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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조선 왕릉의 숨겨진 가치 발굴, 보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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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조선 왕릉의 숨겨진 가치 발굴, 보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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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5.2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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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청한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코로나19가 길어짐에 따라 저마다 생활 패턴이 많이 바뀌었다. 퇴직한지 한참 된 내 경우는 별반  달라질 것이 없는 듯 했지만 아니었다. 두껍고 난해하여 몇 번이나 보다 말다 하던 책을 진득하게 읽는다. 동네 뒷산을 자주 오르고 한강까지 닿은 수변공원을 부지런히 걷는다.

단조로움을 피해 또 다른 둘레 길을 찾다가 집과 가까워도 별로 관심 쓴 일이 없던 서오릉을 기웃거렸다. 학생들의 단골 소풍 장소였던 조선왕릉 '고양 서오릉'. 지금은 돗자리를 깔 수 없고 음식물도 못 가져가는 경건하고 엄숙한 교육장으로 바뀌었다. 500년 이상 이어진 한 왕조의 왕릉이 거의 훼손 없이 남아있는 예는 세계적으로 조선 왕릉이 유일하다고 한다. 북한 개성에 있는 제릉과 후릉을 제외한 남한의 조선왕릉 40기 모두가 인류의 문화유산으로서  2009년 6월 30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내친김에 퇴직 선배와 왕릉 순례를 하고 있다. 고양 서삼릉, 남양주 사릉, 구리 동구릉, 여주 세종·효종대왕영릉, 수원화성과 화성행궁….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삼은 조선은 조상에 대한 존경과 숭모를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겨 능을 엄격히 관리해 왔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담은 독특한 건축양식과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진 왕릉에서 올리는 제례는 오늘 날까지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다.

능마다 기본인 상설 제도를 게시하여 능, 원, 묘 등 각급의 무덤에 설치한 석물과 시설물을 안내하지만 몇 개의 능을 본 후에는 지루하게 느껴졌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보고 느끼며 함께 걷는 600km 조선왕릉길 조성계획’에 따라 왕릉 내부 숲길을 주변 지역과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하여 5월16일부터 11곳을 우선 개방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병행하여 능마다 스토리텔링(이야기 꺼리)을 찾아내고, 지자체와 협업하여 주변건물 간판과 조경을 ‘왕릉 지역답게’ 꾸준하게 정비하자. 가치 있는 문화유산을 귀하게 보존하고 가꾸는 일은 지혜롭고 품격 있는 우리 국민의 자존감을 더 높인다.

[전국매일신문 독자투고] 노청한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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