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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부처님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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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부처님의 가르침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1.05.2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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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불교는 종교적 측면과 함께 인문학적인 측면이 있다. 종교적 측면을 믿음이라고 하면 인문학적인 측면은 이해이다. 믿음이 종교적 신앙이라고 하면 이해는 인문학적 사유라 할 수 있다. 이 둘이 조화를 이룰 때 바른 불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믿음만 강조되면 불교가 왜곡된 신앙으로 흐를 수 있고, 이해만 강조되면 실제적인 삶의 변화를 이끌 수 없다.

산하(山河)가 수묵화처럼 푸르게 짙어가는 5월이다. 산사에서 은은하게 들리는 종소리는 청정한 기도로 맑은 하늘을 가득하게 하고, 빈자일등(貧者一燈)의 발원은 온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합장의 손길로 길게 이어지고 있다. 5월 초파일은 거리마다 헌등(獻燈)의 장엄한 행렬이 이어지고 마음을 기쁘게 하는 날, 우리는 참으로 맑은 마음에 선정(禪定)의 법열로 이 날을 맞았다.

인간은 욕망의 노예가 되고, 화냄이 싸움꾼이 되고, 무지한 행위로 화평과 안녕을 이룩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부처님의 말씀이 삼독(三毒)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불의와 사견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인간의 고통은 비대해 질 것이다. 비리와 모순이 정화되지 않는다면 사회정의는 실현되지 않는다.

부처님이란 말은 범어인 ‘붇다’를 뜻으로 번역하지 않고, 소리나는 대로 발음한 것인데, 인도말이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붇다’가 부처로 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남자는 존경하는 사람에게 붙이는 일반적인 존칭이므로 부처님이란 말은 ‘깨달으신 분’이란 뜻이다.

깨닫는 어휘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나를 깨닫고, 남을 깨닫고, 그리고 삶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살아가는 방법 등을 깨닫는 것이다. 여기서 무엇을 깨달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처님은 이 세상의 온갖 이치를 낱낱이 전체적으로 한꺼번에 깨달으신 것이므로, 우리 중생들의 작고 부분적인 깨달음과 큰 차이가 있다.

중생이 살고 있는 세계는 고통이 연속되고, 반목과 아집이 팽배해 사회의 정의가 실현되기 어렵다. 그러나 수수방관적인 방법으로 이 중생의 병을 고칠 수는 없다. 중생이 무슨 병을 왜 앓고 있는 지를 알아야 한다. 부자석신명(不自惜身命)하는 보살 정신이 사회 병리속에 침입해 관음의 손길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 부처님이 오심을 기리는 기도와 합장의 손길이 수천 수만의 연등을 밝혔다고 적멸의 진리에 다가설 수 있을까. 한국 불교가 1600년의 장구한 역사를 가짐이 자랑일 수 만은 없다. 중생과 사회를 위하여 보살핌의 마음이 청정하였던가를 우리 모두 한번 참회하고 등(燈)을 밝혀야 함이 옳지 않을까 싶다.

부처님의 깨달음은 첫째는 가장 높은 깨달음이요, 둘째는 완전한 깨달음이요, 셋째는 보편 타당한 깨달음이다. 가장 높은 이유는 더 높은 진리가 없기 때문이고, 완전한 깨달음이라고 하는 것은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는 뜻이고, 보편 타당하다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나 행복한 삶의 길을 가르쳐 주는 깨달음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육신은 유한한 것이다.

자기의 목숨을 오래도록 살리고 싶은 것은 진시황만이 가진 것이 아니다. 보통 사람도 모두가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다. 무한한 생명이 무엇인가? 무한한 것은 참다움 밖에 없다. 참다움이란 무엇인가? 무욕(無慾)으로 생활함과 동시에 일체를 평등하게 보는 마음이다.

우리의 마음은 항상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며, 자기 본위로 살려는 의지도 항상 다투어 경쟁하려 하고, 또한 마음을 밝히려는 공부는 하지 않고 하찮은 지식으로써 자기 만족의 울타리를 높이 쌓아 놓고 사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로 사는 사람은 유한적인 쾌락을 누릴지는 모르지만, 청정하고 무구한 삶의 경지를 채담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부처님 오신날을 보내며 이웃과 함께 우리 모두 어떻게 해야 행복한 삶을 향유할 수 있는 지 한 번쯤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종교는 삶의 의미를 성찰함으로써 삶의 질적 변화를 모색하는 가르침이다. 그래서 불교는 정해진 운명을 거부하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 창조할 것을 주문한다. 불교에서 인생은 자기 자신을 찾는 과정이라고 말하지만 인생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여정이라기보다는 삶을 만드는 과정이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정신없이 살고 있는 나 자신을 성찰하고 정신 차리면서 살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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