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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선대후당(先大後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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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선대후당(先大後黨)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5.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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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정국의 주도권을 놓고 여당 내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더욱이 대통령 임기를 1년도 안 남겨둔 시점에서 제기되고 있는 주도권 경쟁은 자칫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연결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권력구조는 지나치게 대통령 중심으로 되어 있다. 아무리 여당 대표와 국회의장이라고 해도 대통령의 말 한마디 보다 못한 것이 한국의 권력구조이다. 감히 대통령에 반기를 든다는 것은 그 자리를 내놓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입법 사법 행정 등 삼권분립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입법부의 수장이 행정부로 이동하는 현상은 절대권력 구조가 낳은 폐단이다. 정치권은 그동안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기 위한 방안을 여러 차례 주장했지만 지금까지 무위로 끝났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부처 장관 임용절차가 절차상으로는 청문회와 국회동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지만 강제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대통령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회의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장관 등이 30명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국무위원은 국회의원이 겸직할 수 있어서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입법부가 청와대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야당에서는 청와대의 명령에 따라 여당이 움직인다는 지적을 매번 해왔다. 정당정치가 정착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나치게 대통령의 눈치를 본다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임기가 막바지에 접어들자 여당 내에서 당권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웬만한 정책은 당에서 우선 입안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더 이상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도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이 얼마나 현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우리나라의 권력구조는 청와대에서 정부부처를 비롯한 국방 정보 등 각종 기관을 장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아직까지 정부조직은 상명하달식의 방법이 통하기 때문에 청와대의 명령 없이는 주요 국책사업을 조정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하다.

현재 여당 지도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당 중심의 국정운영이 얼마나 탄력을 받을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당내에서조차 권력투쟁이 펼쳐지는 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 300석 중 여권이 180석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관련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 권한을 축소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 물론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는 법안이 있고 헌법을 개정해 권력구조를 재편하는 방법이 있지만 시작은 국회이다. 국회가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법안을 마련해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고 권력의 분배구조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의 절대 권력은 또 다른 폐단을 낳고 있다. 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참모들은 대통령 임기 중에 제대로 된 말 한마디 못하고 있다. 혹여나 당론과 배치되는 주장을 내세우면 당 차원에서 제재를 받거나 아니면 차기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때문에 누구 하나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거나 명령에 불복종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이나 퇴임 후의 대통령은 날개 잃은 독수리에 불과하다. 한 때 절대 권력을 휘두르며 왕좌에 있었지만 힘이 빠지면 외면은 고사하고 집중 공격을 받는 것이 한국의 대통령이다.

사법기관에서는 힘없는 대통령을 경쟁이라도 하듯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다. 대통령의 검찰조사는 국민적 관심으로 이어지고 마치 중대범죄자인 것처럼 취급을 받는다.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등 역대 대통령 중에 임기 말이나 퇴임 후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한 대통령은 단 한명도 없다. 본인과 가족들 때문에 고초를 치렀고 일부는 잘못된 정책으로 감옥까지 가는 것이 전직 대통령들의 현주소이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악의 고리를 정리해야 한다. 재임 중 전직 대통령 두 명을 감옥에 보내고 국정을 수행한다는 것은 편치 않았을 것이다. 이젠 대 사면을 통해 통합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또한 국정운영도 지나치게 청와대 중심으로 하지 말고 정부부처를 통한 정상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당 중심의 국정운영도 중요하지만 자칫 행정부 위에 입법부가 군림할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

대통령이 정당까지 통치하는 선대후당(先大後黨)의 시스템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당이 청와대에 끌려가는 모습은 아니라는 여당 대표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당이 청와대 위에 있는 모습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여야의 협치 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여권의 협력도 필요하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국책사업이 결정되는 시대는 사라져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 그리고 야당까지 충분한 토론과 협의를 거쳐 정책을 추진하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 국민의 세금이 권력자의 입맛에 따라 사용되는 일이 없도록 정치권의 협치를 기대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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