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세상읽기 163] 국민의힘은 호남의 힘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상태바
[세상읽기 163] 국민의힘은 호남의 힘이 될 수 있을 것인가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1.05.26 13: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국민의힘이 당장 민주당에 버금가는 지지율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어디까지나 호남에 대한 진정성 여부에 달린 문제다. 진정성을 보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호남을 방문한 자리에서 행동하고 뱉었던 말을 당사에 나가서도, 국회에서도, 영남에 가서도 똑같이 하면 된다.

진심이 통한 것인가, 아니면 신기루인가. 호남지역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20%를 돌파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하는 말이다.

리얼미터가 YTN의뢰로 지난 17~18일, 20~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은 호남지역에서 지지율이 급등세를 보였다. 설문조사에서 국민의힘은 전주보다 9.4%포인트가 오른 지지율 21.9%를 기록했다. 같은 기관의 지난 3개월간 조사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3월 김종인 전 위원장이 광주를 방문한 직후 광주·전남에서 18.6%의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4월 재보궐 선거 이후 국민의힘이 퇴행적 행보를 보이면서 하향 세를 보이다 이번에 다시 상승했다.

여론조사의 지지율이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오르내리겠지만 호남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20%대를 넘어선 것은 충분히 놀랄만한 일이다. 이번 조사에서 국민의힘의 지역별 정당 지지도 가운데 10% 포인트 가까이 오른 곳은 호남권뿐이다. 더구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유령’ 취급받던 국민의힘의 호남약진은 하나의 사건에 가깝다.

언론에서는 ‘호남 구애’ 행보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하지만 ‘구애’라기 보다는 국민의힘이 비로소 제정신을 차린 탓이고, 호남 민심이 그런 변화에 관심을 보이는 상호작용의 결과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호남을 무시하고 배제할수록 이득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극우세력과 동침을 해온 이유도 ‘우리가 남이가’라는 혀짧은 소리에 대한 불로소득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남대 비호남’에서 ‘영남대 비영남’으로 바뀐 세상에서 국민의힘의 단방약이었던 호남에 대한 적대적 전략은 유효기간을 넘겨 부작용을 낳는 독약으로 변했다.

자구책이 필요한 시점에서 국민의힘은 지도부 교체 이후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 대표가 이달 초 당선 후 첫 지방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했고, 지난 18일에는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기도 했다. 또 정운천·성일종 의원은 보수정당 의원 중 처음으로 5·18민주유공자유족회의 공식 초청을 받아 5·18 추모제에 참석하기도 했다.

불가피한 자구책이지만 국민의힘이 제정신을 차리는 단초를 보이면서 호남 민심의 반응이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호남 민심 역시 민주당 일색의 지역 정치가 가져오는 폐해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으나 국민의힘은 대안의 대상조차 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국민의힘은 호남을 부정하는 정당이라고 여겨졌고, 그런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자기부정에 다름아니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영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이어서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호남을 외면했기 때문에 외면당한 것이다.

드러난 호남 민심은 변함없는 민주당 지지로 일관된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변화를 갈망해 왔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민주당이 상수가 아니라 변수라는 역동성이 호남 민심이다.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한때 호남을 석권했던 것도 그만큼 새로운 정치지형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번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는 그런 호남 민심을 대변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호남의 지지율을 더 올라갈 수도 있고, 다시 바닥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호남 민심은 다행히도 국민의힘이 보여주고 있는 행보에 긍정적이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당장 민주당에 버금가는 지지율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어디까지나 호남에 대한 진정성 여부에 달린 문제다. 진정성을 보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호남을 방문한 자리에서 행동하고 뱉었던 말을 당사에 나가서도, 국회에서도, 영남에 가서도 똑같이 하면 된다. 국민의힘이 호남의 힘으로 불리게 되는 날을 기대한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