집중해야 할 공수처가 정치권 전형적 눈치보기 수사를 한다는 비난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공수처는 이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수사 결과로 말하겠다는 뜻이겠다. 검찰에서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기소하고, 공수처는 조 교육감을 수사한다는데 뭔가 앞뒤가 바뀐 모양새다. 검찰의 기소독점을 견제하고 공직비위를 공정하게 수사해 국민들의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높여가야하는 게 공수처다. 그래서 법이 엄정하게 제대로 집행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점에서 조 교육감을 수사대상 1호로 지목한 것이 공수처가 표방한 국민의 신뢰와 시대적 책무, 그리고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지 거듭 묻고 싶다. 

지금 여권에서 조차 ‘공수처 무용론’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무용론은 아니다. 대안없는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쉬운 사건부터 선택했다는 조롱을 넘어야 한다. 차라리 ‘권력형 비리 못 다루려면 폐지하는 게 순리’라는 일언(一言)이 폐부를 찌른다. 

공수처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인권 친화적 수사기구’라는 큰 글귀로 장식돼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도 “공수처는 건국 이래 지난 수십년간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해 온 체계를 허무는 헌정사적 사건”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첫 사건부터 헛다리 짚었다. 애물단지다.
믿음은 바닥이요, 국민 혈세를 좀먹을 같아 도통 책임감이라곤 들여다 볼 수 없다. 쉬운 사건에 ‘눈 가리고 아웅’ 한다고 실체가 가려 지는가? 정치권 눈치라는 조롱에 또 다시 옥상옥 ‘칼자루’들의 발호(跋扈) 다름 아님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고전 중용(中庸)의 시중(時中)을 살피라. 사건 선정도 때의 적절함이 있어야 한다. 공직자 모두 ‘국민을 섬기겠다’는 기본덕목을 가져야 한다. 믿음으로의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나’를 잃게 된다.

되돌아 능선을 찾아라. 아니면 ‘공직 천박성’만 앞을 비춘다. 공수처는 권력형 고위공직자의 피비린내를 씻어 ‘인간의 얼굴’로 환생하게 한다는 막중한 사명감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잘못을 수정하는 것은 착한 일, ‘본디’로 돌아가자. 공수처 역할은 명경지수(明鏡止水)로서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전매시론] 설동본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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