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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신고산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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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신고산타령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5.2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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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민선시대 들어 대표적인 사업이 축제이다. 각 자치단체마다 지역경기를 활성화 시킨다는 명목으로 축제를 만들었다. 축제만큼 사람이 많이 모이고 단체장의 치적을 홍보하기에 좋은 것이 없다. 축제에 몇 명이 왔고 지역경기에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었는가는 홍보의 단골메뉴이다. 바로 자치단체장의 치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축제가 많다는 것은 나쁜 게 아니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축제가 있지만 경쟁력 있는 축제는 몇 안 된다는 것이다. 전국 어디를 가도 연예인을 동원해 사람을 모으고 장터가 펼쳐지는 등 유사한 모습이다. 축제의 운영도 자치단체가 지원하고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등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이런 축제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모두가 눈앞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만 노린 결과물이다. 깊이가 있고 시간이 걸리는 문화 콘텐츠는 개발하지 않고 속도와 양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문화는 향기가 있고 오래 지속된다. 특히 그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향토문화는 더더욱 차별화 되고 경쟁력이 있다. 문화의 형태는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고 있다. 역사 인물 종교 철학 등 그 범위가 너무나 넓다. 자치단체가 그 지역만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 문화를 개발하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새로운 역사문화를 발굴하는 것도 그 지역의 가치를 드높인다. 근현대사에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았던 노랫말과 가수 등 인물을 중심으로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부 자치단체는 조선시대 위인이 잠시 머무르다 간 자리를 보전해 지역을 홍보하는 경우도 있다. 작은 것이라도 의미를 키워 자치단체를 홍보하려는 노력은 아름다운 것이다. 역사 문화성이 없는 신도시나 지방의 소도시에서는 전통성과 역사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얼마 전 신고산타령이라는 함경도 민요를 접할 수 있었다. 신고산은 얼핏 보기엔 무슨 산 이름이다. 하지만 신고산은 산 이름이 아니라 마을이름이다. 개화기인 1900년대 초 서울과 원산을 잇는 경원선에 신고산이라는 역이 생기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원래 마을 이름이 고산이었으나 기차역이 고산과 가까운 곳에 개설돼 이 마을을 신고산(新高山)이라고 불렸다. 대신 기존의 고산지역은 구고산(舊高山)이 되었다. 신고산은 기차역이 생기면서 도시화가 이루어졌고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시골마을인 구고산 처녀들은 신고산을 동경하게 되었고 하루에도 몇 번씩 봇짐을 쌋다가 풀었다가를 반복하는 내용이 노랫말에 나온다. 또한 노랫말에 나오는 어랑은 함경북도 경성군에서 동해로 흘러가는 하천이다. 노랫가락은 분명 민요이지만 가사는 1900년대 이후에 작성된 것을 알 수 있다.

강원도 평창에 가면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한 봉평면이 있다. 소설가 이효석이 쓴 ‘메밀꽃 필 무렵’은 시골마을 봉평을 전국에 알린 계기가 됐다. 1907년 평창에서 태어난 이효석은 35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작품은 영원히 남아 있다. 그는 초기 사회주의 운동에 동조하는 작품을 냈으나 이후 작품의 경향이 순수문학으로 변했고 향토색 짙은 작품이 주를 이루었다. 봉평지역은 그의 작품을 토대로 메밀을 원료로 하는 막국수 종류의 음식과 문학관 등이 있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소설과 인물이라는 콘텐츠를 적용해 지역만이 가지는 문화로 개발한 평창군의 대표적인 지방문화 성공사례라고 볼 수 있다.

문화는 지역을 지탱하는 생명력과도 같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경쟁력 있고 가치가 있는 것이다. 코로나19시대에 그나마 관광객이 찾는 곳은 역사와 문화가 있는 곳이다. 수백억 원을 들여 조성한 물놀이시설과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출렁다리 케이블카 등은 언텍트 관광시대에는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성이 있고 향토색이 짙은 관광지는 꾸준히 사람들이 찾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이번 기회에 지역의 축제를 되돌아보고 단순히 흥미 위주의 축제에서 벗어나 문화가 있는 축제로 전환하는 연구를 했으면 한다.

북한사람들조차도 모르는 고산마을이 신고산타령으로 오히려 남한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만큼 그 지역만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를 발굴해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문화적 가치에 대한 예산지원은 무형의 자산이라는 이유로 인색하다. 각 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개발에 예산지원은 물론 적극적인 발굴을 통해 아름다운 지역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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